어떤 나들이 (도월 마을에 가다)
각 계절은 그 계절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맛과 멋이 있으며
냄새가 있다.
April showers bring May flowers라는 말이 있습니다.
4월의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간 다음 5월이 꽃을 몰고 온다.
이것이 5월의 맛이며 냄새다.
세계 어디를 가나 봄이면 5월은 꽃의 계절입니다.
4월의 벚꽃이 한 차례 지나간 자리를
아름다움, 기쁨, 열정의 꽃말을 가진 꽃 중의 꽃인 빨간 장미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하루가 몰라보게
봄의 중심을 노래 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친구를 내 몸 이상 아끼는 장호원 白足山(402m) 중턱
도월 마을에 사는 이석희 형이 우리를 초대 했습니다.
장호원은 그 중심으로 경기도와 충청북도를 갈라놓는 淸渼川이
여주의 신륵사까지 길게 뻗어있고
백족산이 평풍처럼 둘러 처져 있습니다.
백족산은 세조가 이곳을 지나다가 발을 씻었는데
발이 희었다고 해서 백족산이라 부르기도 하고
다른 전설은 산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500m정도 내려가면
100개의 발을 가진 지네가 살았다고 해서
백족산이란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산이지만 이천 군에서는 제법 알려진 산입니다.
산 중턱에 고등학교 동문들이 모여서 만든 도월마을이
(武陵桃源 耕雲釣月로서 무릉도원에서 구름을 밭 갈듯
밤하늘의 달을 낚시 하듯 유유자작하게 살다) 있는데
한 세상 명리에 급급하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마을입니다.
2013년 5월 1일 장호원으로 직접 가기로 한
김동철, 이재욱내외를 제외하고
계문해, 구중서, 장수남, 우길환내외 나 그리고 집사람과 함께
10시 동 서울 터미널에서 만나니
견우직녀 1년에 한 번 오작교에서 만나듯 반갑기 그지없고
차를 타니
너른 창을 통하여 5월의 산야가 푸르름으로 닦아옵니다.
지금은 한가롭게 따듯한 햇살만 받아내지만
조만간 그 무언가를 기다리는 야무진 빈 들판이
졸린 듯 평화롭기 만 합니다.
친구와 하는 나들이 즐겁기 그지없다.
새끼줄에 엮인 굴비와 같이
고등학교 동기생이란 질긴 끈에 매달린 水魚之交같은 내 친구들
오랜 세월 지나도 학창시절의 냄새와 몸 짖은 변함이 없구나.
눈 깜작 할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 했습니다.
도월마을에 사는 이석희내외, 김근중내외 모두 모이니 14명 (남 9명 여5명)
맞이하는 이도 반갑고 가는 이도 기쁘다.
바로 감곡면에 위치한 능이 백숙으로 유명한
꼬꼬마님 닭고기 전문점(043-878-3588)으로 향 했습니다.
버섯 중에 제1은 능이요 제2는 송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그 능이로 끓인 백숙이니 술 한 잔과 어울리는 그 맛
어이 잊을 수 있으리.
할 말은 오직 아! 기가 막히게 맛있구나.
우리를 초대 해 주고 이렇게 맛있는 점심까지 신세를 지다니
이석희형 정말 고맙습니다.
점심 후 도월마을 가는 길
개구쟁이 악동이 초록 물감을 잘못 뿌려놓은 듯
온 산야는 초록빛이며 지나가는 과수원 길에는
복사꽃이 만발하여 가는 길이 연분홍 길이다.
드디어 도월 마을에 도착 했습니다.
집 앞 나지막 정자에는 防下着하고 喫茶去나 하시게 라고 쓴
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 근심 걱정 내려놓고 차나 한 잔 하거나 手談을 즐기라고.
과연 도월 마을에서나 있을 법 한 멋이며 낭만이로구나.
한 편에는 이 마을 터주 대감인 이석희형의 작사와
님의 향기로 잘 알려진 차태일씨가 곡을 부친 다음과 같은
도월마을 노래비가 나를 반긴다.
백족산 도월마을 어이나 좋은가
도월정 꽃달마을 복사꽃 향기 마을
중원땅 별천지가 여기가 거긴가
구름밭을 갈듯이 달을 낚시질 하듯
여기가 바로 즐겁게 사는 마을
친구야, 친구야, 친구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보고픈 내 친구야
우리 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네
이곳에 다함께 도월 도월마을
이곳에 새겨진 이름 황홀하게 가꾸자
빛내라 명품마을로
황홀하게 가꾸자 빛내자 명품마을로
친구란 언제나 만나면 반갑고 귀한 것이다.
한 평생 살면서 친구 없이 산다고 생각 해 보라
얼마나 끔찍한 일이냐.
친구 만남이 이렇게 좋으니
어릴 적 학창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내 어릴 적에는 전차라는 것이 있었지.
한 여름 찜통더위에 친구 찾아 청량리까지 갈 때에는
전차에는 파리 떼가 천장에 새까맣게 붙어 있고
차 안은 땀 냄새가 진동하고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정어리 통조림처럼 꽉 찬 전차는 그야말로 생지옥과 같았으나
무엇이 그리 친구가 좋다고 찾아 나섰는지 그것이 엊그제 같았고
그 때만해도 감히 장호원의 친구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먼 길이며
설상 간다고 해도 흙먼지 펄럭거리며 한 나절이나 걸리던 이 길이
지금은 친구들과 같이 너른 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봄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가다니 감개무량 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그나마 그리운 학창 시절의 친구들
공식적으로 100명 이상이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나들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일입니까?
인생은 20대는 20마일로, 50대는 50마일로,
70대는 70마일로 달린다고 합니다.
모르는 사이에 세월의 빠름을 몸으로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즐기다 보니 의외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저녁은 명품 보리밥 집에서 계문해 형이
그 특유의 유모와 식지 않는 입담으로 좌중을 사로잡으며
한 방 쏘앗습니다.
아침과는 달리
저 멀리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동 성당과 닮은 메괴 성당이
저녁노을에 아름답게 빛납니다.
복사꽃 화사한 계절이 아니더라도,
햇사래 상표로 대표되는 감곡의 미백과 황도의 달콤한 맛과 향기가
혀끝을 타고 내려오는 계절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흙먼지 풀풀 날리고 한 나절 이상 걸리는 그런 때가 아니니
부르면 언제나 달려가리라.
우리의 변치 않는 친구란 이름으로
5월의 잔치는 즐거움을 더해 갑니다.
저녁노을 아롱일 때 천 천년 영원히 변치 않는 친구의 정을
백족산 아래 도월마을에 묻고 갑니다.
아쉬움을 품고 가는 헤어짐은 빨리 찾아오지만
그리움은 더욱 자랍니다.
그리운 나의 친구들이여
그 어디에 있던 건강하고 인생을 즐기며 행복하게 삽시다.
2013년 5월 2일
첫댓글 좋으신 글월에꾸벅
정말로 고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