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아름답게 익어가는 것이다
날마다 아름다운 길을 걸어간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질 때면, 으레 떠오르는 글이 있다.
뜰에 떨어진 낙엽을 모아 태우는 일과 목욕물 데우는 일을 소재로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이다.
그는 여름의 무성함을 뒤로하고 바싹 말라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지난날의 화려한 추억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삶의 보람을 찾을 것을 스스로 다짐한다.
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뱅이 허 생원이 봉평장에서
젊은 장돌뱅이 동이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허 생원은 젊었을 적에 물레방앗간에서 처녀를 만나 하룻밤을 보냈지만,
이후 그 처녀를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그런데 동이의 사연과 그가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통해
그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얘기다.
소설은 장돌뱅이가 걷는 길을 통해 평창 산천의
아름다운 모습을 매우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이효석의 소설은 이렇듯 자연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에로티시즘,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주를 이뤘다.
그중에서도 그의 문학적 본령은 에로티시즘에 있는데,
성(性)과 자연의 대비를 통해 시적인 문체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한 작품이 많다.
또한 그의 대표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는 유려한 문체로
자연과의 교감을 표현한 수필문으로 유명하다.
낙엽을 보면서 떠오른 이효석이었지만,
사실은 그가 졸업한 평창초등학교를 한번 보고 온 까닭이다.
이 가을, 당시 동네 영화관에서 열린 '효석 문학의 밤'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
하나의 삶 곁에 놓인 다른 삶,
서로의 곁을 지키면서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는 삶,
우리 삶이 익어가는 것을 바라봐주는 관계, 그게 친구 사이니까.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답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느낌표가 떴다.
그래서 너는 그런 친구가 되고 있느냐고 물으니 그러려고 노력한다고.
서로의 말을 성심껏 들어준다는 것,
경청의 힘은 어린아이든 어른이든,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개인을 북돋운다.
우리는 그 가치를 어릴 때부터 알아보지만 어른이 되면서 무뎌진다.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을 원하면서도 정작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있는지 의심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초심을 회복할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삶은 아름답게 익어가는 가는 것이다
낙엽
정현종
사람들 발길이 낸
길을 덮은 낙엽이여
의도한 듯이
길들을 지운 낙엽이여
길을 잘 보여주는구나
마침내 네가 길이로구나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문학과지성사 2018)
지금에 이르게 한 것은 숱한 나의 의지 덕분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된 것은 나의 바람이었다.
물론 상대도 스스로의 의지와 바람으로 이곳까지 왔고 나를 만났다.
하지만 더 이상 서로에게 머무를 수 없는 시간도 다가오기 마련이다.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다만 누가 누구를 버렸다든가 누가 누구에게 버림받았다든가
이러한 결말은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한다.
이것 역시 우리의 반짝이는 의지한다.
길을 지우는 방식으로 새롭게 길을 내는 가을날의 낙엽들처럼,
끝에서만 시작되는 하나의 길이다.
낙엽이 떨어진 곳에는 새봄이 빙그레 웃는다
날로 새로운 길을 걷는다(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늘 새생명을 잉태하여 희망을 속삭인다
사람은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진실로 날로 새로워지고,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날로 새로워 질지라. 일신(日新).《大學》
森羅萬象 一切唯心造(삼라만상 일체유심조)
《불》우주의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니라.
내가 부처이고 내가 하나님이다
모두가 하나님이다
人生不學 如冥冥夜行(인생불학 여명명야행)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明心寶鑑》
一切唯心造 處處佛像(일체유심조 처처불상)
《불》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니 곳곳에 부처님이라.
臨淵羨魚 不如退而結網(임연선어 불여퇴이결망)
못가에 이르러 물고기를 탐내는 것은
물러나 그물을 짜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뜻으로,
'헛된 욕심보다는 실제 행동이 중요함'을 비유한 말.《漢書》
積財千萬 不如薄技在身(적재천만 불여박기재신)
재물을 천만금 모아도, 몸에 지닌 작은 기술보다 못하다.《顔氏家訓》
<勉學>篇에 '積財千萬 不如薄伎在身 伎之易習而可貴者 無過讀書也'라 함.
날마다 배우고 익혀라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