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늙어보지 못하고
세상을 일찍 떠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늙어가는 것은 오래 살았다는 것이고
사랑과 기쁨과 슬픔의 파란만장한
난관을 모두 이기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늙음은 사랑과 정을 나누며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시간은 삶의 기회이며 진정한 축복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많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이며
많이 즐겁게 살 수가 있고 많이 살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슨 일을 선택하여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다.
고운 마음으로 바르게 열심히 살아온
모든 노인들에게는 늙음은 더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와 행복이며 축복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젊을 때처럼
살고 싶어 하면 오늘이 불행 해진다.
젊을 때처럼 몸이 빠르지도 않고 변화에 적응도 잘 안되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은데 예전처럼 살고 싶다며
옛날에 잘 나갔을 때를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우울해진다.
나이 들어가는 게 괴로운 걸까?
아니다 나이가 좀 들어야 인생의 맛을 안다.
젊었을 때는 미숙했지만 나이 들면 경험이 많아져서
원숙한 맛이 있으며, 술도 익어야 맛이 나고
된장도 숙성해야 맛이 나며, 밥도 뜸이 들어야 맛이 있듯이
인생도 늙어야 제멋이 난다.
늙어가는 길은 처음 가는 길이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다.
무엇하나 처음 가는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하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한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 가는 이 길은 너무나 두렵기만 하다.
여정 길에 친구가 그립기도 하고
때로는 말벗이라도 할 친구를 그리워하는 노욕에
뛰는 가슴으로 두리번두리번 찾아보기도 한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아주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해 본다.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다.
삶의 연륜이 쌓여갈수록 인격이 완성되는 줄 알았네
더 많이 인내하고 기품도 생겨 본보기가 되는 줄 알았네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오랜 습관에서 한 템포 늦어지는 것이다.
말하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남을 배려하는 것도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한 템포 빨라지는 것
오해하는 것도, 섭섭해지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는 것도
그리고 늙는다는 것은 지키고 싶은 게 많아지는 것이다.
버리지 못하고 나이만큼 자꾸만 쌓아두는 것
미래를 꿈꾸는 것보다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홀로 교만했으며
얼마나 흘러가버린 삶 속에서 당당했던가?
너도
나도
그리고 그대도 늙어가고 있다.
첫댓글 우리의 자화상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꾸벅
우리모두 건강한 어르신으로
인생을 살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