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 제한 땐 고수익 차종 우선 수입
저가 모델은 장기 전략 아니면 어려워
캐나다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전격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마크카니 총리가 최근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를 기존 100%에서 6.1%로 낮추고 연간 4만9,000대의 수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당장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의 대량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시장의 문을 완전히 개방하기보다 틈새를 살짝 벌린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와 학계는 이번 합의가 캐나다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단기간에 바꾸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분석한다. 캐나다산 전기차는 5만 달러가 넘는 고성능 모델인 닷지 차저 '데이토나'가 유일해 저가형 중국차와는 생산 부문에서 직접적인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캐나다 자동차 업계 노동자들에게 닥친 실제적인 압박은 중국산 자동차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통상 공세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1만5,000달러 미만의 BYD 시걸(Seagull) 같은 초저가 모델을 캐나다 도로에서 보기는 당분간 어렵다. 4만9,000대라는 한정된 수입 쿼터로는 캐나다 전역을 아우르는 전시장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업체가 연간 수십 대를 팔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매장을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나 볼보, 폭스바겐 같은 기존 유명 브랜드의 전기차가 우선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 BYD나 샤오미 같은 순수 중국 브랜드가 진출하더라도 수입 쿼터 내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가 모델보다는 마진이 높은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을 먼저 선보일 확률이 크다. 1980년대 초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수입 제한 쿼터제에 대응해 수익성이 높은 어코드 위주로 판매 전략을 바꿨던 사례와 유사한 흐름이다.
이번 관세 인하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전기차 구매 대기자가 아니라 중국과의 무역 갈등 해소로 숨통이 트인 캐나다 카놀라 재배 농가와 정치적 입지를 다진 카니 총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판매된 신차 중 순수 전기차 비중은 여전히 6% 미만에 머물고 있어,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카니 총리는 중국 전기차 수입 할당량 중 일부를 3만5,000달러 이하 모델에 배정하고, 2030년까지 수입 물량의 절반을 저가형으로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 브랜드들이 캐나다 시장의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차량을 개조하는 비용과 물류비를 감안하면 중국 현지의 싼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 합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첫걸음일 뿐, 저가 전기차 대중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