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11일) 이른 새벽.
고향집 각 방엔 형제들 가족들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거실로 나와 혼자서 큐티를 했다.
큐티를 마치면 전날 저녁 때 설치해 두었던 '통발'을 걷으러 갈 참이었다.
높고 큰 고갯마루에서부터 흘러내린 맑은 시냇물이 제법 큰 저수지에 모여들었다가 다시 수문을 통과해 '금강'까지 꽤 먼 거리를 줄기차게 흐르는 곳이었다.
어디가 포인트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총 4개의 통발 중 2곳엔 '떡밥'을, 세번째 통발엔 '꽁치 통조림'을, 마지막 한 곳엔 '참치 살코기'를 양파망으로 싸서 넣어 둔 상태였다.
고요한 거실에서, 내 자녀를 포함해 뜨겁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여러 명의 조카들을 생각하며 기도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젊은 청년들이 더 힘찬 기상과 열정으로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엮고,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과 캐릭터로 세상에 없던 다채로운 문양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무릇 인생은 큰 강이나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과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살이는 '빠져 죽거나 헤엄쳐 건너거나' 둘 중 하나다.
내가 살아보니 그랬다.
다른 대안은 별로 없었다.
기회는 발버둥치며 전진하고 또 전진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큰 강이나 바다를 건너려고 팔다리를 열심히 휘젓는 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저 그런 옵션의 동작이 아니었다.
살아가는 자들의 피할 수 없는 '의무'와 '역할'이었다.
때때로 가다가 가라앉거나 극심한 좌절을 겪기도 하겠지만 그 치열한 과정에서 각자의 실력과 삶의 경쟁력은 괄목상대 하리만치 향상되기 마련이라고 믿는다.
각자의 생각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삶을 바꾸며,
삶이 저마다의 운명을 결정 짓는 법이니까.
불변의 진리 아니던가.
동녘에 여명의 눈동자가 조금씩 반짝거릴 때,
주차장으로 가서 시동을 걸고 그 시냇물로 달려갔다.
아랫쪽 통발부터 하나씩 걷어올렸다.
각 통발마다 예닐곱 마리씩 물고기가 들어 있었다.
기분이 삼삼했다.
주로 붕어, 버들치, 갈겨니, 민물새우, 피래미, 금강모치, 우렁 등이었다.
집에 전화를 걸었다.
'묵은지'가 있는 지를 물어 보았다.
많다고 했다.
그렇게 아침식사는 '묵은지 민물 매운탕'으로 결정되었다.
치어들은 다시 방생했고 씨알이 큰 놈들만 선별하여 집으로 갔다.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누구도 잡아온 민물고기를 손질하려 들지 않았다.
물론, 애시당초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매번 그랬다.
일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묵은지와 각종 양념 그리고 민물고기가 만나 맛있는 아침상이 차려졌다.
모두가 잘 먹었다.
명절음식이 대개 기름진 편인데 몇 끼를 그 음식을 먹다가 담백하고 칼칼한 '묵은지 민물 매운탕'을 먹으니 입안이 개운하고 속이 시원했다.
식사 후 후식까지 꿀맛이었다.
집안 정리 후 상경하는데 어느 구간에선 길이 제법 막혔다.
그래도 즐겁고 감사했던 한가위였다.
모두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한다.
특히 젊은 청춘들의 무궁한 인생길에 신의 가호가 늘 함께 하길 소망한다.
뜨겁게 부대끼기를.
사랑한다.
파이팅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