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처럼 달이 부풀어 오른 밤
보름달이 뜨고
당신이 아랫배에서 무언가 만져진다고 한다
어디서 헤엄쳐왔나
부풀어 오른 복어 한 마리 만져진다
손을 대자 가시로 찌르는 거 같다고 한다
밤을 벌려 꺼내고 싶은데 사방이 캄캄하다
당신은 창백한 표정을 짓고
비치는 모든 것들이 새파랗다
입이 바짝 마른다
복어를 손바닥으로 문질러 속을 달래는 동안
가시가 옮겨 와
손발이 저리고 뒷목이 빳빳해진다
나는 당신 옆에 누워
모르핀보다 강하다는 복어의 독을 생각하고
눈 속에 검은 물고기 떼 헤엄쳐 다닌다
나는 물고기들을 탐색한다 물방울이 떨어진다
악몽이었으면 하던 밤이 사라지고
어쩌자고 나는 또 독어를 삼켰나
복어를 먹고 온 날 밤
그날의 백지 위에
복어달이 뜬다
마크라메
이를테면 여기는 동굴 안
천둥소리에 실금이 가는 겁 많은 새가 사는 곳
한밤중 뚝뚝 떨어지는 검은 물방울
꿈속으로 온갖 것들이 떠다닌다
링 안으로 행운이 들어오라고 종을 달아 입구에 걸어둔다
드나들 때마다 종이 울린다
댕댕 뱀을 부르는 소리
덤불속에서 뻗어 나온 흰 뱀이 링이다
굵은 실 한 마리가 꿈틀
꼬여 있다가 악몽으로 들어온다
뱀의 몸통이 눈앞에 있다
다리가 여럿이다
덜컥 뭉치에 물린다
약한 마음도 다 내가 만드는 거라고
당신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전쟁이 일어난다
나는 또 쫓긴다 넘어진 무릎이 피투성이다
좋은 일은 나쁜 일을 통해서 온대
액땜 꿈을 꾸고
내가 나온다
종이 울린다
2024 월간 모던포엠 7월호
카페 게시글
―···추천하는 시(동시)
복어처럼 달이 부풀어 오른 밤 외 1편 홍혜향 시인
홍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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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3
24.06.3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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