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서 독자적인 신뢰 여행자 프로그램 구축 제안
미국 여행 감소세 속 주권 확보와 편의 개선 노려
캐나다 공항에서 미국 정부 승인 없이도 보안 검색대를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독자적인 '패스트 패스' 시스템 도입이 추진된다. 미국과 공동 운영하는 넥서스(Nexus)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캐나다만의 행정 주권을 확보하고 여행객의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앨버타주의 폴라 사이먼스 상원의원은 캐나다 연방정부가 미국과 공동 운영하는 넥서스 프로그램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공항 보안 패스트 패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현재 캐나다 공항에서 일반인이 보안 검색 우선 라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넥서스 카드를 소지해야 하는데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수적인 구조다. 사이먼스 의원은 한 국가의 공항 보안 시스템이 다른 주권 국가의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 이례적이라며 독자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캐나다 공항은 군인이나 연방경찰(RCMP), 현직 경찰관 등 엄격한 신원 조회를 거친 검증된 여행자에게만 빠른 보안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시민이 같은 혜택을 받으려면 넥서스에 가입해야 하지만 팬데믹 이후 대면 인터뷰를 위해 반드시 미국으로 건너가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졌다. 특히 미국 여행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국 세관 통과 혜택이 필요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는 넥서스 가입이 불필요한 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회 예산국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캐나다 전용 프로그램이 도입될 경우 향후 5년간 약 700만 달러의 예산이 들 전망이다. 신청 비용은 1인당 50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며 120달러인 넥서스 신청비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수수료를 소폭 조정한다면 정부 예산 투입 없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공항위원회도 이번 제안에 즉각 지지 의사를 밝혔다. 모네트 패셔 위원장은 검색 라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격 요건을 확대해야 한다며 캐나다가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는 국내 전용 신뢰 여행자 프로그램 운영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더 많은 캐나다인이 넥서스를 통하지 않고도 빠르고 편리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권 측면에서도 독자적인 프로그램 도입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넥서스 신청서에서 성별 표기를 남성이나 여성으로만 선택하도록 강제하며 제3의 성별인 X 표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성소수자의 성별을 가진 캐나다인들이 공항 편의를 위해 본인의 성 정체성과 다른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헌법상 권리 침해이자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제안은 향후 몇 달 안에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최근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 횟수가 줄어들고 독자적인 행정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정부가 실제 정책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미국행 노선뿐만 아니라 국내선과 국제선을 이용하는 모든 여행객의 공항 이용 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체크포인트 · 이것만은 꼭]
넥서스 카드는 미국 입국 시 세관 통과를 빠르게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캐나다 국내선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국제선을 탈 때는 보안 검색 우선 라인 이용권 이상의 의미가 없다. 미국을 자주 가지 않는다면 굳이 120달러를 내고 미국까지 가서 인터뷰를 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새로 추진되는 캐나다 전용 패스는 신청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인터뷰도 캐나다 내에서 해결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아낄 수 있다. 특히 성별 표기 문제로 넥서스 신청을 꺼렸던 여행자들에게는 권리를 지키며 편의를 누리는 실질적인 대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