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그래...한 오십년쯤? 그쯤일꺼야.."
천수의 눈에는 봄의 찬란함이 슬픔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천수는 어렵게 입을 열어 50년전, 이곳 천수각에 온
한 소녀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매화나무를 사랑했던 천수각의 주인에게 이름 대신 사용되는 칭호 천수.
50년전 천수는 지금의 천수와는 다른사람이였다.
예나 지금이나 천수각은 어린 소녀가 숙녀로 성장하기 위한 일종의
소녀들의 학교였다.
시, 음악, 요리, 자수, 다도, 예의범절 등
여러가지를 가르쳤는데, 이곳 천수의 특징이라면
이 모든것을 배우되 엄격하게 배우며 소녀학교중 유일하게
소녀들에게 무술과 명상을 가르쳤다.
어떠한 집안은 소녀들에게 이 점 때문에 자녀를 들이는것을 꺼리기도 했는데
집안의 안주인들은 자신의 딸을 천수각으로 보내길 원했다.
대개의 경우 여기에 문서를 내서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딸들을 들여와 하룻동안 시험을 본다.
이 시험에 통과한 사람만이 입학이 허가되는데,
이곳에서 여희라고 불리우던 여자 하나는 굉장히 특별했다.
50년전 천수각, 봄....
네 명의 가마꾼들과 하나의 호위자를 데리고
한 소녀가 이 천수각에 도착했다.
무슨일인지 이 곳의 천수가 직접 나와서 그 소녀를 맞았다.
"들이거라."
냉정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가마를 맞은 천수.
천수의 목소리에 가마에서 내린 소녀.
이 찬란한 봄과 달리 우울하고 쓸쓸하고 사연이 많은듯한 얼굴.
얌전히 내린 소녀는 천수각에서 손님을 모시는 회루정으로 향했다.
회루정엔 작은 못과 봄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봄 만큼이나 천수가 내준 녹차빛은 은은하니 따듯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엄중하고 무거웠다.
"여기서 배우고 나면 졸업이란걸 한다.
졸업후엔 뭘 할수 있을것 같으냐."
"...여기서 천수님을 이어 천수가 되고싶습니다."
그들의 첫 대화는 이러했다.
천수는 다소 기분나쁜듯한, 계속 관찰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지만
소녀는 꿈쩍않고 그 부담스럽고 매서운 눈빛을 다 받아냈다.
"여희"
소녀는 무슨소린가 싶었다.
"가마 여, 아가씨 희. 가마에 있는 아가씨. 그게 네 이름이다.
전에 너의 사연도 이름도 부모도 통하지 않게 할것이다.
너는 여희다. 이전에 너를 버리고 여희가 되거라.
너는 여기서 한달동안 생활한후 시험을 치르게 될것이다.
이 시험에서 떨어지면 더 이상 받아주지 않을것이다.
밖으로 나가면 전추 라고 불리우는 선님이 있을것이다.
그사람을 따라가거라.
천수가 되고싶다고 했나? 한번 천수가 되어 보거라."
그게 14년동안 사연많았던 소녀가 여희로 태어난 순간이였다.
그리고 이로써 여희는 새로운 세상과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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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희 [가마에 있는 아가씨. 그게 네 이름이다.] - 1
가로수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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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19 21:1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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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어질것같은 느낌이!!!
여희가 그런 뜻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