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불행히도 혈우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현재까지는 없는 상태입니다. 혈우병은 단일 유전자 질환으로 유전자 치료의 좋은 후보가 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시행했던 임상연구들은 수개월간의 효과만 입증되었습니다.
말기 간경변이나 혹은 간암을 앓는 혈우병 환자들에게 간 이식을 시행하여 혈우병을 완치한 보고가 전 세계적으로 20여건이 있습니다. 그러나 간이식 수술 자체의 복잡성, 이식 후 따르는 부작용 및 삶의 질 저하 등을 고려할 때 혈우병의 완치만을 위해 간이식을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1970년 초반에 일본에서는 먹는 응고인자를 개발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응고인자는 기본적으로 단백질이어서 장내에서 흡수가 되기 전에 이미 소화가 되어 버려 응고인자로서의 활성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 혈우병의 주된 치료방법은 응고인자 보충요법(replacement therapy)입니다. 응고인자는 혈장유래 응고인자와 유전자재조합 응고인자가 있습니다. 혈장유래 응고인자는 3,000명 정도의 일반인 혈장에서 필요한 응고인자를 뽑아내서 만든 약제입니다. 유전자재조합 응고인자는 F8 혹은 F9 유전자를 vector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드는 것입니다. 혈장유래 응고인자는 천연의 것이라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가 덜 생기는 반면 바이러스 등의 감염 우려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자재조합 응고인자는 감염의 우려는 적은 대신 항체 발생의 위험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혈우연맹의 공식적인 입장은 두 가지 종류의 응고인자 제제 모두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혈장유래 VIII 인자든지 유전자재조합 VIII 인자든지 상관없이 VIII 인자를 환자 체중 1kg당 1U의 용량을 투여하게 되면 환자의 응고인자 활성도는 대략 30분 내에 2%가 상승합니다. 만약 어떤 환자의 응고인자 활성도를 50%로 올리고 싶다면 환자의 체중(kg)×25U 하면 투여 용량이 되는 것입니다. 혈장유래 IX 인자의 경우는 체중 1kg당 1U를 투여하면 1% 활성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반면 유전자재조합 IX 인자의 경우는 15세 이상 성인은 0.8%, 15세 미만 아동은 0.7%가 상승하게 됩니다.
응고인자는 정맥주사를 통해 공급하게 되는데, 인자를 공급하는 방식은 출혈이 있을 때만 투여하는 ‘필요시 보충요법’(on-demand)과 주기적으로 인자를 보충하여 자연적인 출혈을 막기 위한 ‘유지요법’(maintenance therapy)이 있습니다.
‘필요시 보충요법’의 경우 출혈 부위와 정도에 따라, 응고인자에의 접근성에 따라 권장 투여량이 다릅니다. 관절 출혈의 경우 출혈이 시작된 지 3시간 내에 응고인자를 투여하게 되면 80%의 출혈이 단 1번의 투여로 지혈이 되게 됩니다. 그러므로 출혈 시에는 되도록 신속히 응고인자를 정맥 주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유지요법’이란 주기적으로 응고인자를 투여하여 인자활성도의 기저치를 1% 이상 (혈우병성 관절병증이 있는 경우 3%)으로 유지하여 자연출혈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중증 혈우병 환자를 인위적으로 중등증 환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출혈 빈도를 낮추게 됩니다. 혈우병A 환자에 대한 ‘유지요법’은 1958년에, 혈우병B에 대해서는 1972년에 스웨덴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혈우연맹(WFH)은 1995년에 유지요법을 중증 혈우병 환자를 위한 합리적 치료법으로 권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응고인자 활성도가 150% 이상이 되면 약 25%의 환자에서 정맥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