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매자 동원·하림·LX·하팍로이드 압축
국내사 보유 현금 1조 안팎
매각 밸류 최소 ‘5조’ 증권사·은행 활기 돌까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8월 넷째 주(21~25일) HMM 매각이 구체화되면서 인수금융 시장에서도 온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원매자의 현금 동원력이 HMM 예상 매각가를 밑돌아 국내 금융기관의 역할은 중요해질 전망이다. HMM 매도자의 거래 종결 의지도 큰 만큼 이번 딜이 올해 인수금융 시장에 이정표를 세울지 주목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의 최근 1개월 종가는 1만7480원이다. 시가를 대입한 한국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보유 지분가치는 3조4749억원을 기록 중이다. 현재 해당 지분은 매각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액면가는 1조원이지만 시장가치가 3조4960억원까지 치솟아 있는 신종자본증권 역시 매각 대상이다. 해운업 사이클과 경영 실적 등을 종합한 HMM 매각 밸류는 최소 5조원대에서 언급되고 있다.
HMM 경영권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삼성증권은 예비입찰제안서 접수를 21일 마감했다. 예비입찰에는 동원산업, LX인터내셔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Hapag-Lloyd AG) 등 4곳이 참여했다.
4곳 가운데 자체 자금만으로 HMM 인수대금을 치를 수 있는 곳은 독일 하팍로이드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하팍로이드의 보유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74억달러(한화 약 9조8346억원)를 기록 중이다.
하림의 경우 지주회사 기준 현금성자산(이하 6월 말 연결기준)은 1조6573억원이다. 물론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의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를 활용할 수 있으나 추가 자금 동원은 필요한 상황이다. 단독으로 입찰에 나선 동원산업과 LX인터내셔널 역시 보유 현금이 각각 6318억원, 1조2713억원에 그쳐 인수금융을 일으킬 개연성은 크다.
시장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국내 기업 가운데 금융기관의 인수의향서(LOI) 받는 등 자금 조달 계획을 구체화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직은 은행 등과 협의하는 단계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HMM 원매자의 인수 의지와 본입찰 참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리인상으로 인수금융 조달 부담이 커지며 M&A가 부진한 상태였다. 올해 들어 대형 거래가 일부 종결되긴 했으나 시장 참여자들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국내 금융기관이 인수금융 실적을 쌓은 주요 M&A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정도로 언급된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오스템임플란트 인수금융을 주선했으나 IB 수수료 수지는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감소한 1541억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국내외 금리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주요 거래 인수금융 금리가 6~7%대에 안착한 점은 인수자 조달 부담을 낮추는 요소로 언급된다. HMM 매도자 측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매각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어 이번 거래가 인수금융 시장의 활기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