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염서동(羸馬厭西東)
지친 늙은 말도 동서로 떠도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이다.
羸 : 파리할 이(羊/13)
馬 : 말 마(馬/0)
厭 : 싫어할 염(厂/12)
西 : 서녘 서(襾/0)
東 : 동녘 동(木/4)
중국 송나라 때 문인 주필이 당시(唐詩)를 엮은 삼체시(三體詩)다. “길 떠난 지 10년, 아무것도 이룬 게 없네/ 이젠 지친 늙은 말도 동으로 서로 떠도는 것을 싫어하는구나(十年成底事, 羸馬厭西東).”
사랑하는 가족과 보고 싶은 고향산천을 그리워하면서도 찾아갈 수 없는 아픈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왜? 나이는 들고 뜻은 이루지 못해 금의환향할 수 없는 지친 처지인 것이다.
김능인 작사, 손목인 작곡, 고복수 노래의 우리 옛 가요 ‘타향살이’와 궤를 같이한다.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나 십여 년에/청춘만 늙고 ~”
1000여년 전 송나라 시대든, 만주로 떠밀려가 살던 일제 강점기든, 사람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가슴 아프다. 애절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자매, 그리고 고향이라는 단어는 원초적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하긴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가 어디 한둘인가. 요즘 같은 오랜 불황은 객지를 떠도는 나그네들에게 큰 고통이다.
설이 코앞이다. 세월은 극구광음(隙駒光陰), 달리는 말을 문틈으로 보는 것처럼 빨리 지나간다고 했듯 금세 흘러간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다. 자연 나를 돌아보고, 내 뿌리인 가족과 조상을 생각하게 된다. 고향으로 상징되는 그리움을 되새기게 한다.
타향에서 우는 이들의 슬픔을 노래한 시 한 편을 더 보자. 음력 섣달 그믐날, 곧 제야(除夜) 즈음이다. 한시 ‘고요히 한 해를 보내며(除夜守歲感)’를 되뇌어본다.
送舊迎新昭燭窓
묵은해 보내고 새해를 맞으려 밝게 불 켜진 창에
祈棲戶戶幸康雙
집집마다 행복과 건강이 깃들기를 비오니
平繁甲午年中繼
평화와 번영이 갑오년 일 년 내내 계속되어서
所願歡聲溢萬邦
기뻐 외치는 소리가 만방에 넘치기를 소원하노라.
4차 산업혁명 시대 세계를 이끄는 퍼스트 무버 기업과 취업 100%, 평화통일 실현 등으로 한반도 어디든 고향 땅을 찾는 민족대행렬이 실현되는 날을 그려본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라는 노랫말을 잊고!
▶️ 羸(파리할 리/이)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양 양(羊; 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라, 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羸(리/이)는 ①파리하다(핏기가 전혀 없다) ②고달프다 ③지치다 ④엎지르다 ⑤괴로워하다 ⑥약(弱)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파리할 초(憔)이다. 용례로는 피로하여 패함을 이패(羸敗), 몸이 파리하고 살빛이 검음을 이흑(羸黑), 늙어서 쇠약해짐 또는 그 사람을 노리(老羸), 강하고 약함을 강리(強羸), 몸이 마르고 야윔을 고리(枯羸), 얼굴이 파리하고 힘이 약함을 이르는 말을 모수력리(貌瘦力羸), 지친 늙은 말도 동서로 떠도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을 이마염서동(羸馬厭西東) 등에 쓰인다.
▶️ 馬(말 마)는 ❶상형문자로 말의 모양으로 머리와 갈기와 꼬리와 네 다리를 본떴다. 개는 무는 것을, 소는 뿔을 강조한 자형(字形)이지만 말의 경우에는 갈기를 강조하고 있다. 부수로 쓰일 때 말과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馬자는 ‘말’을 그린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馬자를 보면 말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큰 눈과 갈기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소전으로 넘어오면서 머리와 갈기는 간략화 되었고 해서에서는 다리가 점으로 표기되면서 지금의 馬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말은 고대부터 사냥과 전쟁에 이용되었지만 주로 먼 거리를 달리는 용도로 쓰였다. 그래서 馬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들은 주로 ‘(말을)타다’나 ‘가다’, 말의 행위, 동작과 관계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馬(마)는 (1)성(姓)의 하나 (2)말 등의 뜻으로 ①말(말과의 포유류) ②벼슬의 이름 ③산가지(수효를 셈하는 데에 쓰던 막대기) ④큰 것의 비유 ⑤아지랑이 ⑥나라의 이름, 마한(馬韓) ⑦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마구간을 마사(馬舍), 말의 똥을 마분(馬糞), 말을 타는 재주를 마술(馬術), 말이 끄는 수레를 마차(馬車), 말을 부리는 사람을 마부(馬夫),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마적(馬賊), 말의 몇 마리를 마필(馬匹), 말의 다리를 마각(馬脚), 말을 매어 두거나 놓아 기르는 곳을 마장(馬場), 경마할 때에 파는 투표권을 마권(馬券), 말을 타고 나감으로 선거에 입후보함을 출마(出馬), 수레와 말을 거마(車馬), 자기가 사랑하는 말을 애마(愛馬), 타는 말이나 말을 탐을 기마(騎馬), 걸음이 느린 말이나 둔한 말을 노마(駑馬), 걸음이 썩 빠른 말 한마를 준마(駿馬), 말에서 떨어짐을 낙마(落馬), 말이 빨리 달리는 것을 겨룸을 경마(競馬), 말을 탐으로 사람이 말을 타고 여러 가지 동작을 하는 경기를 승마(乘馬), 대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서 말로 삼은 것을 죽마(竹馬), 기차를 말에 비유한 일컬음을 철마(鐵馬), 말의 귀에 동풍이라는 뜻으로 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 버림을 이르는 말을 마이동풍(馬耳東風),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말의 가죽으로 자기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전사한 장수의 시체는 말가죽으로 쌌으므로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의 마혁과시(馬革裹屍), 말이나 소에 의복을 입혔다는 뜻으로 학식이 없거나 예의를 모르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마우금거(馬牛襟裾),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뜻의 마부정제(馬不停蹄), 말도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예전 것도 좋기는 하지만 새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즐겁다는 말의 마호체승(馬好替乘) 등에 쓰인다.
▶️ 厭(싫어할 염, 누를 엽, 빠질 암)은 형성문자로 厌(염)의 본자(本字), 厌(염)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민엄호(厂; 굴바위,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猒(염)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厭(염, 엽, 암)은 ①싫어하다 ②물리다 ③조용하다 ④가리다 ⑤막다 ⑥가위눌리다(움직이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다) 그리고 ⓐ누르다(엽) ⓑ따르다(엽) ⓒ마음에 들다(엽) ⓓ젖다(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다)(엽) 그리고 ㉠빠지다(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미워할 질(嫉), 싫어할 혐(嫌), 미워할 오(惡)이다. 용례로는 싫은 생각이나 느낌 또는 그런 반응을 염증(厭症), 싫어서 미워함을 염오(厭惡), 세상이나 인생을 괴롭게 여기고 싫증을 내는 것을 염세(厭世), 싫어하고 꺼리는 생각을 염의(厭意), 싫어하고 꺼림을 염기(厭忌), 밉고 싫어서 쌀쌀하게 대함을 염박(厭薄), 자기의 잘못을 간하여 주는 것을 싫어함을 염간(厭諫), 싫어하고 꺼림을 염탄(厭憚), 어떤 일을 싫어하고 고통스럽게 여김을 염고(厭苦), 세상을 싫어하여 떠남을 염리(厭離), 마음에 싫고 꺼리어 피함을 염피(厭避), 미워서 꺼려함을 혐염(嫌厭), 권태가 생겨 염증이 남을 권염(倦厭), 물리지 않고 싫증남이 없음을 무염(無厭), 남들이 자기의 말을 듣고서 만족해 하지 않는다는 말을 인청미염(人聽未厭), 용병에 있어서는 적을 속이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전쟁에서는 속임수도 꺼리지 않는다는 말을 병불염사(兵不厭詐), 만족할 줄 모르는 끝없는 욕심을 무염지욕(無厭之慾), 욕심 내키는 대로하여 사사로운 감정을 충족 시킨다는 말을 종욕염사(從欲厭私), 재주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싫어한다는 말을 승기자염(勝己者厭) 등에 쓰인다.
▶️ 西(서녘 서)는 ❶상형문자로 卥(서)는 고자(古字), 卤(서), 覀(서)는 동자(同字)이다. 옛 자형(字形)은 새의 둥지나 그와 비슷한 꼴을 나타낸다. 그 옛 음(音)이 死(사; 사람이 없어지다)나 遷(천; 옮아가다)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西(서)는 해가 지는 것을 나타내는 데 쓰여지고, 해가 지는 방향(方向), 서녘의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나중에 西(서)의 자형(字形)을 새가 둥지에 있는 모양으로 잘못 보아 저녁 때 해가 서쪽에 기울어 새가 둥지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西자는 ‘서녘’이나 ‘서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西자는 襾(덮을 아)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덮다’라는 뜻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西자는 새의 둥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나온 西자를 보면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새집이 그려져 있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새의 형상이 추가되어 지금의 西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西자는 새의 둥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새집’이나 ‘둥지’라는 뜻으로 쓰였었지만, 후에 ‘서쪽’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그래서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더한 栖(새 살다 서)자나 巢(새집 소)자가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西(서)는 ①서녘, 서쪽 ②서양(西洋), 구미(歐美) ③(서쪽으로)가다 ④깃들이다 ⑤옮기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동녘 동(東)이다. 용례로는 서쪽에 있는 바다를 서해(西海), 동양이라고 불리는 아시아에 대립되는 유럽을 일컫는 말을 서양(西洋), 어떤 곳의 서쪽 부분을 서부(西部), 서쪽에 있는 지방을 서방(西方), 서는 가을이라는 뜻으로 가을 농작물의 수확을 일컬음을 서수(西收), 서쪽에 있는 산을 서산(西山),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서풍(西風), 서쪽 끝을 서단(西端), 서쪽으로 가는 길을 서로(西路), 집안의 서쪽에 있는 마당을 서정(西庭), 동쪽과 서쪽 또는 동양과 서양을 동서(東西),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하여서 그 서쪽을 이서(以西), 서쪽의 맨 끝을 극서(極西), 서시가 가슴을 쓰다듬는다는 뜻으로 함부로 흉내내다가 웃음거리가 됨을 이르는 말을 서시봉심(西施捧心),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생선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는다는 말을 두동미서(頭東尾西), 제사상을 차릴 때에 어찬은 동쪽에 육찬은 서쪽에 놓는다는 말을 어동육서(魚東肉西), 제사 때 제물을 차려 놓는 차례로 붉은 과실은 동쪽에 흰 과실은 서쪽에 차리는 격식을 이르는 말을 홍동백서(紅東白西),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바삐 돌아 다닌다는 말을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뜻으로 묻는 말에 대하여 전혀 엉뚱한 대답을 이르는 말을 동문서답(東問西答), 동쪽이라도 좋고 서쪽이라도 좋다는 뜻으로 이러나 저러나 상관없다는 말을 가동가서(可東可西), 때와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옛날과 지금 동양과 서양을 가리키는 말을 고금동서(古今東西), 동쪽을 가리켰다가 또 서쪽을 가리킨다는 뜻으로 말하는 요지도 모르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말을 지동지서(指東指西), 아침에는 동쪽에 있다가 저녁에는 서쪽에 머문다는 뜻으로 일정한 거처가 없이 여기저기 옮겨다님을 이르는 말을 조동모서(朝東暮西), 해가 서산에 가깝다는 뜻으로 나이가 들어 죽음이 다가옴을 이르는 말을 일박서산(日薄西山) 등에 쓰인다.
▶️ 東(동녘 동)은 ❶상형문자로 东(동)은 간자(簡字)이다. 東(동)의 옛 모양은 전대에 물건을 채워 아래 위를 묶은 모양인데, 나중에 방향의 東(동)으로 삼은 것은 해가 떠오르는 쪽의 방향이 동이므로 같은 음(音)의 말을 빈 것이다. 옛 사람은 東(동)은 動(동; 움직이다)과 같은 음(音)이며 動(동)은 봄에 만물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春(춘; 봄)은 동녘과 관계가 깊다고 결부시켰던 것이다. ❷상형문자로 東자는 ‘동쪽’이나 ‘동녘’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東자는 木(나무 목)자와 日(날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해(日)가 떠오르며 나무(木)에 걸린 모습으로 해석하곤 했었다. 그러나 갑골문이 발견된 이후에는 東자가 보따리를 꽁꽁 묶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東자의 본래 의미는 ‘묶다’나 ‘물건’이었다. 그러나 후에 방향을 나타내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동쪽’이나 ‘동녘’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다만 東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여전히 보따리와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보따리에는 곡식의 씨앗이 가득 들어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니 東자가 쓰인 重(무거울 중)자나 種(씨 종)자, 動(움직일 동)자, 量(헤아릴 량)자, 衝(찌를 충)자는 모두 곡식이 든 보따리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東(동)은 (1)동쪽 (2)동가(東家)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동녘 ②동쪽 ③오른쪽 ④주인(主人) ⑤동쪽으로 가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녘 서(西)이다. 용례로는 동쪽 방면을 동편(東便), 동쪽을 향함을 동향(東向), 동쪽의 땅을 동토(東土), 동쪽 지방을 동방(東方), 동쪽의 바다를 동해(東海), 어떤 지역의 동쪽 부분을 동부(東部), 동쪽으로 옮김을 동천(東遷), 동쪽으로 난 창을 동창(東窓),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동풍(東風), 동쪽에 있는 이웃을 동가(東家), 동쪽을 향함을 동향(東向), 동쪽에서 옴을 동래(東來), 동쪽 마을을 동촌(東村), 동쪽의 땅을 동토(東土), 동쪽에 있는 나라를 동방(東邦), 봄철에 농사를 지음 또는 그 농사를 동작(東作), 동쪽 방면이나 동쪽 편을 동편(東便),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동문서답(東問西答),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쪽과 서쪽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동서불변(東西不變), 동에서 번쩍 서에서 얼씬한다는 동섬서홀(東閃西忽)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