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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그 무언가는 인내심 있게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고 그럴 때마다 무언가의 주변에선 ‘붕붕’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도대체 무엇일까. 순간, 조명탑에 희미한 불이 들어오고.
(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이윽고, 눈에 들어온 정경. 한 선수가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텅 빈 그라운드에서 스윙연습을 하고 있었다. 누굴까. 혹여 안치용일까. 지난해 5월 5일 두산과 LG 경기를 잊지 못한 까닭이다. 당시 승리 팀 두산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서도 죄다 남아 훈련에 매진했다. 반면 패배 팀 LG 실내연습장엔 혼자 남아 스윙연습에 몰두하던 안치용을 빼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정성훈이었다. 사랑과 감기 그리고 폼은 숨길 수가 없는 법이다. 멀리서도 그의 타격폼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벽에 비친 그림자처럼 정성훈은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계속 스윙을 했다.
(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일주일 전부터 자발적으로 남아 연습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잠실구장을 찾았을 때 LG 김용달 코치의 입가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김 코치의 말대로 정성훈은 6월 30일 잠실 롯데전을 시작으로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구장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배트를 들고 텅 빈 그라운드에 나와 타석에 섰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마운드를 응시하며 실전 같은 스윙을 반복했다.
고무적인 건 정성훈만의 행동이 아니란 데 있다. 김 코치는 “맨 먼저 자율훈련을 시작한 이는 박경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형이 시작하고, 정성훈이 뒤를 따랐단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 세 선수는 어두운 잠실구장에 남아 배트를 휘둘렀고, 노력은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 잠실 두산전 3연승의 주역은 공교롭게도 세 선수였다. 박경수의 홈런과 이대형의 호수비, 그리고 정성훈의 진루타가 없었다면 LG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세 선수의 최근 5경기 성적 역시 그냥 지나칠 게 아니다. 박경수는 14타수 7안타 타율 5할 2홈런 8타점, 이대형은 20타수 7안타 타율 3할5푼 1타점 1도루, 정성훈은 16타수 5안타 타율 3할1푼3리 1타점 삼진 없이 사사구 5개를 기록했다.
정성훈에게 굳이 구장에 남아 스윙연습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날도 더운데 실내연습장에서 하는 것보다 야외가 낫죠. 바람도 불고, 공기도 좋고.” 그리고 잠시 뒤 정성훈은 속엣말을 하다가 이내 말끝을 흐렸다.
“요즘 야구를 못하잖아요. 야구만 잘하면 날도 더운데 뭐 하러 (스윙연습을) 하겠어요. 아, 감을 잡으면 좋은데…이 감(感)이 안 오네요. 감이.”
야구선수에게 '잃어버린 감'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번쩍인다고 모두 금이 아니듯 노력만 한다고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송구홍 LG 수비코치는 정성훈을 보면 대견스럽다. “장난도 잘 치고, 말도 많고 언뜻 보면 산만하다 싶어 걱정이 많았는데 모두 기우였다. 경기에 나서면 집중력이 말도 못하게 높다. 수비 시 풋워크와 송구 그리고 타격 때 팀배팅은 역시 ‘정성훈’이란 평을 들을 만하다.”
하지만, 잊어버린 감을 찾으려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29살의 내야수가 한편으로 걱정도 된단다.
“(정)성훈이를 뒷받침할 마땅한 백업요원이 없어 체력적으로 부담이 심한 상태다. 원래 체력이 강한 선수도 아닌데….”
송 코치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성훈은 불평 한 마디없이 경기에 출전했고, 경기가 끝난 다음 다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야구계에서 LG가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LG에겐 오래된 농담과 같던 ‘자율’과 ‘나보단 팀’이란 말이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팀이 포기하지 않으면 팬도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1990년대 LG의 전성기 시절. 당시 야구팬은 기억할 것이다. 온통 흙으로 범벅이 돼 줄무늬가 보이지 않았던 그 시절 그 LG 유니폼을. 요즘 LG 선수들의 유니폼을 보며 그 시절이 조금씩 재현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혼자만의 생각일까. 어둠 속의 스윙이 지속될 때 LG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희망적인 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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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뭉클하네요.. ㅜㅜ 우리들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LG 화이팅!!
읽고 나서 눈물이 났습니다..ㅠㅠ 우리 엘지 선수들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네요~ㅠㅠ
노력하는 사람은 언제고 노력의 결실을 얻게 된다는 믿음... 꼭~~!!! 노력이 수포가 되질 않길..^^*
Man In The Mirror 마이클 잭슨 노래 들으면서 이기사 읽으니깐 완전 감동~~
fa의 대박은 아무나 터트리는게 아니네요.
아 울컥하네 ㅠㅠ
정말 눈물도 나고 훈훈한 글이네요,,,,아 전 정말 엘지팬인게 넘 좋습니다,,,야구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 게 넘 좋습니다!!울 엘지에 모든 선수들 홧팅입니다!!ㅠ ㅠ
기자님 혼자만의 생각아니죠..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저도 뭉클~하네요...저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엘지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