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정말 피임약 먹다 끊으면 임신이 잘 안되나요?
1년 동안 피임약 복용하던 사람들은 끊어도 최소 1년은 임신이 안된다고 하던데요'
진료 일선에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환자들로부터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 한 연구에서 피임약 복용자가 약을 끊고 난 이후 1년간 가임률은 79.4%,
2년 후 가임률은 88.3%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비복용자읭 리반적인 가임률과 비교할 때 차이가 없는 결과다.
즉 피임약을 먹었다고 해서 안 먹은 사람보다 가임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한번 퍼진 잘못된 상식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특히 한국에서는 성 담론이 오랫동안 음지에 있으면서 피임 자체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피임제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매우 넓고 또 깊게 자리를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면 난소암, 자궁내막암,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에도
전체적인 암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피임제 복용 중 ㅇ리시적으로 경험하는 매스꺼운 증상을 마치 피임제 복용 기간 내내 지속된다고 알려진 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일부 피임제에서 관찰되는 부작용인 체중 증가가 마치 전체 피임제 모두 해당되는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도 있다.
이러한 잘못된 편견들이 쌓여 결과적으로 세계적으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표적이 피임법으로 인정받는
경구피임제 복용을 꺼리게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2006년 기준으로 각 나라의 먹는 피임약 사용률을 조사해 본 결과 벨기에 42%, 뉴질랜드 40%, 프랑스 36%,
독일 29%, 영국 26% 등으로 높은데 비해 한국의 피임약 복용률은 약 2%로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일반인들이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피임약을 기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성욱 해운대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경구 피임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피임법일 뿐 아니라,
월경통 감소, 월경량 감소, 월경 전 증후군 차료 예벙에 효과적'이라며 '또 장기적으로 골다공증 예방, 자궁내막증 치료,
갱년기 여성에서 갱년기 증상을 부가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유망한 치료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많은 분들이 경구 피임제에 대한 잘못된 상식에서 벗어나 올바른 치료를 받는 데 주저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