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쫒긴 주말 동선
팔월 첫째 주말은 동선이 무척 혼란스러웠다. 금요일 퇴근길 평소 넘다든 거가대교를 거치지 않고 고현을 거쳐 통영으로 나갔다. 방학이면 매번 얼굴을 보는 대학 동기들과 만남이 예정되어서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속에 강구안 중앙시장 횟집에서 저녁을 함께 들었다. 울산과 창원에서 달려온 동기 내외 여섯 가족이었다. 대구와 함양의 동기는 사정이 있어 자리를 못했다.
저녁 식후 현지에 사는 동기의 주선으로 통영 야경을 구경할 해상 투어 유람선을 타기로 예약이 되었는데 비가 와 운항이 취소되어 아쉬웠다. 비는 여전히 계속 내리는 속에 일행은 숙소로 정한 통영대교를 건너 산양 풍화수월 펜션으로 들었다. 야참으로 준비한 가리비를 삶아 맑은 술을 더 비우면서 그간 밀려둔 안부와 세상 사는 얘기를 나누다 날짜변경선을 넘겨서 잠에 들었다.
곤한 잠에 든 새벽에 창원 동기가 모친이 별세했다는 부음이 왔다. 노환과 치매로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뜨셨다. 동기 내외는 어둠 속 빗길에 창원으로 복귀하고 남은 동기들은 장어국을 끓여 속을 푸는 아침을 들었다. 상을 입은 동기가 있어도 남은 동기들은 예정한 오전 일정을 진행하려니 비가 계속 내려 차질이 생겼다. 파도가 잔잔한 포구에서 작은 배를 타고 낚시를 가려고 했다.
낚시를 떠나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켜니 전국 곳곳 산사태가 나고 물난리를 겪고 있었다. 우리가 묵은 숙소 뒤 산비탈도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하룻밤 머문 공간을 정리하고 시내를 벗어나 죽림 신도시 활어시장에서 생선회로 점심을 들었다. 귀로는 창원에 들려 모친상을 입은 동기를 위로하고 집으로 갔다. 동기 문상이 아니었으면 집에 들지 않고 연사 와실에 머물 때였다.
비가 그쳐가는 일요일 아침나절 산행이나 산책은 마음을 내지 못했다. 이른 점심을 들고 팔룡동 시외버스터미널로 나갔다. 그간 일 년 반에 걸쳐 방학을 제외한 일요일이면 고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원대로와 터널을 거쳐 장유에서 녹산을 지나니 신항만이었다. 가덕도에서 거가대교를 건너니 진해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장목에서 고현으로 미끄러져 간 버스는 연방 종점에 닿았다.
연사 와실로 돌아와 곰팡이가 염려되어 제습기를 가동시켰다. 약간의 소음이 있어 실내에 머물기보다 산책을 다녀와 저녁을 지어 먹을 생각을 했다. 바깥은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금세 쏟아지지 않을 듯했다. 평일이라면 퇴근보다 좀 이른 시각이었다. 한두 시간 걸리는 거리는 마을 안길을 지나 유계 임도가 떠올랐다. 시내버스로 장승포로 나가 탁 트인 해안로를 걸어볼까도 싶었다.
후자를 택해 연사 정류소로 나가 능포행 10번 시내버스를 탔다. 연초삼거리를 지나니 한 줄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산이나 비옷을 준비하지 않아 산책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송정고개를 넘어 옥포를 지나니 비는 그쳐주었다. 대우조선 정문과 동문을 지나 두모고개 너머 장승포에서 내렸다. 포구가 바라보인 수변공원으로 나가니 비는 흩뿌리다 그치길 거듭해 발걸음이 망설여졌다.
수협 공판장에서 해안 산책로를 올라 능포로 넘어갈 요량인데 거제대학 쪽에서 구름이 짙어지며 비가 묻어왔다. 우산이나 비옷을 준비하지 못함이 마음에 걸렸다. 해안 산책로를 걸어 양지암 조각공원을 거쳐 등대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비가 발길을 막았다. 그냥 잠시 사이 지나갈 비인지, 한동안 계속 내릴 비인지 예측을 할 수 없었다. 온몸에 비를 맞고 걸을 수 없어 산책은 단념했다.
장승포 수협 근처서 고현으로 나가는 버스를 탔다. 왔던 길인 두모고개를 넘어 대우조선 동문과 정문을 돌아갔다. 옥포에서 송정고개를 넘으니 연초삼거리였다. 차창 밖 비친 하늘은 언제 비가 왔느냐 시치미 떼듯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연사 와실로 드니 제습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윙윙거렸다. 찌개를 끓여 저녁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를 마치니 바깥에는 비 오는 소라가 요란스러웠다. 2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