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1박2일 곰배령을 갔을때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보려고 애를 쓰다가 지쳐버렸다.
아아, 곰배령. 내년에 다시 와야지.
결국 약속대로 5월7일 석가탄신일 연휴
2박3일간의 여행을 계획하였다.
천천히 시간에 마음 졸이지 않고 느긋하게 지내고 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물금에서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렸다.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브레드 젬마를 만나 곰배령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다.
일찌감치 서둔다고 아침을 제대로 못 챙겨먹었다는 나와
애플은 차를 타자마자 찐 감자부터 입에 챙겨넣었다.
2박 3일간 먹을 음식을 바리바리 몇 보따리를 챙겨온 젬마
차에 사람보다 음식이 더 많아서 가는 내내
먹어댄다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가는 도중 강원도 메밀막국수도 먹고
감자전도 먹고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자신들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우리는 잘 먹고, 잘 떠들면서 여행을 즐겼다.
다섯시가 다 되어서야 펜션 그곳에 가면에 도착하였다.
작년에 묵었던 곳인데 집 주인이 얼마나 아름답고 친절하던지
올해도 인연을 연장하고 말았다.
보랏빛 채색이 정말 멀리서 보면 동화같은 집이다.
앞마당을 둘러보며 강원도의 오월을 마음에 담았다.
작년보다 정원에 더 많은 꽃들이 심겨져 있었다.
주인 아저씨께서 부지런히 손을 놀리신 흔적들이었다.
-자, 짐들 푸시고 우리 뒷산에 한번 오릅시다. 아침부터 운전하신다고 고생들 하셨는데...
우리집 뒷산에 약초와 야생화가 만만찮아유~~~
구수한 주인 아저씨를 따라 뒷산에 올랐다.
가면서 풀꽃들과 약초에 대하여 설명해 주셨다.
맛있는 저녁을 해먹고 우리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누구 말에 의하면 자다가 방귀도 풍 풍 뀌었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는데....
누군지는 알 수가 없다.
십년이 넘도록 함께 여행다니다 보니 니것 내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사이가 되어버려서 한 이불 속에서 방귀 풍풍 시원하게 뀌는 것쯤이야~~~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엘비스와 브레드는 새벽에 일어나 벌써 마을을 한 바퀴나 돌다왔다.
마을이야 모두 몇 가구의 펜션이 전부인데....
어르신들은 언제나 잠이 없어서 탈이다.
여성동지들은 늦게늦게 일어나 찍어 바른다고
언제나 시간이 걸린다. 이 깊고 깊은 산중에서
찍어 발라봤자 누가 봐줄이도 없는데 말이다.
10시에 곰배령 출입문이 열리기까지 30분이나 시간이 남았다.
단목령 올라가는 길로 산책을 나섰다.
가는 길에 멋드러진 한옥을 만났다.
자연속의 한옥이 그림처럼 잘 어울린다.
단목령 초입부분까지 가서 시간이 되어 되돌아오고 말았다.
곰배령은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가 없다.
하루에 출입인원이 제한되어 있는데가 신분확인 또한 철저하다.
오늘 따라 신원대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참을 기다리다 드디어 우리 차례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나서 출입증을 받아 가방에 달았다.
-산림청에서 예약하신분은 맨 앞 창구로 가세요
연신 자원봉사자가 핸드마이크로 줄지어 선 사람들에게 안내방송을 한다.
아아, 저 분은....
몇 년전 MBC <곰배령 사람들>다큐를 본 적이 있었다.
낯이 익다. 바로 세쌍둥이엄마이며 시인이신 이하영씨다.
한무리의 산행객이 지나고나니 이제사 숲이 좀 조용하다.
뒤처진 젬마와 애플과 함께 나는 야생화 천국에 들어선
기분은 인간이 쓸수 있는 모든 감탄사들을 끌어나 소리쳤다.
와우~~ 와아~~ 어머나~~ 세상에나~~
이럴수가~~ 어쩜~~ 오오~~ 아아~~ 크으~~
점봉산 곰배령. 작년 여름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려
비옷을 입고 이 길을 걸었었다.
추워서 벌벌 떨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연둣빛 숲속으로 사람이 걸어간다.
드디어 우리는 숲이 되어 버렸다.
살아있는 숲.... 자연 그대로의 숲....
지난 여름날 물이 불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넜던 징검다리
촐랑대며 건넜던 그날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우리가 먼저 갈겨. 브래드 젬마가 맨 앞에 섰다.
드디어 곰배령 정상.
정상에 오르는 길엔 봄이 무르익어 갖은 야생초화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정작 정상에는 이제 막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나무에도 겨우 봄눈이 퍼졌고 풀들은 봄 햇살과 바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년 여름날. 소록소록 내리는 세우속 앞을 분간하기 힘든
안개속에서 이 천상의 화원을 즐겼었다.
곰배령의 야생화는 2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