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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돈 벌 곳, 돈 버는 대상만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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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 전공 학생들이 정부에 보내는 당부…“편향외교 벗어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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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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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씨 사망소식이 전해진 후 김씨가 졸업한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는 빈소를 마련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이었다. 미디어다음은 한국외대 아랍어과 이일영(25, 3학년)씨와 전돈이(25, 4학년)씨, 김한지(25, 대학원)씨로부터 이번 사건을 보는 그들의 시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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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중동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얘기하기도 했다. 사진 이일영씨(왼쪽)와 전돈이(오른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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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일 씨 사망 사건을 보면서 중동과의 협상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 이일영(이하 일영) : 79년은 중동붐으로 최고 전성기였다. 아랍어과 정원도 200명이 넘었다. 하지만 이후 20년 동안 정부의 지원도, 기업의 관심도 없었던 곳이 중동 지역이다. 또 90년대 중반 외무고시 과목에서 아랍어가 빠지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중동지역 대사관 중에 수단 대사를 빼고 아랍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 중동은 단지 돈벌이를 위한 지역이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중동지역이 단지 돈 벌 곳, 돈 버는 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 김한지(이하 한지) : 일본은 50~60년대부터 ‘JAMES’라는 중동학회를 운영해왔다. 중동지역에서 연구와 조사도 하고 유적발굴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동지역의 경제성에만 눈독을 들여온 게 사실 아닌가. 실제로 중동지역은 우리나라 보다 일본에 대해 더 친근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양성된 학자들과 중동 전문가들을 가진 일본은 중동지역의 ‘인맥’도 더불어 가졌다. 이번 사태와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 현지에 있는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구색 맞추기식 협상단 파견 아니었나.
- 미국과 이슬람권의 관계, 그 속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 한지 : 미국과 이슬람 사이에서 한국은 다각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슬람과 이라크만 보지 말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슬람권을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 부시 대통령 당선 이후 네오콘에 의한 정권과 정책 결정이 심화된 것은 이제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네오콘은 기독교 원리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이는 유대인과 밀접한 유대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달리 말하면 이는 이슬람 원리주의와 상극이고 충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이 싸움에서 한 쪽 편을 들 이유가 없지 않나.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을 큰 틀에서 보고 편향된 외교를 수정했으면 좋겠다.
▲ 일영 :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근본적인 대립각의 출발이다. 미국이 이스라엘만 돕는 건 누구든 다 알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도 일본의 식민지를 경험하지 않았나. 이라크 내 저항세력이 민간인을 납치하고 살해한 것은 분명 지탄 받아야 하지만, 우리의 광복군과 독립을 위한 노력 등도 감안해서 이라크를 봐야 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이왕 이렇게 됐으니 파병을 해서 이라크를 다 쓸어버리자는 식의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 김선일 씨 살해 후 이라크 파병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전돈이(이하 돈이) : 어차피 파병을 할 수 밖에 없다면 미군의 부탁을 받아 가는 인상을 지웠으면 한다. UN결의안이 얼마 전에 통과됐지 않았나. 군복에 태극마크가 아닌 UN평화유지군 마크만을 달고 파병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파병이 예정된 지역에만 잘해주고 있지 않나. 한 개 부족에만 잘 해준다고 이라크 전체 의식이 바뀌겠나.
파병한 뒤 이라크와의 관계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중동전체를 보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 자기네들끼리 싸우면 22개국이지만, 이슬람권 이외의 지역과 다툼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 일영 :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거다. UN평화유지군으로 가더라도 이라크에서는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의 희생을 감수하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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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학생들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엽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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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일 씨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돈이 : 무능력한 정부의 협상 태도다. 무사 안일한 낙관적인 태도로 일관한 채 전례로 납치됐던 일본인들이 풀려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풀려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가 보기에는 중동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협상단이 현지로 출국했었고,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현지를 찾지 않았다. 일본의 전례와 상황이 틀리지만, 일본은 외교부장관까지 친히 갔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일본은 현지 이슬람단체를 통한 적극적인 협상을 했었다.
▲ 일영 : 김씨가 미군 납품 업체인 회사에서 일했고, 납치단들은 이 점을 지켜봤을 것이다. 이미 김씨는 미군과 어느 정도 동일한 대상으로 판단됐을 것이고, 사태는 이내 걷잡을 수 없이 된 것도 있다.
▲ 한지: 이라크는 중세 봉건제 국가를 떠올리면 된다. 15개 이상의 부족이 모여 대부족장을 둔 체제인 것. 후세인이 대부족장 개념이었고, 각각의 부족장에게 자치권을 주는 대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만세를 누렸던 것이다. 그리고 각 부족은 부족장을 신처럼 떠받는다. 그렇다면 팔루자 지역의 부족장(이맘, 이슬람 단체장)을 공략하는 협상책이었으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아랍어과 동문들, 선배 못다 이룬 꿈 우리가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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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씨 사망 후 한국외대에 마련된 빈소에는 하루종일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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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다음 / 김진경 기자
“아랍어를 공부하고 이라크에서 꿈을 이루고자 했던 선배의 꿈을 이제 우리가 잇겠습니다.”
김선일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한국외대, 부산외대 등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비보를 전해들은 동문들의 애도의 물결이 줄을 잇고 있다.
다음 카페 ‘한국외대 아랍어과 04학번’(http://cafe.daum.net/04hufsarab)에 다음이름 '레몬에이드'님은 “새벽에 친구 문자 받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지금까지 뉴스만 봤다”며 “아랍어를 전공한다는 사실이 오늘은 부끄럽고 싫다”는 글을 남겼다. 'AK-47'님은 “이라크에서 살해된 사람은 김선일씨 한 명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우리 국민 모두는 한번 목을 베인 셈”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부산외대 아랍어과 동문카페’(http://cafe.daum.net/busanarab) ‘태권V’님은 “미 제국주의에 짓밟힌 아랍 민족주의라는 거창한 정치 논리까지 얘기 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우리나라도 원리주의 이슬람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추가 파병 되는 젊은이들 중에는 가족 부양을 위해 지원한 동문들도 있다고 들었다”며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후짱’님은 “아랍어과에 입학하면서 선교의 꿈을 품었지만, 김선일 씨 비보를 전해 듣고 마음이 흔들린다”면서도 “선배의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겠다”며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부산외대 아랍어과 박인봉(25) 씨는 “명분과 원칙을 중시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확한 절차에 따라 협상이 진행됐더라면 민간인 살해의 참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들 학교 홈페이지에는 중동지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선후배들의 안부를 묻는 글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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