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되고 내 머리는 길틈이 없이 뭉텅뭉텅 잘려져 나갔다. 무슨 맘인지 짧은 단발의 틈도 없이 왜 그렇게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라댔을까??
여전히 큰키에 짧은 머리. 단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처럼 껄렁껄렁한 걸음대신 범생이 걸음으로 바뀐것 뿐.
하지만 여전히 말수가 적음은 뭇여인의 가심을 적셨을까낭?? 홍홍.
4월 초 어느날 같은 청소당번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소각장을 갔다 왔는데.. 며칠후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만것이다.
그 친구는 내게 이쁘게 잘 적힌 편지한장을 전해주었다.
'안녕.. 현정아..너는 나를 모르겠지만..'으로 시작되던 그 편지는 얼굴도 모르는 윗반 여학생이 쓴것. 어흑~!
모야모야..!
편지 전해준 친구에게 '이런거 별로 받고 싶지 않은데..'라 전했더니.. 얼마후.. '자주는 아니고 가끔만 쓸께..'라는 편지가 도착했다. ㅠㅠ
나중에 알게된 그 여학생은 무지무지 얌전하게 생긴 모범생.
아침에 늦게 일어나 종종 빈속에 등교하는 내가 아침에 제일 기다리는건 보충수업과 1교시 사이 시간. 주번에게 전해지는 빵하나와 커피한잔 하는게 유일한 낙이었던 내게...
어느날. 윗반 여학생은 맛있는 제과점 빵을 들고 찾아왔다.
앗~! 맛난 빵이닷 ^^;; 촙촙촙
그 빵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빵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친하게 지내야겠군~!'
뭐 꼭 그때문만은 아니었지만(-_-;;) 그 친구와 난 더러 몇마디 나눌정도가 되었고.. 사실 그럴수 밖에 없었지만.
그 친구의 집과 학교 사이 쯤에 사는 난 아침 스쿨버스를 타기위해 뛰어야 했고.. 그럴만하면 당연히 콩나물 시루같은 스쿨버스에 끼어 타야했지만.. 그 친구는 아침마다 무슨 재주인지 늘 내 자리를 맡아주었다.
콩나물 시루에서 자리를 잡고 앉으면 그 기분이야 이룰말할수 없지만.. 학교까지 이어지는 어색함은 바늘방석을 만들어주었다.
시험기간엔 잘 정리된 노트랑 프린트물까지 잘 모아주어서 사실 고마운점도 많이 있었다..^^
수학여행을 떠나고 나는 친한 몇몇과 함께 당시 유행하던(유행에 민감한 나이기땜에) 서태지 패션을 따라하고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_-;;
멜빵바지에 택 안땐 모자와 치렁치렁한 액세사리. 우린 무슨 서태지와 아이들인줄 착각하며 빨강 노랑 청색의 바지와 같은 액세사리를 매달고... 2박3일 동안 5통의 필름을 써가며 사진을 찍었다. 태지보이스의 폼을 잡고..
태지보이스가 입고 나왔던 옷을 찾아 옷가게를 뒤지고 결국 하나 찾아낸 양군의 T셔츠. 노란색 에 한쪽팔엔 녹색이 다른쪽 팔엔 보라색이 들어간 옷. 목선과 손목선. T셔츠 하단엔 주황색이 들어간 옷이었다...^^
그 옷을 입고.. 수학여행 떠나기 며칠전 윗반 여학생이 사준 벙거지 모자를 쓰고(생일선물이었던가..? 그랬던듯..) 즐거운 수학여행을 하게 된듯 싶었다.
하지만.. 여행지로 가는 족족.. 어디서 나타난 그 얌전한 학생과 무슨 기념 촬영같은 걸 하게 되었다. 휴~
수학여행이 끝나고.. 전부터 사진 한장 달래선 그 친구의 부탁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기념촬영사진을 현상해서 줄수 밖에 없었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 초상화를 하나 그려주고 싶었다 했다. 직접 불러서 그리면 내가 쑥쓰러워 할것 같아서.. 그랬다나..?
그 친구 땜에 부담스러워 하던 내게 한 측근은 그 친구네 목욕탕을 이용하라는 거였다.
그 친구네 집이 목욕탕을 하는데 자주 와있더라는 것. 흑. 날 뭘로 보는고얏~!
시간이 한참 지나고 고2가 될 무렵 내게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수학을 젤 좋아하고 공대쪽을 생각했던 나는 당연히 이과로 가려고 했으나..
알다시피 여학교에서 이과를 지망하는 이들은 별로 없어서.. 9반 중에 2반만을 이과로 만든다는 거였다.
그 친구는 이미 이과로 지원했다니.. 여간 고민되는게 아니었다. 2반밖에 없으니 같은반 될 확률 50% 아침,저녁 스쿨버스에서 보는것도 모잘라 하루종일 같이 있자니..
고민고민.....하던 내게 너무나 확고한 답을 해주던 나의 가족들..
'여자가 무슨 이과야~ 문과가서 공무원이나 하지~!'
ㅠㅠ.......
단호한 가족들 덕에 나는 문과를 선택하고 싫은 국사랑 세계사.. 하면서 머리 뽀가지는줄 알아따.
이래서 그 친구와 인연이 끝났냐고? 그랬다면 야그가 아니지..
문과로 택한 나는 불어반으로 가게 되었는데..
(사정인즉.. 1학년때까진 제 2외국어를 일어만 하다가
서울 모대학에서 본고사 제2외국어로서 일어를 인정 안한다 하여 급하게 만들어진 불어반.
처음엔 불어와 독어를 모두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독어신청자가 적어 불어반만 하나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해서 내가 된것은 2학년 7반.
불어반을 1반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껄..
아님 이과반을 1.2반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걸..
마치 우리반은 이과반 처럼 다른 문과반들과 다른층에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이과반 옆에 자리잡게 되었다.
2학년땐 아예 2학년1반부터 6반까지는 본관건물에..
7,8,9반은 서관건물에 따로 되어 있어서.. 사실 난 문과친구들은 잘 모른다..-_-;;
덕분에 화장실가다가 커피마시러 가다가 광합성하러 가다가.. 그 친구랑 마주치기 일쑤..
한 1년을 그렇게 힘들게 보내다.. 3학년이 되고 우린 각자 공부에 매달리게 되고..
고3때 그 친구가 사는 집 반대방향을 이사를 가게 되어 더이상 스쿨버스에서 마주치는 일도 없어졌으며 학년전체가 본관건물로 가게 되었기 때문에.. 전처럼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마주칠일은 사라져갔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라 했던가.. 푸히히.
이젠 더이상 그 친구의 편지도 그 친구의 어색한 목소리도 없어졌다.
고3 .. 한해를 취미삼아 열심히 공부하고 나는 다시 정상적인 교우 관계는 물론이거니와 모범적인 학생으로 졸업하게 되었다......우하하하하하.......졸업이닷~!!!
졸업을 하고 이제 더이상 머리를 짧게 자르지 않는다.
항상 긴머리만을 고집하며..
꼭 한번 짧게 자른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남들이 봤을땐 제법 긴 단발이었다.
가끔 힙합바지 같은걸 입고 다니긴 하지만.
바지보단 치마를 더 많이 즐겨 입고..
모자 대신 이쁜 핀을 꽂거나 머리를 묶는다..
난 여성스러움 그 자체야~!!!! 푸하하하하
............................이상 산슈여써여..^^ 캄사!
근데 정말 저의 보이시함이 사라졌을까여??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