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dseraph.egloos.com/4746803
작년에 제대했는데 제대 전 6개월동안 GOP 탔었던 경험으로 GOP는 왜 털릴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서 약간만 이야기해보죠. 괜히 비밀걸리는걸지도 모르니까 글은 금방 내릴 겁니다.
참고로 전 FEBA생활이랑 GOP생활 둘다 해봤고 훈련도 KCTC, 유격, 혹한기, 공중지상합동훈련, RCT, ATT, 소부대훈련, 작계 다 뛰어봤으니까 한곳만 해봐서 니가 잘 모른다는 말은 안하셔도 됩니다.
1. 일반적인 군대가 훈련 외의 상황이 일과-휴식-잠 이라고 되어있죠. 보통 일과시간은 5시까지고, 그 이후로는 뭐 부대정비하던가 쉬던가 암튼 좀 자유로운 시간이 있습니다만
GOP는 경계-작업-잠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휴식'이 존재하지 않아요. 레알. GOP는 휴식이 없어요, 휴식이란 온리 오직 잠, 잠뿐입니다. 잠잘때만이 쉬는겁니다. 거기다가 GOP는 '주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휴식이 없고 잠만 자고 작업하고 경계섭니다.
그리고 이 잠을 어떻게 자냐면 하루에 8시간 정도를 잔다고 하면, 5시간 + 3시간씩 끊어서 잡니다. 휴식없이 계~~속 하루에 4시간씩 끊어서 자면 인간이 미치게 되어있습니다. GOP의 병사 상황이 대충 기본적으로 저렇다는걸 알아주세요.
2. 군대의 최소 단위인 '분대'는 최고 10명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한번 경계서는데 8명정도 들어가는데 GOP로 올라갈때는 '비번'을 위해서 10명 꽉 채워서 올라간다고 합니다만 올라간뒤에 3개월만 지나면 제대하는 사람은 있는데 채워주지를 않아서 분대가 8명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러면 '비번'은 당연히 없습니다. 사실 8명만 되도 감사하고 막나가면 7명까지 - 전 6명까지도 가봤습니다만 -가고 그러면 상황병이나 취사병(-_-;)이 경계를 섭니다.
3. GOP의 작업은 끝이 없습니다. 그냥 많아요. 거기서 뭐 할게 있나... 하고 올라갔었는데 작업이 끝이 없었습니다.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가끔은 길이 무너지고 (--;) 부식차가 못올라와서 길을 만들어야 하며, 푸대자루에 흙채워서 언덕에다가 진지도 만들고, 전방이기 때문에 높으신분들이 와서 한마디씩 하고 가면 없는 초소도 만들고, 그리고 눈이 존나 옵니다. 존나 진짜 존나옵니다. 제가 FEBA때 눈치운건 장난이었어요. 겨울에는 눈치우라 잠을 못잡니다. 위에서 말한 끊어자는것도 아주 많이 잘때 이야기고 눈이오면 하루에 총 5시간 이하 잡니다. 것도 끊어서.
4. GOP라고 훈련을 안하는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는데 부대마다 일주일에 한번씩 사격훈련이 계획되어있고, FTX라고 해서 적들이 넘어올것을 상정해서 하는 훈련을 합니다. 당연히 '수면시간을 깎으면서' 합니다. 이거 한다고 더 재워주는것도 아니죠. 경계서고 복귀하는데 FTX걸리면 자살하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내비 두지를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정신교육이 있는데 한주 하고 다 짬처리 했습니다. 서류상으로 했다 치고 다 넘겼죠. 소초장 부터... 중대장도 압니다. 이게 안된다는걸. 쉬는시간도 없는데 무슨 정신교육. 투명탄창 까서 총알 다들어있나 안들어있나 확인하는 작업도 매주 합니다. 종이로 붙여놔야되고. 주간 사격훈련, 야간 사격훈련, 김정일 김일성 사진 붙여놓고 일주일에 한번씩 쏩니다. 만약 이때 탄피가 없어졌다! ...... 제 군생활에 딱 두번 있었는데 그때 분위기는 정말 다시 상상하기도 싫군요.
5. 외박은 원래 없고 휴가를 못나갑니다. 왜냐면 인원이 없기 때문이죠. 사람을 안채워줘요. 경계서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후임이 안들어옵니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최전방이면 사람 꽉곽 채워서 열심히 경계새워야 할것 같은데 사람이 없어서 죽어갑니다. 그리고 휴가를 못나가니 애들이 다 기본적으로 민감해져 있습니다. 저 있을때는 연평도 터지고, 천안함 터지고 그래서 못나가는 휴가를 거의 반년씩 못나가는 일이 생겨 장난 아니었습니다.
가끔 경계 체험이라고 해서 사단 땡보애들이 와서 '여기는 현세의 지옥인가' 하고 갑니다. 사단본부 인사계에 있던 애는 자기가 휴가를 한달 씩 나간다고 자랑하더군요. 열받아서 밀조를 존나빨리 돌았습니다. 되지라고.
6. 경계이야기로 들어가면 군 기밀이 걸리니까 적당히 이야기하자면 제가 있던곳은 일단 초소가 구렸습니다. 초소가 구조적으로 구려서 앞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창문은 '유리'로 되어있지 않고 '아스테이지' 비슷한 걸로 되어있습니다. 그 책 싸는 비닐보다 좀 좋은 그런거로 되어있죠. 저희 섹터에 딱 하나가 새로 만들어진 초소였는데, 그거 만드는데 1억 줬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정말 군대가 왜 비리의 온상인줄을 알게 됐습니다. 저희 소초에 딱 천만원만 주면 반은 남기고 그거보다 훨 나은 아방궁을 만들었을 겁니다.
아스테이지 창문의 투명도는 아주 낮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경계스며서 '여기서 뭘 보라는거냐...' 라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시설 이야기 하니까 하는건데 저희 소초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가을에 물이 안나와서 뒷산의 물줄기 따와서 거기서 물을 썼고 그래도 나은 편이었습니다. 저기 멀리있던곳은 저번해에는 펌프가 나가서, 30일동안 못씼었다고 하더군요. 소문에는 맛스타로 세수를 했다고 하던데 그건 뻥이겠지만 물이 안나왔다는것은 사실.
7. 야간경계는 '소리'로 듣는거지 '보는'게 아닙니다. 뭐가 보여야지 보이죠. 철책선에 '등'을 달아놓기 때문에 철책 넘어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 뭐냐, PVC-7이나 PVC-05k같은거 주면서 야간 감시하라고 하는데, 그거 보고 있으면 눈 병신됩니다. 시력떨어지는 소리가 막 들리는 기분. 웃기는건 밧데리도 잘 나오지 않아서 충전해서 쓰지만 충전지도 잘 들어오지 않아서 사서 씁니다. (--;)
8. 섹터는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는데, 그냥 존나 계단입니다. 저희 섹터는 그래도 좀 나아서 계단이 2천개 안쪽이었는데, 저쪽 섹터는 계단이 4천개라 뭐 그냥 살았습니다. 위성으로 대충 3~4km 잘라서 섹터를 나눠놨지만 말이 4km지 계단이라서 ... GOP타면 무릎 나갑니다. 원빈이 7사단 GOP 타다가 무릎 나가서 제대했죠. -_-;
계단타는게 힘들어서 밀조 돌때는 감시 그런거 못합니다. 솔직히 보이지도 않고.
누가 GOP 동부전선은 오밀조밀해서 거리 짧아서 더 경계서기 좋다고 하던데 그건 평지일때 이야기고... 63빌딩 두개를 1km 정도 거리 세워두고 꼭대기 까지 올라가고 다른쪽 빌딩 꼭대기 까지 올라갔다고 오면 거리가 1km라서 편하겠네?
9. 초소에서는 전방감시를 잘 안합니다. 후방감시를 하죠. 왜냐면 간부가 오니까... 이게 경계정신이 해이하다 뭐 하다 이야기를 하는데 안가본 사람들이나 그런 이야기하는거고 GOP군기는 존나 쌔기 때문에 초소 안에서 총을 손에서 놓고 있어도 영창갑니다. 당연히 언제 올지도 모를, 영원히 안올지도 모를 전방감시해서 북한군 오나안오나 기다리기 보다는 당장 나를 영창 보낼 수 있는 간부를 조심하기 마련입니다. 보통 대대장이 X일에 한번씩 찾아오고 그 이상의 인간들도 언제든지 옵니다. 소초 근처에 있는 초소는 소초에 레토나 들어오나 안들어오나 알아봐야 하는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전방감시 하다가 이거 놓치면 소초장한테 털립니다.
솔직히 초소에서 서는것도 완전 보여주기지만, 병사들은 솔직히 가장 높은 위험인 간부들을 감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딴 곳은 모르겠는데 사수는 쳐 자고 부사수는 감시한다 뭐 이런이야기도 있더군요. 저는 그런거 안했습니다만 다른곳은 모르죠. 문제는 제가 있을때는 겨울이어서 그런식으로 하면 얼어 죽습니다. 체감온도 영하 40도 50도 찍으면 그냥 추운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이런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태양이 너무 좋아요.
초소마다 히터기를 넣어줬었는데, 틀면 잔다고 틀지 말라고... 그럼 왜준거야 -_-;; 몰래몰래 키고 간부오면 창문, 문 다 열어서 온도 떨구고 그랬습니다.
10. 뚫리는거 이야긴데 3선철책이 어쩌구 하지만 맨 앞에 철책은 존나 옛날에 만들어진거라서 완전 녹슬어서 의미가 없고 대충 두번째꺼는 넘기 쉽고 솔직히 세번째 철책만 넘으면 되는거고 이게 힘들긴 해도 안되는건 아닙니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섹터는 완전 계단으로 존나 긴데, 그 넓은곳을 아주 소수의 인원으로 돌아가면서 감시하고 있으면 당연히 빵꾸가 나는겁니다.
밀조도는 시간을 말하긴 좀 그런데 고정초 왼쪽으로 밀조돌때 오른쪽으로 넘어왔다면 몰랐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뭐 뚫린걸 두둔 하는건 아닙니다. 경계작전실패한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저도 나름 경계를 FM으로 섰지만 만약 맘먹고 뚫었다면 뚫렸을 겁니다. 근데 윤형철조망은 어떻게 넘어왔는지 그건 좀 궁금하네요.
암튼 이건 구조적으로 어쩔 수 가 없어요. 이걸 막고 싶으면 당장 GOP투입 인력을 2배로 늘리고, 상황병도 늘리고 CCTV(적외선 되는거)를 달아서 감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간부 색히들아 그만좀 와 특히 대대장 이상 색히들. 너네들이 최악이야.
11. 말하고 싶은건 뭐냐면, GOP가 뚫리는건 존나 구조적인 문제로 거기 병사들은 진짜 현세의 지옥을 겪으면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FEBA에 있을때 KCTC-유격-공지-소부대를 연속으로 뛰면서 40km, 70km, 100km 행군을 하면서 여름을 지냈는데, 그런 삶을 살았단 FEBA가 GOP보다 10배는 편했습니다. 제가 보직이 81mm였는데도 말이죠. GOP는 지옥이에요.
지금 이래저래 고생을 하고 있을 GOP장병들에게 정말 위로를 보냅니다. 이번에 뚫려서 더 고생할텐데 ...
그럼 이만
p.s 그리고보니 저희 부대는 보통 하루에 4번 돌리는데, 겨울에는 5번 돌렸습니다. 주간오전, 주간오후, 전, 중, 후반야.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GOP에 있어본 사람만이 알듯...
p.s 2 저 위에 올려논 짤방에 나오는 대대장님은 진짜 좋은분이셨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대대장은 ... -_-+++
사일런트힐 공포배경음.swf
화기중대 이등병새끼 군부심 있던애 한명 있었는데 일과가 작업밖에 없으니깐 화기중대장한테 작업만하느니 gop 섹터가고 싶다고 지랄해서, 우리소초 왔는데 일주일 근무서고 옆막사 화기중대장실 몰래 찾아가서 다시 돌아가겠다고 빌고빌어서 돌아감. 그리고 주임원사 운전병 레토나에서 냉동쳐먹다가 걸려서 우리 소초로 한달동안 보내버림. 그리고 존나 열심히 운전만 했다는 후문
이분 15사단 승리전우
공감된다. 간부를 경계한다는거ㅋㅋㅋㅋ
강원도 철책은 3선이구나... 파주는 2선이었는데... 파주가 환경은 좀더 나았지만 잠은 진짜 어디든 지오피는 똑같네 ㅋㅋㅋㅋㅋ
진짜 경계 1순위는 북한군이 아니라 간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