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대장경 읽고 게송 필사하기 제469일 《중아함경中阿含經》 권제13 <오조유경烏鳥喩經> 제5일
‘저 성성이는 이 범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떠나갔다’고 말했는데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한 데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하면, 어떤 비구가 마을을 의지하여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비구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할 때 몸을 잘 보호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단속하여 지키며 바른 생각을 세웁니다. 그는 마을을 따라 걸식하기를 마치고 밥을 먹은 뒤에 오후가 되면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손과 발을 씻고 니사단을 어깨에 걸치고는 일 없는 곳으로 가거나 나무 밑으로 가거나 혹은 빈 집으로 가서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가부좌를 맺고 앉습니다. 몸을 바루고 올바른 서원을 세우며 비뚤어진 생각으로 향하지 않고 탐욕을 끊고 마음에 다툼이 없으며 남의 재물과 모든 생활 도구를 보아도 탐욕을 일으켜 내 것으로 만들려 하지 않으니, 그는 탐욕하는 그 마음에 대하여 깨끗이 하였습니다. 이렇게 성냄과 잠과 들뜸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의심을 끊고 의혹을 벗어나 선법(善法)에서 망설임이 없으니, 그는 의혹하는 그 마음에 대하여 깨끗이 하였습니다.
그는 이미 이 5개(蓋)와 마음의 더러움과 지혜가 박약함을 끊고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나아가 제4선(禪)을 성취하여 노닙니다. 그는 이러한 선정의 마음[定心]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번거로움이 없어져서 향누진지통(向漏盡智通)으로 나아가 증득합니다. 그는 곧 이 괴로움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을 알며 괴로움의 소멸을 알며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압니다. 이 누(漏:煩惱)를 알고 이 누의 발생을 알며 이 누의 소멸을 알고 이 누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압니다. 그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본 뒤에는 곧 욕루(欲漏)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유루와 무명루에서 마음이 해탈하며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 그대로를 압니다. 마치 범지가 성성이를 보고 ‘잘 왔다. 성성아,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범지시여, 나는 집에서 집으로, 동산에서 동산으로, 숲에서 숲으로 다니면서 맑은 샘물을 마시고 좋은 열매를 먹다가 왔습니다. 나는 이제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지 가려고 하며 사람들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처럼, 내가 말하는 비구도 이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비구는 수달과 같이 행동하지 말고 구모조와 같이 행동하지도 말며, 독수리ㆍ식토조ㆍ승냥이ㆍ까마귀와 같이 행동하지도 말고 마땅히 성성이처럼 행동하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집착이 없는 참다운 사람은 성성이와 같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