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정부는 노동법 사각지대, 최저임금 미만의 가사·돌봄 노동자 양산을 위한 외국인 가사사용인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정부가 저임금의 가사·돌봄노동자 양산을 위한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서울시는 24일 국내 체류·거주 외국인(유학생(D-2), 졸업생(D-10-1), 결혼이민자 가족(F-1-5), 전문인력(E1~E7, F2, F4, H2) 등의 배우자(F-3))을 대상으로 한 가사, 육아분야 비공식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상남도 역시 23일 본 사업의 추진을 발표하였다. 전라북도는 이미 2월에 본 사업을 공고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최저임금 미만의 이주 ‘가사사용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정책의 일환이다.
서울시가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진행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정부가 공언한 최저임금 미만의 저임금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 고용허가제에 의해 근로계약을 맺고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근로계약없이 비공식 노동으로 진행할 경우,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지 않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가사근로자법상의 가사노동자’와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지 않는 가사사용인’으로 노동자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법 사각지대의 가사·돌봄노동자를 양산하려는 저열한 꼼수이다.
가사·돌봄노동은 지금도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여성이 집안에서 하던 노동이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되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을 감내하고 있다. 심지어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상 적용제외 조항 탓에 가사근로자법에 의한 제공기관에 고용된 노동자들만이 노동자로 인정되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가사노동자들은 4대보험은커녕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 하고 있다. 정부는 가사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기는커녕 본 조항을 악용하여 노동법 사각지대의 저임금 가사노동자 양산을 획책하고 있다. 본 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아무런 기준없이 이용자와 노동자가 협의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어 임금 협상력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더욱 취약한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정부는 본 사업에 참여하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체류기간 연장 가점, 봉사활동 점수, 재정 능력 서류 완화 또는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체류·거주 외국인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악용하여 최악의 저임금을 감내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본 정책은 가사·돌봄 노동의 저평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착취적이며 차별적인 가사·돌봄 노동을 추진한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심각한 차별과 열악한 노동을 양산할 정책을 브레이크 없이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가 중개업체로 선정한 ‘이지태스크’는 시간제 사무보조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로 가사·돌봄서비스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서울시는 어떤 경위로 전문성도 없는 업체를 선정하였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사·돌봄노동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가사·돌봄노동자의 임금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심각하게 낮게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저임금을 더욱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은 글로벌 돌봄 착취 구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자 여성노동에 대한 폄하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가사·돌봄노동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며 공공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상의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조항 삭제와 ILO189호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차별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혐오는 급속도로 자란다.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회에서 인권은 후퇴한다. 돌봄노동에 대한 존중없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정부는 당장 비공식 외국인 가사·돌봄노동자 양산 정책을 폐기하라!
2025.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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