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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얄리얄리얄리얄)
내 인생 첫 인도를 다녀왔다
여행객이 아닌
수행자로.
지저분한 것 싫어하고,
좋은 숙소를 사랑하는 나였기에
이번 생에
인도는 못가겠다 싶었다.
그런데 꽤나 하드하게 다녀왔다.
직접 밥도 해먹고
핫팩을 붙이고 침낭 속에서 자고
노상방변도 해보고…
14박 15일을 인도에 있었다.
인도성지순례는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15박 16일 동안
8~10명 정도를 한 조로 하여 500명 정도가 함께 간다.
(정토회는 불교 수행단체로 ,
괴롭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마음 수행을 기본으로 함.)
나는 청년특별지부에 소속되었는데,
청년특별지부의 특성상 비슷한 나이 또래로 구성되었다.
조원은 랜덤 매칭되고,
이 조원들과
숙소, 밥 짓기, 차량 탑승, 자유시간, 마음 나누기, 등
빼곡하게 짜여진
일정을 모두 함.께. 해간다.(어떨 땐 2시 기상이라구요 ^^^^)
하루 일정을 마치면
조원들과 함께 모여 ‘마음 나누기’를 하는데
하루 중 일어났던 마음을 서로 나눈다.
어디서 경험해보기 힘든 이 ‘마음 나누기’가
묘하게도
내 마음의 변화를 만들어 간다.
그 속에서 나에 대한 알아차림이 있고,
상대에 대한 이해가 있다.
# 걸식 대신 도시락
성지순례 동안은 출가수행자로서 지내는데,
원래 인도 당시의 출가수행자는
걸식*(음식을 빌어먹음)을 했지만,
우리는 걸식대신 도시락을 싸다녔다. ㅋㅋ
사진 속 뒤에 가득 쌓인 파란 상자 속에는
전기 밥솥이 들어있는데
조별로 전기밥솥을 이용해 전날 밥을 짓는다.
한국에서 가져온 찹쌀과 인도쌀을 배합해서 밥을 하는데
밥 담당에 따라
윤기가 차르르 날 때도 있고,
포슬 포슬 날아다니는 밥이 나올 때도 있다.
(연세가 있는 보살님, 거사님들 조에서는
고구마밥, 곤드레밥을 해서 드시기도 했다. ㅋㅋㅋ 대단… ㅋㅋㅋ)
성지순례를 올 때
김가루, 김치볶음, 멸치볶음, 진미채 등
상하지 않는 식재료로 반찬을 준비해서 오는데
그걸로 매일 전날밤 도시락을 싼다.
생각보다 도시락 싸다니는 것 괜찮다. ㅋㅋㅋ
어디서든 엉덩이 대고 앉아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ㅋㅋ
노 브레이크타임
간혹 숙소에서 한국식 시락국이 나오기도 하고, 인도 커리를 준비해 주시기도 한다.
원래 외식이 거의 없는데, 숙소가 갑자기 정전이 되어서 전기밥솥을 쓸 수 없게 되어
뜻밖의 외식도 했다.
오랜만에 온 해외여행에 들뜬 나는
수행자로서 왔다는 생각은 잊어버린채
음식을 왕창 시켰다.
생각 보다 많은 양에
음식을 남겨서 버리게 되었는데,
저녁 마음나누기에서 한 도반이
음식을 남겨서 버리게 된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나누었다.
순간 민망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덕분에 내가 놓친 것을 알게 되었다.
환경보호, 빈곤퇴치 등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싶지만
내 욕구가 우선됨에 따라
놓치게 될때가 많은데
같은 길을 가는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들이 있어
그 길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옆 조에서
남은 밥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간식으로 먹는 것을 보았다.
그래,
우리는 이런 삶을 지향하고 있었지.
#버스인가 숙소인가
이동은 주로 버스를 타고 이루어지는데,
17시간씩 버스를 탈 때도 있다.
이 때의 재미는,
다함께 나눠먹는 간식.
앞에서부터 뒷자리, 뒷자리로 보내며
준비한 간식을 돌려먹기도 하고
인도 과자로 골든벨을 울리기도 한다.
잠깐 정차하는 휴게소에서
우루루 내려서 흙으로 된 컵에 파는 짜이(인도식 밀크티)를 사먹는 것도 재밌다. ㅋㅋ
여기까지 보면,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나.
고생길이 훤하다.
생각이 들 수 있는데 ㅎㅎ
이 성지순례의 목적은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어도 항상 ㅋㅋㅋㅋ)
불가능해 보이는,
이 방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붓다이기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순례길이다.
부처님이
처음 깨달음을 얻은 곳,
처음 법을 전한 곳 등
성지를 순례하면서
법륜스님께서 법문을 해 주신다.
(글 아래에 법문 하나를 옮겨놓았는데,
관심있는 여시들은 읽어보길! ^^)
*정토회는 실제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마음 공부를 하는 수행단체이다.
일반적인 종교적 불교와는 차이점이 있다.
내가 부처님 법을 만나
수행을 시작한지 만 4년.
나는 이전과 비교하여
훨씬 마음이 가벼워지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괴로움이 일어나더라도 빨리 놓을 수 있어졌다.
그랬기에,
수행을 지금도 이어가는 중이다.
늘 경계 따라 일어나는 자신의 마음을 살펴서
그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자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법륜-
*성지순례 참가비를 절약해 남은 돈은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불가촉 천민 마을에 세워진 학교)에 기부한다.
다음 편에 이 이야기를 할 예정!
개인적으로 이곳에서의 시간이 제일 좋았다.
인도성지순례 법문
스님의 하루에서 발췌함.
https://www.jungto.org/pomnyun/view/84634?p=37&k=
사랑하는 손녀가 죽었어요, 어떡하죠?
어느 날 베사카 부인의 손녀가 죽었어요. 손녀를 사랑하는 보통의 할머니들 마음이 그렇듯이 베사카 부인은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베사카 부인은 비가 오는데, 우산도 안 쓰고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이 계시는 기원정사를 찾아왔습니다. 부처님이 무슨 일인지 물으니 부인은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손녀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슬픕니다’ 하고 하소연을 했어요. 이럴 때 보통 사람 같으면 위로를 하겠지요. 하지만 부처님은 이야기의 주제를 바꿔서 베사카 부인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부인,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 게 좋겠습니까? 두 명이면 좋겠습니까?’
‘두 명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두 명인 게 좋다면 세 명이 되면 어떨까요?’
‘더 좋겠지요.’
부처님은 베사카 부인에게 계속 묻습니다. 다섯 명, 열 명, 백 명, 더 나아가 사위성에 사는 사람 전체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겠느냐고요. 그러자 부인은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부처님은 다시 묻습니다.
‘부인, 이 사위성에서 하루에 몇 명이나 죽습니까?’
‘많이 죽겠지요. 하루에 다섯 명, 세 명, 적어도 하루에 한 명 이상은 죽을 겁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베사카 부인에게 말합니다.
‘부인,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매일매일 슬퍼서 울겠구려.’
이 말을 듣자 베사카 부인은 탁 깨달아 버렸어요. 처음에 부인은 사랑하는 손녀가 죽어서 너무너무 슬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위성 사람 전체만큼 많으면 어떻겠냐고 물었어요. 베사카 부인은 ‘그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베사카 부인에게 사위성에서 하루에 사람이 몇 명이 죽는지 물었어요. 베사카 부인은 적어도 하루에 한 명은 죽는다고 답합니다. 부처님은 이 문답을 통해 사람이 많으면 매일매일 죽는 사람이 생기고,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매일매일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니 매일매일 슬피 울 것이라는 모순을 알려준 것입니다.
그 순간 베사카 부인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조금 전까지 슬퍼서 울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베사카 부인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알았습니다, 부처님. 알았습니다, 부처님. 잘 알았습니다, 부처님.’
베사카 부인과 부처님의 문답은 선문답하고 거의 같은 거예요. 사랑하는 손녀가 죽었는데도 슬픔이 가셨다면 남편이 죽어도 슬픔이 가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물을 잃어버려도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경우에도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 그냥 추상적인 말이 아닙니다. 꿈속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든 눈을 뜨면 다만 꿈일 뿐인 것과 같습니다. 경전 속 베사카 부인의 이야기에서 그가 좋은 일을 하고 보시를 많이 했다는 것은 세속적인 얘기이고, 가장 중요한 내용은 베사카 부인이 법을 깨달은 이 문답입니다. 지혜의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하지 집을 팔아 보시를 했다고 해도 그것은 다 꿈속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물론 베사카 부인은 깨달음의 지혜가 열렸을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많은 보시행과 보살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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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음이 편해지는 글이다 ㅎㅎ
여시진짜 멋진 삶을 살고있구나…..존경스럽다
너무 대단하고 멋지다
우와.. 고마워 여시 덕분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 멋지다!!!
와 ...
항상 누군가의 죽음이 겁먹고 두려웠는데 마지막 글이 너무 고맙다.... 쉽진않겠지만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이야....
너무 멋지다 여시..... 우연히 보게 된 글인데 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야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라... 사실 어제 내 고양이가 별나라로 가면서 어제 오늘 많이 괴로워서 부처님 말씀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여시 글을 만났네~!! 정독했다 좋은 글 나눠줘서 정말 고마워~!!
이런게 있다니.. 신청 계기랑 방법도 궁금하다
잘 읽고 가!!
나는 지금 불대 다니고 있는데...ㅎㅎ 여시 글 다 읽어봤는데 너무 좋아! 귀감이 된다고 할까..ㅎㅎ 나도 꼭 인도 성지순례 가보고 싶어ㅎㅎ 좋은 글 고마워 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