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이 개장 되었다.
정치적 함의는 제쳐두고, 화동에서 사춘기를 보낸 우리들에게는,
한번 쯤 가볼만한 거리라 하겠다.
은행나무와 빨간 벽돌의 경기도청이 있던 거리.
가을이면 노오란 은행잎들이 쌓이던 조용했던 길이,
신개념 공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보호천을 두르고, 부상병처럼 서있는 은행나무 고목들이
옛 추억을 불러낸다.
새로 단장한 광화문 광장은,
언뜻 보면, 별 정취가 없는 잘 다듬은 현대식 조형물이랄 수도 있겠으나,
정치적 사건으로 점철된 그 거리가,
분수를 맞으며 아이들이 뛰 놀고,
가족들과 연인들이 꽃밭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고,
그리고 남녀노소 싱글들이 추억에 잠겨,
또는 군중 속의 외로움을 달래며 배회하는,
유사 선진국 풍의 풍속도를 그려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도로 가운데 위치한 여건상 그 이상 어떻게 해볼 수도 없었겠다 이해가 된다.
그래도 가는 물줄기일 망정 실개천이 흐르고,
분수가 흩뿌린 물로 도로가 축축히 젖으니,
화가 많고 물이 적은 우리네 심사를 적셔주는 역할은 기대할 만하다.
꽃밭은 꽃밭이라해도, 단청의 문양을 본딴 촘촘한 식재는,
그 세심한 노력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으며,
우리 것을 살려보려는 노력은 가상하다.
세종대왕의 좌상이 자리하는 한글날, 가을날씨가 좋을 때,
다시 와 보아야 겠다고, 소생은 생각했구먼.
보안사 자리에서 미술전람회가 열렸는데, 장수막걸리에 취해,
그 곳을 들르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화동 골목길에서 바라보는 교교한 달빛은 역시 북촌의 낭만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좁은 골목길의 천진만두나 커피방아간도 아기자기하나,
내려오는 길에 들른 비어홀 옥토버훼스트의 탁 트인 시원한 공간과.
Kellner 아가씨(註)의 상큼한 모습과 친절한 응대는 역시 아직 북촌이기에 가능하다고,
소생은 감탄하였구먼.
(註) 몇년 전에는 남촌 비어할레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었음.
첫댓글 우리 것 우리 꽃, 좋기는 하지만, 대량 재배가 어려운 것인지, 관리가 어려운 것인지, 소생 알지 못하나, 앞으로 대체 식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눈에 익숙한 꽃이 사실은 외래종일 수도 있고, 외래종의 기준은 전래 년수와 교배횟수에 따라 일정한 기준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사람도 새삼스레 다문화가정이란 말이 나왔지만, 사실은 오랜 옛날 부터 그랬지요. 세월이 흘러 수차례 교배를 거쳐 비슷해지면서 단일민족 신화가 생기고, 근자에는 우리민족끼리라는 새로운 정치색 강한 신화도 만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