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보러 갔네
내일 비 온다는데,
막차에 매달린 기분으로
벚꽃나무는 이사 나간 집처럼 어수선했네
바람이 여러 번 다녀간 흔적이 도처에 뚫려있네
축제의 막이 내린 희미한 골목을 휘돌아 나오네
내년에 오라는 속삭임이 명치를 찌르네
그 말이
밤기차를 타고 떠난 사람의 어깨처럼 글썽이네
얼음에 갇혀 있던 통증이 내게로 돌아왔네
꽃을 검정으로 덮어씌웠던 날들이
무량한 꽃잎으로 피어나네
온몸에 눈을 달고 그날의 벚꽃 찾으러 가네
길에 얼싸 안겨 분홍 숲의 미아가 되어도 좋겠네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3.05.09. -
모든 꽃은 지고 난 후가 어수선하다. 나무의 발밑을 굴러다니는 꽃의 파편들, 동백꽃은 한 송이씩 뚝뚝 떨어진다. 마치 목숨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 어수선한 벚꽃을 밟으며 바람과 흩어놓은 빗줄기에 섞인 상념을 털어내듯 털다 보면, 어느새 4월이 가고, 5월이 오고, 겨울이 온다.
매년 그렇게 어수선한 발밑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밤기차를 타고 떠난 사람의 어깨처럼 글썽이는 내 그림자에도 비가 내린다. 벚꽃 비가. 하얗게 내린다. 그래도 다시 보고 싶은 것이 꽃이라는 아이러니도 어수선한 나를 닮아간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