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대장경 읽고 게송 필사하기 제470일 《중아함경中阿含經》 권제13 <설본경說本經> 제1일
제가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부처님께서 바라나시 국(波羅㮈國)에 유행하실 때에 선인(仙人)이 사는 곳인 녹야원(鹿野園)에 계셨습니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점심을 먹은 뒤에 조그마한 일로 강당에 모여 이런 일을 의논하였습니다.
“어떤가요? 여러 현인들이여, 가정이 있는 거사의 이익이 아침마다 늘어나 백 천 만 배나 되는 것과 비구들이 계를 지키고 묘한 법을 가지며 위의를 성취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밥을 받는 것과 어느 것이 낫다고 하겠습니까?”
어떤 비구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익이 백 천 만 배나 된들 무엇에 쓰겠습니까? 만일 비구가 계를 지키고 묘한 법을 가지며 위의를 성취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밥을 받는다면 오직 이것만이 지극히 긴요한 일일 것입니다. 아침마다 이익이 불어나 백 천 만 배가 되는 것이 더 우세하지 못합니다.”
이때 존자 아나율(阿那律陀)도 대중 가운데 있었습니다. 이에 존자 아나율이 비구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여러 현인들이여, 이익이 백 천 만 배가 되거나 비록 또 그보다 더 많은들 무엇에 쓰겠습니까? 만일 비구가 계율을 지키고 묘한 법을 가지며 위의를 성취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밥을 받는다면 오직 이것만이 가장 긴요한 일일 것입니다. 아침마다 이익이 불어나 백 천 만 배나 된다 해도 그것은 조금도 나을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옛날 바라나시 국에 있을 때에 너무도 가난하여 고물을 주워[군섭捃拾: 흩어져 있는 물건을 주워 모으거나 수집하다] 생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에 이 바라나시 국에는 가뭄이 든 데다 서리마저 일찍 내렸고 게다가 메뚜기(蝗蟲)마저 기승을 부려 곡식이 여물지 않아 백성들은 부황이 나고 가난하여 구걸하여도 밥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이때에 무환(無患)이라고 하는 한 벽지불(辟支佛)이 이 바라나시를 의지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무환 벽지불은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나시에 들어가 밥을 빌었습니다. 나는 그때에 고물을 줍기 위하여 일찍 바라나시를 나왔습니다. 내가 나오다가 그리로 들어가는 무환이라는 벽지불을 만났습니다. 무환 벽지불은 빈 발우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처음 들어갈 때와 같이 빈 발우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나는 고물 줍기를 마치고 도로 바라나시로 들어가다가 다시 무환 벽지불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나를 보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아침에 들어갈 때에 이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제 되돌아 나오는데 다시 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본다. 이 사람은 아직도 먹을 것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을 따라가 보아야겠다.〉
이때에 벽지불이 나를 따라 오는데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주운 고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짐을 벗어놓고 두리번거리다가 무환 벽지불이 나를 따라 오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음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를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아침에 나올 때 이 선인은 성으로 들어와 걸식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 선인은 아직까지 밥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차라리 내가 먹을 몫을 이 선인에게 주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 밥을 가져다 벽지불에게 주면서 말하였습니다.
‘선인이여, 마땅히 아십시오. 이 밥은 내가 먹을 밥입니다. 부디 나를 불쌍히 여기고 가엾이 여겨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자 벽지불이 내게 대답하였습니다.
‘거사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금년은 가뭄이 든 데다 서리마저 일찍 내리고 게다가 메뚜기가 기승을 부려 5곡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였으므로 백성들은 부황이 나고 가난하여 구걸을 해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대는 그 반을 덜어내 발우에 담으시오. 그 반은 그대가 먹어 함께 목숨을 보존하십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선인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저는 집이 있고 솥과 부엌이 있으며 땔나무도 있고 쌀도 있습니다. 음식 먹는 것도 아침이든 저녁이든 상관없이 때를 가리지 않습니다. 선인이여, 저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이 밥을 다 받아 주십시오.’
이때에 벽지불은 나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곧 그것을 다 받았습니다.
여러 현인들이여,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일곱 번 하늘에 나서 하늘의 왕이 되었고 일곱 번 인간에 나서 사람의 왕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이렇게 석가 종족 가운데 태어나게 되었고, 큰 부자로서 모든 것이 풍족하고 넉넉하며 봉호(封戶)와 식읍(食邑)과 재산이 한량없고 보배도 두루 갖추었습니다. 여러 현인들이여,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백 천 해(姟)의 금전(金錢)을 지닌 왕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데, 하물며 그 밖의 여러 가지 잡물이겠습니까?
여러 현인들이여,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왕과 왕의 신하ㆍ바라문ㆍ거사와 일체 인민에게 대우를 받고, 또 사부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에게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항상 남의 초청을 받아 음식ㆍ의복ㆍ털담요ㆍ털자리ㆍ침구와 가에 늘어뜨리는 구슬ㆍ병을 치료하는 탕약 등 온갖 생활 도구를 받게 되었으며 나를 초청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만일 내가 그때 그 사문이 집착이 없는 진인(眞人)인 줄 알았더라면 복의 과보를 받는 일이 배나 더 많았을 것이며, 큰 과보와 극히 묘한 공덕을 받아 광명이 환히 비쳐 지극히 넓고 매우 컸을 것입니다.”
이에 존자 아나율은 집착이 없는 진인으로 정해탈(正解脫)에 이른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내가 기억해 보니 옛날에 너무도 가난하여
고물을 주워 근근이 살았었네.
최상의 덕 지니신 무환(無患) 스님께
내 먹을 밥 비워서 공양하였네.
我憶昔貧窮,
唯仰捃拾活.
闕已供沙門,
無患最上德.
이것으로 인하여 석가 종족으로 태어나
아나율이라 이름 하였네.
악기를 잘 다루고 가무에 능하여
음악을 항상 좋아하였네.
因此生釋種,
名曰阿那律.
善解能歌儛,
作樂常歡喜.
나는 세존의 바른 깨달음이
감로(甘露)맛과 같음을 알았네.
깨닫고 나서 믿음과 즐거움 내어
집을 버리고 도를 배웠네.
我得見世尊,
正覺如甘露.
見已生信樂,
棄捨家學道.
나는 숙명을 알게 되어
이전에 났던 곳을 알았는데
전생에 삼십삼천에 태어나
일곱 번 그곳을 오갔었다네.
我得識宿命,
知本之所生,
生三十三天,
七反住於彼.
여기서 일곱 번 저기서 일곱 번
세상에 열네 번 태어났네.
인간과 또 천상을 오가면서
애당초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았네.
此七彼亦七,
世受生十四,
人閒及天上,
初不墮惡處.
나는 이제 나고 죽음과
중생이 가고 오는 곳 알며
남의 마음 옳고 그름과
성현의 다섯 가지 오락(娛樂)을 알았네.
我今知死生,
衆生往來處,
知他心是非,
賢聖五娛樂.
5지선정(支禪定)을 얻어
항상 마음이 쉬어 고요하고 잠잠하며
이미 바른 선정에 머물러
문득 깨끗한 천안(天眼)을 증득하였네.
得五支禪定,
常息心靜默,
已得靜正住,
便逮淨天眼.
이제 도를 배우기 위하여
세속을 멀리 떠나 집을 버리는 것
내 이제 그 뜻을 알아
부처님의 경계에 들게 되었네.
所爲今學道,
遠離棄捨家,
我今獲此義,
得入佛境界
나는 죽음도 즐거워하지 않고
또한 태어나는 것도 원하지 않네.
때를 따르고 가는 대로 맡겨두어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 세우리.
我不樂於死,
亦不願於生.
隨時任所適,
建立正念智.
나는 야리(耶離) 죽림을 따라
내 목숨은 거기서 다할 것이니
마땅히 그 죽림 밑에서
남음 없는 열반에 들어가리라.
隨耶離竹林,
我命在彼盡,
當在竹林下,
無餘般涅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