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서해안 시골 텃밭(윗밭) 감나무 밑 부근에서 엄청나게 큰 두꺼비를 발견했다.
한 손으로 잡을 수 없을 만큼 커서 행동이 아주 느릿느릿했다.
나는 주로 윗밭 감나무 부근에서 일하는데 혹시 잘못하다가는 발에 밟을까 봐서 멀리 떨어진 나무 아래에 살짝 내려놓았다.
나중에 보니까 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바깥마당 밑에 있는 아랫밭에 살짝 내려놨다. 매실나무 은행나무 등 과일나무가 잔뜩 있고, 모시풀(한삼모시 재료), 원추리 등 키 큰 풀이 있는 곳에 내려놨다.
어쩌다보니 또 감나무 부근에 나타났다. 어떻게 바깥마당을 가로 질러서 윗밭으로 또 왔지?
'너, 그렇게 하다가는 나한테 밟혀 죽을 수도 있어'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이번에 윗밭 감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놔 두었다. 내가 곧 서울로 올라가기에 윗밭(750평쯤) 놔 두어도 될 성싶다.
왕두꺼비는 무척이나 컸다. 두 손으로 모아서 집어올릴 만큼. 너무 커서 그럴까, 아니면 너무 늙어서 그럴까. 느릿느릿 움직인다. 팔짝 뛰지도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치려고 해도 나한테 금세 잡히었다. 두 손으로 살짝 감싼 뒤 두꺼비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귀가 어둬서 두꺼비가 말하는 것을 전혀 듣지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이내 다른 곳으로 살짝 내려다놓았다.
오래 전 아랫밭 앵두나무 근처에서는 왕두꺼비가 살았다. 그게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모르겠고.
어쩌다보니 보이지 않아서 죽었을 것으로 여겼다. 두꺼비의 수명이 몇 년인지를 모르겠으나 어기적 어기적 걷는 모양새로는 무척이나 늙었다고 여겼다.
나는 건달농사꾼이다 게으른 농사꾼이라서 그럴 게다.
텃밭 세 자리에 농약을 전혀 살포하지 않는다. 세 밭 모두 나무와 화초들로 가득 찼기에 윗밭에만, 그것도 조금만 빼놓고는 농기계가 전혀 들어갈 수도 없다. 밀집한 나무 틈새로 관리기조차도 운행할 수도 없다. 자연스럽게 나무과 풀들의 세상이었고, 작은 동물들이 주인이었다.
도룡이도 내려오고, 청개구리도 살고, 산개구리도 눈에 띄이고, 일년에 서너 차례 뱀(율무기 독사)도 본다.
내가 텃밭에서 일할 때에는 늘 장화를 신고, 목장갑을 끼고,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밀집모자를 눌러쓰고, 손에는 들 삽과 낫 등 농기구 연장을 들엇다. 언제든지 뱀을 내리찍어서 잡을 수 있도록.
내 윗밭 하단에는 마을회관이 있고, 내 집으로 들어오려면 조금은 에둘러서야 했다. 나무로 온통 둘러싸인 곳이라서 작은 동물들이 은신하고 살기에는 적합했을까. 윗밭은 왕대나무숲과 연결되었고, 왕대나무숲 뒷편에는 야산과 이어졌기에 산새들이 곧잘 내려왔다.
어치(까치보다 조금 작음)들이 자주 내려와서 과일을 쪼아대며, 들고양이도 자주 끼었다.
아내는 설거지를 한 뒤에는 음식찌꺼기를 윗밭 모과나무 주위에 내다버리기에 들고양이도 산새들도 자주 왔다.
들고양이나 나타나면 어치들은 낮게 날으며 꽥꽥 소리를 크게 냈다. 몇 마리의 새떼가... 숨어 있던 고양이가 사라지면 그제서야 어치 산새는 하늘로 날라서 뒷산을 날아갔다. 새들도 어떤 위험에는 서로 경고하며 알려주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나는 배운다.
모기도 시간을 명확히 아는가?
한여름철인 6월 초순. 오후 네 시가 되면 모기(구정모기, 엄청나게 날쎄고, 한 번 물리면 살이 톡톡 부르튼다)가 마구 대든다.
두꺼운 옷을 입어도 이들은 피냄새를 맡는가 보다. 옷을 뚫는다. 눈에 보이지 않은 만큼 작은 모기도 끈질지게 달려든다.
풀과 나무가 우거진 밭에서 일하려면, 해가 어설프시 지기 시작하는 오후 나절 이후에는 모기가 극성을 피운다.
겁이 나는 이들의 독침 속에 병균이 묻어 있을까 두렵고...
일을 마친 뒤에는 작업복을 벗어서 탁탁 털어내고, 목욕해야 하고 속옷도 갈아입어야 한다. 장화도 탁탁 마주쳐서 흙을 털어내고. 시골생활은 결코 낭만이 아니다. 풀과의 전쟁이고, 작은 벌레와의 전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에 겁을 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내 텃밭에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 특히나 서양민들레는 그 추운 겨울철에도 꽃을 피운다. 일년내내 꽃을 피우는 게 자연환경이다.
게으른 농사꾼, 건달 농사꾼, 새내기 농사꾼, 엉터리 농사꾼인 나한테는 장미꽃이 피고, 왕두꺼비가 나타나는 자연 그대로의 농법이 마냥 부럽지는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에...
인터넷으로 왕두꺼비의 사진을 검색했다.
아쉽게도 그렇게 큰 두꺼비의 사진은 아니다. 내가 본 두꺼비는 더 크고, 배가 더 많이 부른 늙은이었다.
2018. 6. 9.
오늘은 2018. 6. 14.
성남 모란시장으로 장 구경 나갔다.
5일장에 나온 작물(화초)이 무엇인가 구경하려고.
24절기 가운데 가장 낮의 길이가 길다는 하지가 곧 다가오는 계절이기에 밭작물 관련 식물은 드물었다.
식용으로 파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나는 어쩔 수 없는 촌사람이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로 내려가 텃밭 농사를 지을 궁량이나 댄다.
시골 내려가지 못해서 생기는 마음의 병이기에 모란시장 구경이라도 해야 했다.
식물이 든 화분 하나도 사지 않았다.
어떤 식물들이 시장에 나오는지를 살펴보려고 모란시장에 나갔는데도...
첫댓글 고기서 울집가까운데연락주시지
예...
댓글이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저도 은퇴하면 그리할 생각입니다...^^
은퇴한 뒤에 시작하면 늦을 수 있습니다.
은퇴 이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야겠지요.
은퇴란 나이 들었다는 의미이기에... 귀농, 귀촌은 무척이나 어렵지요. 전원생활은 가능하겠지만...
나이들면 자꾸만 병원 갈 일이 생기고,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아내가 따라올까요?
퇴직 이전에 충분히 연구해야 하겠지요.
농부의 기질을 타고 나신 듯 합니다.
모란시장이라도 둘러보시면서 위안을 삼으려 하실 정도면.
저희 청풍 벌치기님도
뼛속까지 자연인인 것을
제가 적성에도 맞지않는 도시에서 30여년간 부려먹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맘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베리꽃님의 짝이 진짜 농사꾼으로 여겨지네요. 다행히도 산 깊은 곳에서 과수원 운영하며, 여왕벌과 둘러싸여서 사시니까요.
자꾸만 토종벌이 사라지는 현상에 꿀 생산량도 줄어든다고 하네요.
어제 모란시장 안에는 블루베리 등이 나오던데요. 화분에 심은 불루베리도 제법 많대요.
댓글 고맙습니다.
농업은 식물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속 식물을 키우면서 교감도 하니 수양도 되고 보람도 얻을수있지요
예.
댓글이 주는 뜻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식물을 키운다는 것보다는..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는 논리를 가졌지요. 인간인 내가 조금 힘을 보탠다는 것일 뿐/ 그것도 내 필요에 의해서 조금 씨앗 등을 선택한다는 것일 뿐...
제 시골집 주변은 온통 나무와 풀...이기에... 건달농사꾼이지요. 흙을 사랑하고요.
댓글 고맙습니다.
신 선생님의 자연사랑에는 저는 아직 못 미칩니다. 존경합니다.
@곰내 곰내는 존경은 과찬이시구요 전 평생 농업기술센터 근무하였기에 관심이 좀 더 많은거랍니다
@신미주 어쩐지.. 농업기술센터 근무하셨다 하니... 님이 올린 식물 관련 사진이 범상치 않아서 눈여겨 보고 있었지요.
이따금 농작물, 원예 등에 관한 전문 지식과 경험, 전망 등을 카페에 올려주시면 저도 배우겠습니다.
기대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 댓글 고맙습니다.
진짜 농사꾼은 아니지요. 진짜 농사꾼은 카페에 들어올 여가가 전혀 없지요. 이 분들은 새벽 4시 경에 날이 어설프게 들면 벌써부터 농기구를 들고 일을 하지요. 아침나절까지 일하고 한낮에는 쉬고요. 그런데 저는 늦잠 자고,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일하고... 저는 작물을 하나도 팔지 않고도 사니 엉터리 농사꾼이지요. 진짜 농사꾼을 농작물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하기에. 시장에 나온 농작물은 모두 크고 잘나고... 못난 농작물들은 정작 농사 지은 그분들이 먹지요.
농업, 임업, 어업, 도시의 영세민들이 더 잘 사는 나라,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님의 댓글도 이쁘네요. 친정어머니(83세)가 마음건강하시군요.
어치, 구정모기, 모시풀, 원추리, 도룡이, 율무기
처음 접하는 단어들이 낯설지만 정겹습니다.
오육십년대 농군의 일기를 보는것 같으니
진정 행복한 알짜농군 같아 보입니다.
저는 가짜농사꾼이지요. 농사채 많은 농촌에서 태어났으나 청소년기에는 대전 도회지에서, 직장은 서울에서 살다가 퇴직해서야 그때까지 혼자서 산골에서 산 어머니 곁으로 내려갔으니까요. 건달 농사꾼이지요. 제 시골집에는 1950년대, 60년대에 썼던 멍석(짚으로 만든 멍석은 건드르면 바스라짐)이 남아 있지요.
흙 만지는 것이 편한 사람이지요.
어찌는 까치보다 작은 새이지요. 구정모기는 무척이나 예쁘고, 엄청나게 날세고 한 번 물리면 오지게 따겁고 부르트고.. 모시풀은 삼베못을 만드는 재료이지요. 충남 서천군 한산 세모시의 재료이고요. 율무기는 뱀 종류의 일종인데 독사. 몸에 붉은 반점이 있어서 겁이 나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참 고우십니다 그 심성이
그래요 작은 풀 하나도 사랑하는마음이
저두 미국에서 작은 텃밭에 다람쥐들이 와서 콩 따 먹는데
귀엽다고 엔지아빠보고 죽이지말라고 했어요
그해에 완두콩은 하나도 못 먹어보고요
뱁은 보면 자지러져요
해서 엔지 아빠가 뱁 잘 잡는 개 키워서
언제던지 내 곁에 있다가 잡어요
난 옆에서 거의 기절 수준이고요
한국의 농사꾼은 텃밭 속에 씨앗을 묻을 때 3배나 넉넉히 묻지요.
하나는 새들이 먹고,
둘은 벌레가 먹고
셋은 농사꾼이 먹지요.
대자연은 오로지 유익한 것, 손해끼치는 것으로 편 가르지는 않지요. 긍정과 부정, 선과 악이 함께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거든요.
인간의 정자 5억 마리 가운데 단 한 마리만 남아서 잉태되듯이 나머지는 그 한 마리의 정자를 위해서 존재하고요.
식물, 동물 등은 인간만을 위해서 존재하지는 않을 겁니다. 인간의 시각으로 편가르기를 하지요.
님도 심성도 곱다는 것을 것을 압니다. 다람쥐들도 자연의 한 부분이고요.
다람쥐 먹이가 된 콩도 대자연 속의 이치를 깨달을 겁니다.
뱀.겁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