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발간하는 ‘Social Worker’ 2017년 8월호 게재원고
노동시간의 단축과 노동자 복지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노동법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이다. 유럽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공장법’으로 제도화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562년에 ‘엘리자베스 법령’으로 여성과 어린이에게 하루 15시간에서 18시간의 노동을 강요했다.
당시 노동자의 평균수명은 30대로 일할 사람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일부 양심적인 브르조아들이 1843년에 공장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미성년자의 노동은 오전 5시반에서 오후 8시반까지(하루 15시간)로 제한했다. 1844년에는 하루 12시간 노동제를 규정하고, 1847년에는 여성과 어린이의 노동을 10시간으로 제한했다.
노동자들도 노동시간 단축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영국에서는 1834년에 올드햄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주장하며 파업하였고, 프랑스에서는 1848년 2월 혁명으로 10시간 노동제가 선포되었지만 제헌의회에서 12시간 노동으로 바뀌었다.
1866년 9월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자대회는 ‘8시간 노동제’를 제안하며, “노동시간의 단축없이 근로조건의 개선과 해방을 위한 어떤 노력도 좌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886년 5월 1일에 미국에서 일어난 ‘총파업’을 계기로 세계인은 ‘메이데이’(노동절)를 기념한다.
1917년에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소련은 8시간 노동제를 실시했다. 1919년에 국제노동기구는 제1호 조약으로 공업에서 하루 8시간 주 48시간 노동제를 채택했고, 1935년에 주 40시간 조약을 채택했다. 선진국들은 이 조약을 이행하려 했지만, 일본 등 파시즘 국가들은 거부하여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은 처음에는 아동과 여성의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점차 성인남성으로 확대시켰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아동노동을 제한한 최초의 법은 1946년 9월 18일에 제정된 ‘아동노동법규’이었다. 이 법규 제1조에는 “본 영은 조선 아동이 현대사회에 있어서 시민의 책임을 질 준비를 가추어 성년에 이를 수 잇도록 하기 위하야 전 세계 문명 각 국이 채용하는 인도적 계몽적 원리에 따라 아동노동법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함”이 규정되었다.
이 법규는 “만 14세 미만의 아동은 공사간 상공업에 또는 이에 관련되여 고용하거나 종사함을 허가 우(또又)는 묵인함을 금함”으로 하여 14세 미만의 노동을 금지시켰다. 또한, “만 12세 미만 아동의 고용에 관하야 기존한 모든 계약 우는 협약은 본 영 공포일부터 차를 폐기함”이라고 하여 전산업에서 12세 이하의 노동을 금지시켰다.
14세 이상은 일할 수 있지만, “만 18세 미만 아동은 생명 신체에 위험하거나 건강 우는 도덕에 유해할 공사간 사업에 또는 이에 관련되여 고용하거나 종사함을 허가 우는 묵인함을 금함”을 명시하였다. 건강과 도덕에 유해한 종목으로 “용광로, 박선소, 부두에 또는 이에 관련되여 종사하는 직업” 등 17가지를 열거했다.
한편, 이 법규에 의해 만 21세 미만 여자는 광산, 채석소, 쇄탄소(단, 기 사무소 내의 직무를 제외함), 운동 중의 기계에 기름을 치거나 소제하는 일에 고용하거나 종사하기를 허가 우는 묵인함을 금하였다.
이 법규는 아동의 노동시간도 제한하였다. 만 16세 미만의 최대 한도 시간은 주 6일, 주 48시간, 주식(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오전 7시 이전이나 오후 7시 이후의 노동도 금지시켰다. 만 18세 미만의 최대 한도 시간은 주 6일, 주 54시간, 하루 1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오전 6시 이전이나 오후 10시 이후의 노동을 금했다.
이 법규는 1947년 5월 16일에 제정된 ‘미성년자노동보호법’으로 대체되었다. 이 법은 “만18세 미만의 남녀”인 “미성년자를 유해 위험한 직업 또는 과중한 노동으로부터 보호”를 목적으로 하였다. 이 법은 12세 미만의 고용금지, 14세 미만의 상공업에 고용금지, 16세 미만의 건강 또는 도덕상 유해한 사업에 고용금지 등을 담았다. 이 법은 16세 미만의 노동 시간은 매주 6일 매일 7시간, 18세 미만은 매주 6일 매일 9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동과 여성에 대한 노동시간은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의해 후퇴되었다. 이 법은 “헌법에 의거하여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지만,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노사관계가 동등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뜻에 따라 근로조건이 결정되도록 방임되었다.
18세 이상의 근로시간은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하지만,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고 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은 “1일에 7시간 1주에 42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단 사회부의 인가를 얻은 경우에는 1일에 2시간 이내의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고 하여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시켰다. 이전 법에서 16세 미만은 42시간을 초과할 수 없었는데,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규제를 풀어버렸다. “여자와 18세미만자는 하오 10시부터 상오 6시까지의 사이에 근로시키지 못하며 또 휴일근로에 종사시키지 못한다. 단 사회부의 인가를 얻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하여 아동과 여자의 야간근로와 휴일근로까지 허용했다.
이후 근로기준법은 수차례 개정되었지만, 18세 미만 아동과 여자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내몰렸다. 1970년에 전태일은 대통령에게 쓴 편지에서 “1일 14시간의 작업시간을 단축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당시 아동과 여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의 기준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근로시간은 점차 단축되고, 민주화로 주 5일 40시간 노동제가 정착되고 있지만, 사회복지시설 근무자의 근로조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거주시설에서 생활지도원이 하루 24시간씩 근무하고 한 달에 이틀 쉬던 관행이 교대제의 도입으로 바뀌었지만, 잠을 잔다는 이유로 야간근로는 ‘휴게시간’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법정 근로시간을 노동자가 실제로 누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