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시달리던 70대 할머니가 이혼소송에서 승소,43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했다. 제주지법 제2가사부는 15일 이모(70)씨가 남편 한모(72)씨에 대해 제기한 이혼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는 피고와 이혼하고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병약한 피고와 살며 어렵게 재산을 모았으나 이 재산을 독차지하려는 피고의 욕심과 상습적인 구타가 가정파탄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56년 일본에서 재일동포인 한씨와 결혼,한국에서 혼인신고까지 마친 이씨는 그 동안 모은 일본과 제주의 부동산 등 50억원 상당의 재산을 남편,아들(42)과 함께 나눈 뒤 지난 97년 제주지법에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 소아 / 청소년 학대
서울의대 소아정신과 홍강의 교수 시론 중앙일보 96.7.3.
지난주 어느 일간지에서 부산의 한 아버지가 불량한 딸을 훈육하려고 때린 것이 잘못돼 딸이 사망했으나,담당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영장을 기각했다는 기사를 읽었다.참으로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같은 살인도 타인에 의한 것이면 중죄요,아버지에 의한 것이면 무죄란 말인가. 이 사례는 체벌은 그 정도가 아무리 심해도 훈육과 교육을 위한 것이면 얼마든지 행해도 좋다는 잘못된 사회통념을 다시 한번 확산시키고 조장하는 사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우리나라에서 훈육을 목적으로 체벌을 사용한다는 부모는 80%에 이른다.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이중에서 10%를 차지하는 다발성 체벌은 타박상은 물론 장골 골절·장파열,심지어 두개골 파열 등 의학적 치료를 요할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으며,그 중 상당수가 그로 인해 사망하기도 한다(연간 24명).아무리 교육 적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체벌이라 해도 체벌을 받은 아동의 10%가 한달에 한번 이상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상처를 받는 데 과연 그것을 「사랑의 매」라 할 수 있겠는가. 가정내 성폭력도 마찬가지다.타인에 의한 성폭력은 즉시 형사처벌이지만,아버지의 딸에 대한 성폭행은 친고죄로 피해자고소 없이는 법적 조치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흐지부지되고 만다.우리나라의 경우 성폭력의 30%는 가정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이같은 현실에서 최근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가정폭력대책을 위한 입법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이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몇가지 문제점을 미리 지적해두고자한다.
우선 가정폭력법에서 아동에 대한 폭력,즉 가족내 아동학대가 무시되거나 경시돼선 안되겠다.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이라고 하면 부부폭력만 생각한다.그동안 아내구타에 대한 조사나 입법추진이 주로 여성단체에 의해 이뤄져 자칫하면 가정폭력이 바로 아내구타인 것으로 인식하고 아동학대를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기 쉽다.그러나 실상은 아동학대 비율(8.6%)이 아내구타(4%)보다 두배이상 높다.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는 신체적 상처는 물론 후유증도 크다.학대를 받은 아동중 3분의1이 정신지체나 뇌손상을 보이고 있다.학대를 받은 아동들은 정서적 불안증세를 보임은 물론,성격이 난폭해져 후에 자신이 성인이 됐을 때 아내구타·자식 구타를 할 가능성이 크다.이렇게 볼 때 아동학대는 가정폭력의 주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지금 가정에선)세계일보 96.7.24.
지난 6월초 서울 H병원. 18개월된 남자 어린애가 엄마 품에 안겨 황급히 응급실로 들어선다. 어린아이는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고 걷지를 못한다. 담당의사는 이상유무를 알아보기 위해 X선 촬영을 서둔다. 잠시후 X선사진을 찬찬히 판독하던 의사는 흠칫 놀란다.부러진 부위 뿐아니라 다리 여러곳에 발생시기가 다른 또다른 골절흔적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직감적으로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알아 차린다.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애 엄마는 울기만 한다. 아이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움츠리고 주변사람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의사는 심상치 않음을 확신하고 아이 엄마와 면담을 위해 조용히 불러냈다.애 아빠가 던졌어요』 의외의 첫마디. 팔 다리등 사지가 온통 성한 곳이 없다. 또래들 보다 키도 유달리 작아 성장장애까지 보이고 있는것 같았다. 애 아버지는 애가 울면 왜 우느냐고 자주 때렸다. 그리고는 그치지 않는다고 집기로 패고 끝내는 내동댕이쳤던 것이다. 이런 일은 부부싸움이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더욱 그랬다.아빠는 성격이 좀 난폭해요. 애들에게도 정을 못느끼는 것 같고요』 애 엄마는 도무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한다. 의사는 아이한테 정신적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소아정신과의 도움을 받도록 권했다. 입원치료 15일째. 아버지가 병원에서 애를 데리고 야밤도주를 해버리는 것으로 모든 상황은 끝나버렸다.종합병원 응급실에는 두개골 손상이나 간등 장기파열로 실려오는 애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아동학대의 피해자들일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4) 노인학대
노모 상습구타 패륜아/집 100m 이내 접근금지 조치 경향신문 98.10.28.
70대 노모를 상습적으로 구타해 온 아들에게 2개월간 집으로부터 100m거리 안으로는 접근을 금지하는 결정이 내려졌다.지난 7월1일 가정폭력특례법 시행 이후 모자간 임시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법 북부지청 형사3단독 김용빈 판사는 27일 어머니 김모씨(75)를 폭행한 혐의로 임시조치가 신청된 임모씨(44 무직)에 대해 『별다른 이유없이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점이 인정된다』며 가정폭력특례법상 접근금지 조치를 내렸다.임씨는 지난 21일 오후 3시쯤 만취한 채 서울 신내동의 어머니 김씨 집을 찾아가 『대문이 좁다』며 가구를 부수고 김씨를 때리는 등 행패를 부리다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됐다. 어머니 김씨는 "10여년 이상 술만 마시면 폭행을 일삼은 아들이 괘씸하지만 처벌대신 집에만 찾아오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노인의 전화」 서혜경상임이사는 노인 학대문제는 단순히 경로효친사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제도적법적 차원에서 대안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가칭 「노인학대방지법」을 제정하거나 현재 관련단체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중인 「가정폭력방지법」에 부모부양 의무조항,싱가포르나 중국처럼 부양료 청구소송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발자와 가족의 도덕적 책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주간 보호소」와 같은 시설을 확대하고 양로원 요양원의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등 사회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박재간 한국노인문제연구소장은 학대받고 자살하는 노인의 증가현상이 가정안에서 혹은 사회적으로 은폐되고 있다면서 부모 자식간에 기본적인 도덕윤리관계를 새롭게 회복하는 한편 위정자들이 소외된 노인들의 문제를 합리적인 제도와 정책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5) 며느리 학대
며느리 때리지 맙시다”/폭력 시부모 첫 입건 서울신문 98.7.3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도록 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 1일 시행된 후 처음으로 며느리에게 폭력을 휘두른 시부모가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2일 며느리로부터 고소 당한 시부모 A씨(55)부부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로 폭행을 한 아들 B씨(28·의사)와 며느리 C씨(27)도 불구속 입건했다.A씨 부부는 지난 1일 낮 12시20분쯤 결혼 5개월만에 성격차이로 아들과 별거중인 며느리가 시가로 짐을 찾으러 오자 시비끝에 C씨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얼굴을 할퀸 혐의를 받고 있다.
탤런트 아내 폭행 교수 남편 기소 동아일보 98.9.2.
결혼한 이후 잦은 가정불화를 겪어오다 인기 탤런트 겸 라디오 DJ인 부인 O씨(40)를 심하게 때린 E대학 K교수(44)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는데…서울지검 형사6부는 1일 “남편 K씨는 97년 6월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에서 과거 남자관계를 묻는 질문에 부인 O씨가 기분 나쁜 투로 대답한다며 마구 때려 전치 1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라고 기소이유를 설명….
남편의 의처증 날로 심각 세계일보 96.10.9.
세탁업을 하는 김씨 가정은 편할 날이 없다. 그래서 부인은 현재 이혼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남편이 절대 안된다고 하지만 부인은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 걸었다.문제는 부인이 너무 미인이라는 데서 시작되었다. 소도시에서 과수원과 농토가 많은 지역 유지의 딸로 태어난 부인은 어릴때부터 대접받고 살다가 대학 동창인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남편의 자상한 모습에 반하여 부모가 반대하는 것을 뿌리치고 가난한 농부의 아들과 결혼하여,일부 재산을 친정에서 상속받아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김씨 부인은 결혼 초부터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은 크게 번창시켰고,남편은 이것저것 손을 대다가 10년전부터는 세탁소를 운영한다.그런데 김씨는 아내에게 관심이 지나쳐서 의처증이 생겼고,정신적 학대를 하기 시작했다. 외출도 시간별로 보고해야 하고,부부동반 모임에서 들은 사소한 농담을 가지고도 집에 와서는 『솔직하게 대답하라』며 괴롭힌다. 더러는 폭행도 하고,옷과 몸을 검사하는 등 의처 증세는 나날이 심각해지는데,주변에는 오직 관심많은 남편으로만 여겨 김씨 부인은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하고 지낸다. 그의 큰딸이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성격이 생겼다며 얼마전에 상담소를 찾아왔다. 그 무서운 폭행과 학대에도 자녀들 때문에 감수했는데,딸이 집에 들어오기 싫어하고,집에 오면 말 없이 자기 방에 들어 가서는 문을 꼭 잠근다는 것이다.부인의 말에 따르면 남편의 폭언이나 정신적 학대를 목격한 아이들이 정신적 상처를 입어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편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으니 이혼하겠다는 김씨 부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그저 막막하다.정신과에 한번 가보자고 말하여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외출도 하지 못한채 몰래 상담소에 전화하며 우는 김씨 부인의 딱한 사정이 지금도 가슴을 저미게 한다
가정폭력범 구속/술먹고 아내 구타 세계일보 98.7.6.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5일 서울 종로구 A씨(49·회사원)를 신설된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새벽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와 이유 없이 부인 B씨의 머리채를 잡고 발로 복부와 다리를 마구 때렸으며, 이를 말리던 아들(22)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부인 B씨는 경찰에 낸 고소장에서 『29년전 결혼한 이래 3남매를 키우면서 파출부 화장품외판원 생선장사 등으로 힘겹게 살아왔지만 매일 술을 마시고 폭행을 일삼는 남편 때문에 항상 눈이 퍼렇게 멍들곤 했다』고 적었다.
패륜’ 부른 가정폭력/아버지 흉기살해 10代 자신은 투신자살 경향신문 98.09.12.
11일 오후 7시20분쯤 부산 최모(50·무직) 집 단칸방에서 최씨의 막내아들 x 군(18·?공고 3년)이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집에서 200여m 떨어진 모아파트 25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경찰은 숨진 최씨가 10여년 전부터 술만 먹으면 x군 등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가족간에 극심한 불화를 겪어왔다는 형(25)의 말에 따라 이 날도 형이 집을 비운 사이 x군이 아버지와 심하게 다투다 부엌에 있는 흉기로 아버지를 살해한 뒤 죄책감을 느껴 투신 자살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중이다.
18년동안 매맞던 아내 술취해 잠든 남편 살해/경찰 긴급체포 경향신문 97.5.22.
서울 관악경찰서는 21일 잠자는 남편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윤 모씨(37)를 살인혐의로 긴급체포했다.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이날 오전 1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1동 자신의 집 안방에서 술에 취한 채 자고 있던 남편 최모씨(41·노동)의 목과 가슴 등을 부엌용 칼로 마구 찔러 숨지게 한 혐의다.윤씨는 경찰에서 『18년전 결혼한 지 한달되던 때부터 남편은 술만 먹고 들어오면 별다른 이유없이 목을 조르고 주먹을 휘둘렀다』면서 『10여년전부터는 다른 여자와 외도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구타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윤씨는 또 『최근들어서는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며 칼과 연탄집게, 깨진 유리병 등 닥치는대로 집어 때려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며 『이날도 술에 취해온 남편이 신을 신은 채 또다시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둘러 지난 15일 가게에서 구입해 싱크대에 넣어둔 칼로 남편을 찔렀다』고 진술했다.윤씨는 범행 후 방안에 소금을 뿌리고는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남편이 자살했다고 신고했다.
제주일보 - 2001년 11월27일자
"폭력남편이 준 붉은 장미는 싫어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요/ 지난 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온 몸이 아프고 멍 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이 다른 피해 여성들에게 바친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중 일부.
성.가정 폭력 특별법이 제정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 성.가정 폭력은 여전하다. 이런 성.가정 폭력 없는 세상을 꿈꾸는 여성들이 성폭력 추방행사를 가졌다.
지난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세계 성폭력 추방 주간을 맞아 열린 이날 행사에선 여성의 전화가 기획한 성폭력 애니메이션 ‘아빠하고 나하고’, 가정폭력 애니메이션 ‘도하의 꿈’ 등을 상영하고 성.가정 폭력에 대한 시도 낭송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다른 피해 여성들에게 쓴 가정폭력에 대한 시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는 어울림 마당에 온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또 이날 캠페인장에선 호신술 시범 및 호신술 배워보기, 성.가정 폭력에 대한 OX퀴즈, 성.가정 폭력 추방 기원문 쓰기, 성.가정 폭력 사건의 유형 및 실태 자료전, 김보은 사건 등 성폭력 10대 사건 자료전이 열려 성.가정 폭력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세계 성폭력 추방 주간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살해 당한 것을 기념해 1981년 제정한 성폭력 추방의 날(11월 25일)이 기폭제가 됐다. 이후 1991년 성폭력 추방을 위해 일하는 세계 23개국 여성들이 미국 뉴저지주 여성국제지도력 센터에서 ‘여성 폭력 그리고 인권’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고, 11월 25~12월 10일(세계인권선언일)을 성폭력 추방 주간으로 정한 후 폭력 추방 활동을 전개한 데서 유래됐다.
아내 구타의 징조, 데이트 폭력
"왜 그 때 진작 몰랐을까요? 그 때는 그저 그 사람이 저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저를 놓치지 않으려고요. 집안의 반대가 워낙 심해 몇 번이나 고민 끝에 제가 헤어지자고 했죠. 그랬더니 자기를 그 정도밖에 사랑하지 않느냐며 제 뺨을 때리더라구요. 그 땐 정말 제가 그 사람한테 너무 큰 상처를 주는 것같아 맞은 게 억울하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잘못했다고 빌고, 어떤 난관이 오더라도 헤어지지 말자고 울면서 다짐했죠.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혼을 했고, 곧 임신을 했어요. 입덧이 좀 심한 편이어서 집에 오신 시어머니에게 음식을 시켜드리자고 했다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남편의 욕설과 함께 또 뺨을 맞았어요. 그 때부터 시작해서 결혼생활 3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사소한 일에도 자신과 시댁을 무시한다며 욕설과 손찌검하는 일을 밥먹듯 해요. 결혼 전 제가 헤어지자고 했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지금의 제 심정이에요..." 결혼생활 3년째인 주부 김씨(33)가 털어놓은 안타까운 사연이다.
부부 폭력을 연구하는 가족학자들에 의하면,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들 중 상당수가 김씨의 남편처럼 연애시절부터 이미 폭력을 가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연애를 하는 두 사람은 프라이버시, 정서적 관여, 상대에 대한 영향력 등 여러 측면에서 부부와 다름없는 관계를 맺고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겼을 경우 마치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처럼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교제기간이 길어지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두 사람의 사랑이 커 가는 한편에는 데이트 폭력의 잠재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 대학생들의 데이트 폭력 실태를 조사한 한 연구결과를 보면, 신체적 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로서 한 번 이상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21.3%에 달했으며, 가장 빈번하게 경험하는 데이트 폭력의 형태는 밀기, 잡아채기, 손바닥으로 때리기, 물건 던지기, 발로 차기, 주먹으로 때리기, 두들겨 패기의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트 폭력으로 연인들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헤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김씨의 경우와 같이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조차 서로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폭력이 일어났으며, 피해자 자신은 폭력을 당할 잘못을 했다고 믿는 '낭만적인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질투심이나 성관계의 요구 등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폭력을 휘두르고, 또 '사랑'으로 그것을 감싸안는 연인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잠재적인 폭력 가정의 수는 늘어날 것이다. 많은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들이 결혼을 하면 폭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연애시절의 폭력이 결혼 후 부부 폭력으로 재발되고, 폭력의 강도도 오히려 심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많은 예비부부들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사랑하니까 결혼하지만, 그 사랑으로 모든 걸 감싸안을 수 없기에 사랑만으로는 결혼하지 말라고...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유 계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