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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전송 2008-10-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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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어린이리그에서 뛸 때는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었으나 나이가 들고 점점 느려지면서 상대방을 제치는데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달리고 있는 도중에는 때에 따라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지된 상태로 수비수를 앞에 두었을 때, 나의 기술과 가속도로는 도저히 상대방을 돌파할 수 없었다. (매우 드문 경우이긴 했지만) 상대 수비를 뒤로하고 질주하는 것은 멋진 느낌이었다. 요즘에는 주로 위닝11을 통해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청용은 플레이 스테이션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는 실제 피치 위에서도 그러한 기분을 자주 느낄 테니까. 어떤 사람들은 강력한 슬라이딩 태클, 완벽한 스루패스, 멋진 선방, 다이빙 헤딩에 이은 골 등에서 희열을 느끼지만, 내게는 윙어가 춤을 추듯 수비수를 돌파하는 것이 가장 멋진 장면이다. 지난 토요일 우즈벡의 풀백들을 시원하게 돌파하는 이청용을 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는 K리그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고, 이제는 국제 무대에서도 거리낌없이 리그에서와 똑 같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렇게 상대에 관계 없이 자신의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내가 이청용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007시즌을 앞두고 KBS와 시즌 프리뷰 인터뷰를 가졌던 것이 기억난다. “2007년 주목해야 할 선수는 누구 일까요?”라는 질문에 나는 주저 없이 “이청용”이라 답했었다. 그러나 그 부분이 편집돼서 나가지 않았던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닌데! 이청용은 한국 축구 풍토에 흔치 않은 선수다. 나는 이청용과 함께 기성용도 좋아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대표팀 경기를 프로무대에서 뛰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소화하고 있다. 이는 허정무 감독에게도 좋은 일이다. 이청용과 기성용의 대표팀 커리어는 이제 막 시작됐지만, 이들은 벌써 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처럼 느껴지고 있다. 두 선수다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청용의 잠재적 문제는 가끔씩 너무 흥분해 팀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점이다. 아직 어린 선수이고 가끔씩만 그런 모습이 나온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약간 거만한 태도는 축구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사람들로부터 거만하다고 평가 받았던 선수의 대표적인 예는 요한 크루이프다. 하지만 크루이프는 자신이 전혀 거만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보면 이청용은 크루이프와 닮아있다. (이청용이 당장 요한 크루이프처럼 훌륭해질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적인 공통점은 외모다. 매우 가냘픈 체형을 갖고 있는 그는 강인한 운동 선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크루이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수비수들은 크루이프를 보며 ‘마음만 먹으면 저런 녀석쯤은 한 방에 보내버릴 수도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크루이프와 상대하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곤 했다. 이청용 역시 수비수들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는다. 크루이프는 선수 시절 내내 수비수의 발에 차였고, 그로 인해 종아리와 정강이의 뼈가 떨어져나간 뒤 새 뼈가 생성돼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수비수들은 크루이프를 너무나 싫어했다. 크루이프의 기량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크루이프는 세상에 딱 하나만 있는 위대한 선수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크루이프가 왜 그렇게 뛰어났는지를 알지 못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크루이프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의 경기를 본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오늘날과 같이 TV중계가 많은 시절이 아니었으니까. 따라서 크루이프의 이름은 어린 축구 팬들에게는 신비한 마법처럼 느껴졌다. 나와 동네 친구들은 크루이프가 최고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 관한 자세한 것들은 하나도 알지 못했다. 이청용은 그런 문제를 겪을 리가 없다. 이미 유럽 구단들의 레이더에 잡힌 선수이며, 그가 가능한 한 많은 A매치를 뛰기를 바라는(영국 워크퍼밋 때문) 영국인 에이전트들도 있다. 한국 축구는 이청용과 같은 선수들을 필요로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청용은 ‘박주영 신드롬’과 같은 소동을 겪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요 도시들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둘러 쌓이지도 않는다. 좋은 현상이다. 이청용이 경기 외적인 요소들보다는 축구적 재능 자체로 인정받고 있음을 말해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청용과 기성용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뛰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한국은 반드시 월드컵에 진출해 전 세계의 축구 팬들에게 이런 유망주들이 있음을 자랑해야 한다. 한국과 전 세계의 수 많은 어린이들은 2010월드컵에서 뛰는 이청용과 기성용을 보며 1982년에 내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동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청용과 기성용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한민국의 월드컵 진출에 그 누구 못지 않은 공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http://cafe.empas.com/duerden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
첫댓글 오 나랑 같은 생각이시네ㅋ
완소 듀어든!!
감사합니당
그렇지..가끔씩 어이없는 태클을 하긴 하지.....
우왕굳.
글엄청잘쓰시네..
오... 그럼 이청용은 이미 해외진출 확정이란 소리로 봐도 되겠네요?? A매치만 충족된다면...
와 이렇게 공감되는 글은 정말 처음이네..
이청용 기성용 이 두명은 하루빨리 유럽으로 가야돼.. 빅리그는 무리고.. 네덜란드나 독일은 충분히 도전할만 함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이 K리그에서 만큼만 하면 A매치도 재미있을텐데.....그래서 저는 기성용, 이청용 두선수가 좋습니다.
청용아, 너 횽아가 기대하고있다,,기성용도 마찬가지고 둘다 센스있어,ㅋ
공감..100%
FC서울 소속 선수들은 뭔가 국내 선수들과 다른 잠재력이 있는듯...아니면 귀네슈가 다른 잠재력을 이끌어주던가..
듀어든신 멋져
이청용 선수, 기성용 선수...정말 제대로 성장해주시길...
아놔 근데 부상...제발 빨리 낫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알파로 군면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