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나의 일생 어느 부분쯤, 한 동안 근거리에서 지켜본 이 두 사람.
한사람은 군대시절 직속상관이었고, 한사람은 딴따라 데뷔동기? 였다.
최근 두 사람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뜨고 있다.
한사람은 TV드라마 속에서 실제인물로 뜨고 있고 또 한사람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후라이 팬'에서 괴로운 얼굴로 방방 뛰고 있다.
지난번 나는 오늘의 조영남을 이 지경을 만든 지대한 공로자가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감히 단언한 바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불편한 심기로 끙끙대는,
이 난국에 누구의 호기심이나 충족시켜주려고 하는 짓은 아니라고 강변(强辯)을 먼저 내놓는다.
또,
조영남이 겪고 있을 마음고생이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능히 알만한 요즘이다.
억지로 대범한 척이라도 해야하지.....
까짓 방송MC 하나 떨어졌다고 그의 일생이 끝난 건 물론 아니다.
그의 언행으로 빚어진 자업자득이니까. 언제 건, 한일간의 문제가 완화되면 또 나와서
예전같이 넉살 떨며 시끌시끌할 것이니까 별 큰 문제가 아니란 거다.
일부의,
딴따라들에게는 후천적인 오기(傲氣)와 객기(客氣), 그리고 무엇에도 동요치 않는 '철가면'이란 절대적 무기가 있다.
그게 바로 딴따라세계의 생리다.[백지영 오현경, 이승연 등등..도 건재하지 않은가].
1978년 뉴욕에 올라 온 '조'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후로리다'에서 신학교 졸업반이었고, 이곳에는 어느 교회 목사님의 경제적 도움을 받았는데 그 분이 시무 하는 교회에 답례(答禮) 찬양을 하러 왔다는 것이다.
'용커스'교회를 향하여 가는 차 안에서였다.
"야 그래 목사는 언제 되는 거냐?"
"두고 봐야 알지.."툭-하고 내 던지는 소리였다.
-짜아식..사는 게 피곤한 모양이로구나-
"누나의 끈질긴 전도에 나도 요즘 교회 열심히 나간다..우리 누나가 큰 사고를 당한 뒤, 하나님을 영접하고 전국을 순회 간증을 다닌다더라"
"야! 그런데 너희 누나 말인데...너무 빠지는 것 같더라"
"빠지다니?..그게 무순 소리냐?"
"종교관은 좋은데 너무 깊이 빠지는 건 좋지 않아"
-아니 이 새끼 이거 얼마 안 있으면 목사 안수 받을 놈이 말을 함부로 하네..-
"너, 지금 신학교 졸업 앞둔 놈 맞니?"
"신학교 다닌다고 해서..무조건 빠져야 되냐?"
-가만있자 이 자식..이거..뭔가 또 상처를 받은 거 아닌가?-
"야! 소위 기독교의 지도자라는 사람들 가운데 사기꾼들이 얼마나 많으냐"
-야! 얘가 점점...전입가경이네...설마하니 빌리 그레함이 사기를 쳤다는 얘기는 아닐테고-
무슨 까닭이 있겠지..뭔가 석연치는 않았지만 도미(渡美)에 대하여 또는 벼르고 벼르던 목적의식에 대한 깊은 회의(懷疑)에 빠져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의 답례 일정(日程)이 끝났다
늦은 밤, 그를 숙소에 '드라이브'해 주려고..
"야! 어느 호텔이냐?"
"아니 호텔은 아니고..브로드웨이 친구네 집으로 데려다 줘!"
-친구? 누구지-
"어! 음대 동기생인데 지금 여기 줄리아드에서 연수하고 있지.."
'할렘'이 바라보이는 '브로드웨이, 100단위 스트리트.
아무리 점수를 주고싶어도 한 눈에 후줄근한 아파트.
살림살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는 텅-빈 '리빙룸'에는 건반이 열려진 피아노가 외롭게 버티고 있었다.
여자는 년 전에 한번쯤 본 일이 있던 여자다.. 한국에서는 꽤 알려진 '쏘프라노'라고 했다..맨하탄 음식점에서 아는 신문기자가 소개를 해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매혹적으로 생긴 여자였다
약간 어두운 실내 불빛 아래서 여자는 고혹적인 자세로 앉아 담배를 피웠다.
-알려진 '쏘프라노'가 웬 놈의 담배는..-
'조'와 그녀는 아예 내놓고 야! 자!를 텄다.
"애! 너 오늘 여기서 잘 거니?"
-혼자 있는 여자가 침실도 없는 '스튜디오'같은데 여기서 잘 거니 라면?-
-설마 나까지 포함하는 것 아닐 테고-
"아냐..나 '미드타운'쪽에 후배가 있는데 거기서 잘 거야"
"그럼 뭣 하러 왔니..아이고 오늘 밤 잠자긴 다 틀렸다"
-도무지 간첩 암호 같은 소리만 하네-
-알만하다 영화배우로 나섰던 아인데..어쩐 일로 이런 '럭서리'에다 둥지를 틀었노?-
현관 안을 들여다보니 마중을 나와 '조'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보였다.
-모를 일이다. 아니 세계적인 '가스펠 싱거'가 되겠다고 와서 신학교를 졸업한다는 놈이 이건 또 무슨 행각인고..그래 하긴 당초부터 무리다..저토록 자유분방한 놈이 어떻게 종교라는 '창'속에 갇혀 살 수 있을꼬.-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여정'이도 그렇지만 '자기 말' 맞다나, '엠파이어'에서 방금 떨어진 '메주덩어리' 같은 놈에게 웬 여자가 저렇게 사방에 널려서 기다리고 있을까?
-그래 여자들은 외모도 외모지만 '재능'에도 미칠 수가 있겠구나..
저 놈 '딜라일라' 부를 때면 나도 반하겠는데...-
그 이후에도 그가 뉴욕 등지를 뻔질나게 드나들며..옛 교우(交友)들을 찾아 다닌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었다..대상은 대부분 여자였다.
아이 엄마인 '여정'을 생각했다..-알면 속께나 터지겠군 어떻게 맺어진 사인데-
79년 10.26 사태 이후,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등극할 때였다. 그는 막료의 부하에게 명령했다.
"거 내 취임식 때, 축가가 있어야 할끼 아니겠나.."
"하모요..특히 마음에 둔 가수가 있십니꺼?"
"거 안 있나..조 영남이라카는 카수..조국찬가는 가가 아니면 파이데이"
"아 ! 있십더..그란데 가가 오줌 잘 안 보이데예, 그라도 어데 몬찻겠심꺼 마 퍼뜩 알아 보겠십더"
한국을 통채로 삼킨 사람의 막강한 부하들 앞에 아무리 제가 '후로리다'튀어 본들 벼룩 아닌가. 미국대사관에 알아보라는 즉시 연락이 왔다, 누구의 명(命)인가.
전두환은 대관식에서 아주 흐물어 질 듯, 흐뭇한 마음으로 "조국(祖國)찬가(讚歌)"를 들었다. "마, 가좀 잘 쫌 해서 보내 주그라이"
그를 초청한 두령님의 직속 신하가 물었다.
"조영남씨! 우리가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까"
-기다렸던 질문이다-
"글쎄요..떠난지 10년이 훨씬 지났는데..예날로 돌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처분만 바라겠습니다. 대충 이 뜻이었겠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인천 제일 큰 호텔의 영업부장 집합!"
-어이쿠! 군바리님들. 왜 그러시나?..아이고 중정감찰실? 모두가 혼비백산이 되어서 몰려왔다-
당장 내일부터..당신들 호텔 옥상부터 아래로 최대크기의 '프랭카드'를 내려라!
제목은 수퍼스타 조영남 컴백! 이다. 알것나?
방송국 연예pd 집합, 일류 나이트 클럽 연예부장 집합..상황 끝.
어떤 연예인이라서 이 같은 엄청난 홍보를 할 수가 있나...불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생활 10년 동안, 활활 타고만 있던 "쌤손"은 머리가 자라 돌아왔다.
"복수에 불타는 마음만 가득찼네..오! 나의 딜라일라"
떠밀려 가듯 자신을 밀어 낸 이 사회를 향하여 그는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민회관'리싸이틀에서.
'신고산이 와르르--- 와우 아파트 무너지는 소리"했다가,
병무청장의 영장소집을 받고 군대로 끌려? 가고..
육군합창대로 전입되어, 딜라일라 대신 영향력있는 젊은 장교들 결혼식 축가만 부르다가 제대하여....한 여자를 끔찍하게 사랑을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여정이를 사랑했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당시 재벌들의 아들들로 구성된 못된 악동들에게 거의 사망할 만큼 구타당하고 절치부심(切齒腐心)하던 중,
김장환 목사의 소개로 '빌리 그래함'의 여의도 집회 때,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원어로 부른 그 찬송이, 빌리그래함.
그만 그를 감동시켰다.
세계적인 '가스펠'씽거를 꿈꾸며 왔던 그가 열매를 맺기도 전에,
불러들인 것, 그게 정녕 '화(禍)'가 아니었을까?
사랑하던 아내, 사랑하는 자식들을 버리고 '주지육림'에 빠졌던 것은,
설사 그를,
그냥 놔 두었다해서, 반드시 목사의 길을 걸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 무리가 있다.
그의 심성, 그의 '끼'를 가지고는 목회활동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 천부적인 '음성'과 재능...그림, 글,...그밖에도 늘 번득이는 몸에 밴 딴따라 기질.
첫댓글 지 또래의 얘기라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메주같에도 염복이터져..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