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서현의 대답에 편하는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이 말을 꺼내 들었고 그 옆에 서 있던 아랑이 불안하다는 듯이 그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저희에 대한 처벌은 이 숲에서 평생을 그리고 영원히 수호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그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편하의 말에 아랑은 여전히 말 없이 그저 다른 사람도 아닌 현무(玄武)에게 대드는 그의 태도가 불안해서인지
더욱 그의 옷자락을 잡아 당길 뿐이었다.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이..
하지만 서현은 자신에게 묻는 편하의 행동을 막기는커녕 지켜만 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녀석을 용서해 달라고 말하기에는 저 역시 아랑과 저를 엇갈리게 만든 녀석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되묻는 서현을 힐끔 쳐다보고서 아랑은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고서 자신의 연인인 편하를 바라봤다.
그러자 편하 역시 그녀의 시선을 느껴는지 빙그레 웃어 보이면서 돌아보며 언제나 그렇듯이 다정하게 아랑에게
속삭이 듯이 말했다.
'괜찮아, 아랑'
'편하..?'
'현무(玄武))님 전 당신이 녀석을 용서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이미 그를 용서 했으니까요.'
"........."
'아무리 우리들의 인연이 어긋나서 결국에는 이렇게 구천을 떠도는 원귀(怨鬼)가 되어서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녀석 덕분이니까요.'
"그래서 용서하겠다는 것이냐? 너를 그리고 너의 연인을 무참게 짓밟았는데도 말이다."
'예, 부디 그를 용서해 주십시오.
녀석은 이 현서국(玄書國)에서 태어났고 당신은 이 나라의 아버지이시자 어머니이시니까요'
편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아랑의 창백하게 변해 있는 그 하얀 손을 잡아 주면서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웃어 보았다. 그리고 아랑 역시 편하를 향해 웃어 보였다 .
"너희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어차피 난 처음부터 그를 벌할 생각도 없었고 내가 아니라 '죽음'이 그의 죄값을
치루게 해 줄 거야, 아마도"
조용하면서 차분한 서현의 음성에 편하 역시 만족한다는 듯이 자신의 연인인 아랑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발부터 천천히 사라져 갔다.
'감사합니다. 현무(玄武)..'
'감사합니다. 당신도 행복해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우리의 주인이시요..'
"........"
그들이 자신의 앞에서 사라져 가고 '훵' 하니 텅 비여져 있는 이 공터로 바람이 들어 오면서 어젯밤에 힘의 봉인을
풀면서 길어진 그녀의 까만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바람이 멈추고 서연은 귀찮다는 듯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자신의 엉켜버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며 어느
새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온통 검은 남자에게로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청호(靑虎)"
그녀의 부름에 그는 잠시동안 희미하게 변해 있는 보라빛 눈동자를 보다가 무릎 끊으며 예를 표했다.
"염라국(閻羅國)의 고귀한 붉은 홍옥의 공주이시며 지천녀(地天女) 연화님께 소인 푸른 호랑이 '청호(靑虎)'가
인사 드립니다."
"오랜만이야, 청호"
"예.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연화님?"
그가 조용하 그리고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듯한 무덤덤한 목소리로 책을 읽듯이 말하지만 서현은 그 것보다
는 그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나를 부르지마, 난 아직 현무(玄武)야. 그리고 올해로 임기가 끝나겠지만 말이야."
조금은 씁쓸한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차마 고개를 숙이고서 들지 못했다. 하지만 서현은 곧 입가에 맴돌던
씁쓸한 미소를 지어 버리고서는 단독입적으로 물었다.
"오라버니가 보낸 거지?"
"..예"
그의 작은 대답에 서현은 '역시'라면서 중얼거리면서 그를 쳐다봤다. 자신의 그 잘난 오라버니를 생각해 내면서..
그 인간은 항상 일을 이딴 식으로 처리한다니까.. 귀찮아, 역시 직접 와서 스스로 지금 벌려 놓은 일을 수습하라는
건가? 하아.. 정말이지, 이럴때는 우리가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남매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나를 염라국(閻羅國)으로 부르려는 이유는 아마도 날 시집 보낼 생각인거겠지?
오라버니는 그런 인간이니까.
얼굴을 찡그린 체 자신을 바라보는 서현을 보면서 그는 그저 살짝 자신의 입꼬리를 틀어 올릴 뿐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래도 곧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말들은 그녀를 상당히 당황스럽게 할 이야기들이었다.
"왕께서 특별히 연화님께 꼬옥 전하시라고 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
대답없는 서현의 태도를 이미 예상했는지,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검은 망토 자락에서 검지만 한편으로는 붉은
빛을 띄우는 작은 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부터 흘러 나오는 검은 기운은 곧 밝게 빛나면서 허공에
떠올랐고 그 곳에서 서현과 너무나도 닮은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황금 빛이 도는 푸른 바지에 위로는 차이나 카라의 검은 셔츠를 입고 허리춤에는 황금 줄로 연결 된 긴 장검을 차
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피부에 차갑도록 시려 보이는 그의 보라빛 눈동자는 누구보다도 서현을 닮아 있었다.
길게 기른 검은 머리카락은 푸른 끈으로 깔끔하게 묶여 있었고 붉은 빛이 도는 그의 입술은 장난스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차갑게 얼어 붙은 그 눈에 비해서..
'오랜만이군아, 나의 사랑하는 누이 동생아.'
"........."
'아, 지금 니가 날 보면서 속으로 이를 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군아..후'
재미있어하는 그의 말투에 청호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서현은 이 것이 자신의 오라버니
가 자신에게 보내는 허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다는 듯한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가 뭐라고해도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니까..
남자는 마치 어디쯤에 자신의 동생이 있을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서현을 바라보면서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 갈 생각인지 차갑게 내려 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이번에 인간계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서 직접 염라국(閻羅國)으로 와서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이제 니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그만 그 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서 집으로 돌아오렴.'
".........."
'물론 난 니가 좋은 소식을 가지고서 염라국(閻羅國)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으마.'
"..네"
'그래, 넌 나의 유일한 혈육이니까 말이야.'
그래.. 난 당신의 유일한 혈육이면서 그 잘난 염라국(閻羅國)의 지천녀(地天女)이니까.
'배신' 할 수 없지. 그래도.. 오라버니 난 당신이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이 아니야.
그저 '약속'을 지키려는 것 뿐이지.
'또로록..'
서현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 내릴 때 그녀의 오라버니 역시 자신의 누이 동생을 바라보면서 슬프게 웃어 보였
지만 그것도 잠시 순간 뿐이었고 곧 사라져 버렸다.
"염화님"
"청호.."
"예, 말씀 하십시오."
그가 고개를 숙이면서 서현의 말을 기다리자, 서현은 흐르던 눈물을 닦아 내고서는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미 그녀 역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게 너무 익숙해진 것이었다.
"가서 당신의 왕이자 나의 오라버니인 연성에게 전해 주세요."
"........"
"곧 당신이 원하는데로 이 곳의 뭐든 일들이 정리가 되면 돌아가겠다고.."
"예, 알겠습니다."
청호는 힐끔 서현을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한번 그녀를 향해서 고개를 숙이고 곧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마저도 사라져 버리자, 서현은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 내면서 아무도 없는 이 어두운 숲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랑했던 그 사람의 이름을..
"시안.. 정말로 이제는 더 이상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
...
까만 어둠의 장막이 곳곳이 펴져 있는 깊은 산 속에는 풀 벌레 소리도 동물들의 움직이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 깊은 숲 속에 역시 까만 검은 흑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궁(宮)이 있었다.
궁(宮) 안의 뜰에는 화려하게 색색의 빛을 띄운 꽃들이 가득 피워 있고 향내가 품기는 향 나무들 역시 군데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의 가운데에는 검푸른 빛을 띄우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마루에는 사이사이로 하얀 천이 내려와 있었다.
커다란 방의 입구를 막고 천이 안으로 들어 오는 빛들을 막아 내고 있었고 그 곳에는 작은 체구의 여자가 누워
있었다. 그 곳은 겉이 검은색으로 치장 되어 있는 것에 비해서 온통 하얗게 치장 되어 있는 백색의 방이었다.
그리고 까만 검은 머리를 길게 땅에 흐트려 놓은 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어 오는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는지 곧 그녀의 눈동자가 열리면서 까맣지만 싱그러운 숲의
초록빛이 나타났다. 그녀는 곧 당황한 듯이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자신이 얼마나 큰 일을 겪게
되었으는지 알게 되었다.
"여기는 어디지? 하.."
잊고 있었어. 기절하기 전에 시현의 어머니를 보았어. 그가 말했던 그 요호라고 불리던 500년 전의 구미호 요괴
하.. 그렇다면 여기는 어디지? 내가 이렇게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면 냐 딸 해린이는 어떻게 된 거지?
일단은 이 곳에서 빠져 나가야겟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하연은 자리에 일어나 걸으려 했지만..
'챙'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곧 땅으로 곧 두박질 치며서 자신의 발목에 쇠로 만들어진 족쇄가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파.."
도대체 누가? 하..
그래, 시현 당신이 그때 말했던 것처럼 당신의 어머니는 정말이지 위험한 인물이야. 아주..
하연이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서 점점 조여 오는 발목의 족쇄에 아파하면서도 지금 자신을 이 곳에 가두어 버린
인물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바로 넌 이 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때..!
'또각'
'또각'
벌레 소리하나 들리지 않던 이 조용하던 흑궁(黑宮)에 구두 소리를 울려 펴지면서 햇살과 함께 한 여자가 하연의
앞에 나타났다. 몸매를 들어 내는 달라붙는 붉은 비단으로 만들어져 노랑색과 은색으로 나비가 정교하게 수 놓아
진 차이나 카라가 빳빳하게 세워진 긴 원피스에 구불거리는 긴 붉은 실타래 같은 머리카락에 그 사이로 들어 나는
시현과도 닮은 붉은 피빛의 눈동자의 아름답지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매력적인 여자.
그녀는 멍하니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연을 향해서 소리 없이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뻗어 내면서 자신의 손에 있던 붉은 피빛의 부채를 펼쳐 내어 입가를 가렸다.
"..당신은?"
"몸은 좀 어떠신지, 백강국(白强國)의 황후 '윤하연'?"
"........."
자신의 질문에 대답 없이 그저 얼굴을 돌려 버리는 하연의 태도에 그녀는 화내지도 않은 체 그저 하연에게로 다가
왔다. 그리고는 '착' 감기는 부채로 하연의 턱을 들어 내면서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드는 눈이군. 너의 두 눈은 말이야."
"윽.."
"그렇게 겁내지는 마, 난 널 죽일 생각따위는 없어. 왜냐하면 넌 나의 소중한 아들을 이 곳으로 불러내기 위한 미끼에 불가하니까 말이야."
"당신.."
"왜? 아.. 내 아들은 너도 알잖아. 분명히 그때도 말한 것 같은데?
니가 평생을 받쳐서 그렇게 사랑하는 그 '한시현'이 바로 나의 소중하고도 사랑하는 아들이지."
하연은 시현의 이름의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이 여자의 손길이 기분
나쁘다는 것 뿐..
'탁'
"치워!"
"어머.."
"시현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마, 이제와서 당신이 '그' 의 이름을 부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연의 말에 그리고 아까와는 조금은 당당해진 황후다운 그녀의 태도에 여한은 그저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 보이
면서 하연의 하얀 뺨을 쓰다듬으면서 길게 기른 그녀의 손톱의 상처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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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소설
퓨 전
백호(白虎)의 공주님 1부 (부제: 현서국) 44화
하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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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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