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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독주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21세기에는 비틀즈를 능가할 밴드가 나올수 있을까. 지금까지 1억 6백만장을 넘어서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며 40여년이 지나도록 꾸준한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비틀즈의 앨범 3장이 1위, 3위, 4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비틀즈의 저력을 실감케 한다. 세기의 밴드 비틀즈에 이어 프로그레시브록의 거물 핑크 플로이드가 현란한 음의 실험으로 프로그레시브록의 진수를 보여준 [DARK SIDE OF THE MOON](73)과 뛰어난 컨셉트 앨범의 전범이 되어 길이 애청되는 [THE WALL](79)로 2관왕을 차지하며 바짝 뒤를 쫓고 있다. 비틀즈의 숙적(?) 롤링 스톤즈의 앨범이 단 한 장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또 팝음악 역사상 단일 앨범으로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보는 음악의 본격적인 효시라 할만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82)가 6위에 올라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90년대 얼터너티브록의 폭발을 일으킨 펄 잼과 너바나의 대표작들도 9위와 10위에 차례로 올라있다.
위에 거론된 앨범 대부분은 천만장 이상 판매된 다이아몬드 음반이며 발표당시 모두 차트 정상을 석권했던 명반들이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음악팬이라면 낯익은 앨범들일 것이다.
[THE WHITE ALBUM](68) / 비틀즈(The Beatles)
추천곡 : Back In The U.S.S.R. /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 Blackbird / Happiness Is a Warm Gun / I'm So Tired / Rocky Raccoon / Birthday / Yer Blues / Sexy Sadie / Savoy Truffle / Revolution 9
비틀즈의 해체를 예상하게 한 이 앨범의 원래 타이틀은 [The Beatles]이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하얀 바탕의 앨범 재킷 때문에 화이트 앨범이란 애칭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다. 30여곡에 달하는 방대한 수록곡을 담은 이 더블 앨범은 발매 당시 자사인 애플 레코드사의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한 상업적 의도로 발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굳이 더블 앨범으로 내놓았다는 점, 그리고 앨범 내용이 몹시 산만하다는 점이 그러한 비판에 좋은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또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서서히 자신만의 음악관을 뚜렷하게 정립하기 시작한 비틀즈 멤버들이 서로 자기의 주관을 관철시키려는 물밑 싸움(?)속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각 멤버들의 솔로 앨범 서너개를 합쳐놓은 것마냥 수록곡이 비대해지고 곡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지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앨범이 제작될 무렵 비틀즈는 매니저의 죽음, 애플 레코드사의 재정적 어려움 등에 직면해 있었고 오노 요코가 등장해 레논의 음악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조지 해리슨 또한 인도음악에 심취하기 시작하는 등 외부적으로 또 내부적으로 발전적인 혼란과정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상황을 통해 각 멤버들의 개성이 한 앨범에서 개별적으로 빛을 발하는 본작이 탄생했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비틀즈의 창작곡중 가장 뛰어난 수작들이 이 한 앨범에 모이게 되었다. 많은 비평가와 음악팬들이 비틀즈의 최고 걸작으로 [WHITE ALBUM]을 꼽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레논과 매카트니가 대부분의 곡을 작곡했지만 네 명의 멤버가 모두가 송라이팅에 참여했으며 훗날 이들의 솔로 작업 방향을 짐작케 할만큼 각자의 취향과 아이디어가 진하게 반영돼 있다. 록큰롤, 블루스, 컨트리는 물론이고 스카풍의 'OB-La-Di, OB-La-Da', 거의 메틀에 가까운 'Helter Skelter'등 다양한 사운드가 등장하며 동양적인 선율의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나 'Sexy Sadie'같은 곡은 조지 해리슨과 존 레논의 솔로 앨범의 전조임을 누구라도 쉽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메인 테마도 리드 보컬도 하모니도 없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Revolution 9'에서는 세상의 수많은 음성과 음향들을 콜라주 기법으로 짜맞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도 한다.
[DARK SIDE OF THE MOON](73) /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추천곡 : Speak To Me-Breathe In The Air / On The Run / Time
/ Great Gig In The Sky / Money / Us And Them / Any Colour You Like / Brain Damage / Eclipse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전미 앨범 차트에 머무른 [DARK SIDE OF THE MOON]의 기록은 무려 750주. 거의 15년 동안 차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소리다. 기네스북에 오른 이 전무후무한 기록은 앞으로도 깨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도대체 이 앨범의 어떤 점이 그토록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일까?
[Dark Side Of The Moon]은 인간 삶과 의식세계의 여러 긍정, 부정적인 면들을 하나의 완벽한 컨셉트 형식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수록곡들은 마치 하나의 곡처럼 치밀한 연관성을 갖추고 있지만 개개의 곡들만 따로 떨어뜨려 놓더라도 그 가치는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일부 평자들은 음악이라기보다는 각종 음향의 시험장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뛰어난 발상과 종합적인 기획력, 드라마틱한 구성, 그로테스크하고 장엄한 무드는 청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심장의 고동소리로 시작해 다시 심장의 고동소리로 앨범을 끝맺는 동안 트랙들은 물흐르듯이 미끄러지며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들쑤신다.
가사와 사운드간에 밀착된 상호연관성과 감각적인 멜로디, 'Time'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데이브 길모어의 블루지한 슬라이드 기타 솔로 등 뛰어난 연주, 신서사이저를 이용해 각종 효과음을 다층적이고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얻어낸 음의 공간감과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는 앨범의 완성도를 극치로 끌어올린다. 소리의 마술사 알란 파슨스(Allan Parsons)의 프로듀싱 실력에 힘입은 바도 적지 않다. 이 앨범은 레코딩도 매우 훌륭하지만 라이브 무대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했던 작품이다.
[ABBEY ROAD](69) / 비틀즈(The Beatles)
추천곡 : Come Together / Oh! Darling / Ocopus's Garden / I Want You (She's So Heavy) / Because / She Came In Through The Bathroom Window / Golden Slumbers / Carry That Weight / The End
수록곡 하나하나에서 묻어나는 진득한 느낌과 깊은 여운으로만 따지자면 비틀즈 앨범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비틀즈의 실질적인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뛰어난 작품성에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White Album]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앨범 곳곳에서도 밴드 분열의 기미가 감지되는데 전체적인 주도권은 폴 매카트니가 잡은 듯 그의 음악성향이 진하게 배어있다. 그러나 각 멤버들의 작곡력과 취향도 매카트니에 비해 뒤떨어지지만은 않는다. 링고 스타가 작곡한 'Octopus's Garden'이나 조지 해리슨의 "Here Comes The Sun' 등도 앨범의 백미중 하나인 것이다.
이 앨범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사운드가 뚜렷하게 분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여섯 번째 트랙인 'I Want You (She's So Heavy)'까지는 비틀즈 특유의 파퓰러한 노래들로 진행되다가 'Here Comes The Sun'-LP로 치자면 B면-에서부터 보다 클래시컬한 악곡 구조를 가진 곡들이 이어지면서 좀더 다양한 실험정신과 프로그레시브한 사운드를 감상케 해준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는 'Because'나 매카트니풍(?)의 'Golden Slumbers', 'Carry That Weight'같은 곡들이 주는 느낌은 상당히 강렬하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67) / 비틀즈(The Beatles)
추천곡 :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Getting Better / Fixing A Hole / She'S Leaving Home /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 Lovely Rita / Within You Without You / A Day In The Life
'페퍼 상사의 론리 하츠 클럽 밴드'라는 가상의 브라스 밴드로 분한 비틀즈는 마치 콘서트를 펼치고 있는 것처럼 앨범을 구성하고 있다. 컨셉트 앨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거론되는 이 앨범은 또한 60년대말의 록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뛰어나게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틀즈의 걸작으로 꼽히곤 한다. LSD(환각제)의 이니셜로 제목을 만들었다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의 난해한 가사와 환각적인 분위기를 비롯해 'Fixing A Hole',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같은 곡에서 특히 사이키델릭함을 만끽할 수 있다. 비틀즈라고 하면 'Yesterday'나 'Let It Be' 정도를 떠올리는게 고작인 사람들에게 이 앨범은 비틀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She's Leaving Home'은 고급스러운 느낌의 현악기를 도입, 레너드 번스타인 등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클래시컬하고 멜로드라마틱한 분위기의 곡이며 비틀즈의 장기중 하나인 하모니 또한 아름답다. 'Within You Without You'에서는 인도 음악에 심취하기 시작한 조지 해리슨의 신비스런 시타르 연주와 동양적인 멜로디가 매우 인상적이다.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스튜디오 레코딩, 믹싱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만들어낸 뛰어난 사운드도 본작을 명반 대열에 올려놓는데 한 몫 하고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온갖 찬사를 한몸에 받은 이 앨범에 대한 반발이 동시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프로토 펑크의 대표주자인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기술적이고 복잡하며 형식적인 사운드에 대해서 [VELVET UNDERGROUND & NICO]라는 지극히 자유로움과 동시에 미니멀한 형식미를 갖춘 또다른 걸작으로 맞대응했다. 또한 프랭크 자파 앤 더 머더스 오브 인벤션(Frank Zappa & The Mothers Of Invention)은 [We're Only In It For The Money](국내에는 [Lumpy Gravy]와 합본돼서 발매됐는데 앨범 재킷마저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했다)란 패러디 앨범으로 사회참여적인 요소가 완벽하게 거세돼 있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냉소를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레코딩면에서, 앨범 형식면에서, 사운드면에서 록음악을 한단계 진보시켰다는 본작에 대한 평가는 결코 폄하할 수 없는 것이었다.
[THE WALL](79) /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핑크'라는 인물의 인생을 담은 컨셉트 앨범의 수작 [THE WALL]은 80년대에 영화로 제작돼 다시한번 화제를 일으켰던 작품이다. 멤버들 전원의 능력이 고루 배분되었던 전작들에 비해 이 앨범은 로저 워터스의 개인적인 경험과 상념들이 앨범 전면에 떠오른 나르시스적인 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수록곡 하나하나가 싱글로도 자립할 수 있었던 [DARK SIDE OF THE MOON]과는 달리 이 앨범의 곡들은 개별적으로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앨범 구성의 맥락속에서 파악할 때 더욱 가치를 발한다. 따라서 감상할 때는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순차적으로 가사를 음미하며 듣는 것이 필수다.
노래속 인물처럼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로저 워터스는 [THE WALL]에서 2차대전에서 전사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핑크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해 형식화된 제도교육 속에서 괴로워하는 학창시절, 불행한 결혼생활, 화려한 록스타로 성공하지만 더욱 진하게 느끼는 고립과 단절감 등 한 인간의 인생 서사시를 한편의 록오페라로 펼쳐놓았다.
[THRILLER](82) /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추천곡 : Baby Be Mine / Thriller / Beat It / Billie Jean
마이클 잭슨을 '팝의 황제'에 등극시킨 바로 그 앨범이다. 화려하고 극적인 뮤직비디오와 전세계적인 유행을 탔던 문워킹, 4천만장이 넘는 엄청난 앨범 판매량, 9곡의 수록곡중 7곡이 빌보드 싱글차트 탑텐 랭크, 그래미 어워드 7개 부문 석권,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대두됐던 마이클 잭슨의 패션과 춤, [THRILLER]를 앞에 두면 음악 내적인 면보다 이렇게 외부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던 사항들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그만큼 80년대 초반 이 앨범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마이클 잭슨에게 항상 뒤따라 다니는 치밀한 상업성이 엿보이지만 80년대 대중들의 감수성과 흥을 제대로 포착한, 혹은 적절하게 대변해준 완벽한 시청각적 음악이라는 점에서 대중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반이다. 토토(Toto) 출신의 스티브 루카서(기타), 제프 포카로(드럼), 스티브 포카로(키보드)를 비롯해 밴 헤일런(Van Halen)의 에디 밴 헤일런(기타)의 세션이 빛나는 앨범이기도 하다.
[LED ZEPPELIN IV](71) /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추천곡 : Black Dog / Rock And Roll
/ The Battle Of Evermore / Stairway To Heaven
/ Four Sticks / When The Levee Breaks
흑마술의 신비주의에 몰두해있던 지미 페이지와 고대 켈트 문화에 심취한 로버트 플랜트 등의 영향을 받아 신비주의적 색채로 칠해진 레드 제플린의 최고 걸작이다. 밴드명과 앨범 타이틀을 기재하지 않은 채 나뭇단을 짊어진 인물화를 앨범 재킷에 내세우고 수수께끼같은 심볼 마크와 록의 클래식으로 자리잡은 'Starway To Heaven'의 가사를 표지에 수록한 발상은 앨범의 신비주의적 분위기와 맞물려 인구에 회자되는 얘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데뷔초 언론으로부터 오직 냉담하고 비판적인 평만을 받았던 레드 제플린은 이 앨범을 발표하면서부터 예술성과 형식미가 조화된 뛰어난 밴드라는 평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특히 이 앨범을 통해 후대 록밴드들에게 길이 전수되는 하드록 리프의 전형을 완성하고,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를 오가는 사운드 접목을 시도하는 등 레드 제플린의 전성기가 무르익었음을 증명했던 것이다.
첫 트랙인 'Black Dog'의 단선율 기타 리프와 록앤롤 기타 리프의 전형을 마련한 'Rock And Roll', 어쿠스틱 포크 록같은 'Going To California', 지미 페이지(기탈), 존 보냄(드럼), 존 폴 존스(베이스)의 안정감있는 연주가 돋보이는 'When The Levee Breaks', 강렬한 하드록에 어쿠스틱 기타의 서정성이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Battle Of Evermore', 상승과 절정, 하강의 완만하고 응집력있는 형식미로 청자를 완전히 들었다 놓는 'Starirway To Heaven'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로 시작해 열정적인 일렉 기타 사운드로 변화하는 등 대담하고 참신한 시도로 감탄사를 자아냈다. 가사를 전면에 내세울만큼 밴드 스스로 곡의 내용을 중시한 이 곡은 앨범 전체를 대변하는 듯 철학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하다.
[THE JOSHUA TREE](87) / 유투(U2)
추천곡 :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 I Still Haven't What I'm Looking For / With Or Without You / One Tree Hill / Mothers Of The Disappeared
아일랜드의 절대 강자 유투의 최대 히트앨범이자 90년대 얼터너티브 록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THE JOSHUA TREE]는 앰비언트의 귀재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프로듀싱 아래 잘 다듬어진 신서사이저 사운드와 유투 특유의 비트와 감성이 넘치는 작품이다. 유투는 이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앨범상과 최우수 록그룹상을 휩쓸었으며 싱글 'With Or Without You', 'I Still Haven't What I'm Looking For'를 차트 정상에 올렸다.
'Bullet The Blue Sky'는 앨범 중 가장 하드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으로 앨범 전체적으로는 어둡고 황량한 무드가 조성돼 있다. 'Running To Stand Still', 'In God's Country', 'Trip Through Your Wires'등 블루스와 컨트리 뮤직의 영향도 광범위하게 포착되고 있다. 앨범은 축축하게 마음을 점령해 들어오는 애가 'Mothers Of The Disappeared'로 끝맺는다. 하드하기보다는 신서사이저와 기타를 중심으로 만들어내는 라이트한 포스트 펑크풍 유투 사운드는 그들이 전달하는 정치적이고 비판적인 메시지와 어우러지며 놀라운 상승작용을 일으켜왔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이들이 [War](83)로 초토화시킨 80년대 얼터너티브 록씬에 승리의 깃발을 휘날린 작품이다.
[TEN](91) / 펄 잼(Pearl Jam)
추천곡 : Once / Even Flow / Alive / Jeremy / Oceans / Porch
너바나와 함께 얼터너티브 록의 주류화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는 펄 잼은 그러나 스타일면에서 너바나와 뚜렷이 구분된다. 그 차이가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이들의 데뷔앨범이자 최대 히트작인 [TEN]이다. 너바나의 음악이 황량하고 피폐하며 자학적이라면 펄 잼은 무겁고 어두우며 사회 비판적이지만 절망이 아닌 일말의 가능성을 지향하고 있음을 이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본작에는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rit'처럼 90년대 젊은이의 송가가 된 'Alive'를 비롯해 스매시 히트곡 'Jeremy'와 'Once', 'Release'등 고른 수작들이 포진해 있다. 얼터너티브 밴드치고는 펑크보다 하드록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음을 느끼게 하는 육중한 사운드와 호소력 넘치는 에디 베더의 보컬이 매우 위력적인 앨범이다.
블루지한 기타 솔로가 길게 이어지는 'Alive'나 교실에서 자살한 제레미라는 소년의 이야기를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에 실은 'Jeremy', 레드 제플린을 연상시키는 하드록 리프의 'Once'와 'Even Flow', 거칠 것 없는 사나운 파도처럼 머리속을 휘저으며 몰입시키는 'Why Go', 가슴깊이 침잠해 들어가는 우울함과 어두운 감수성이 담긴 'Black'과 'Oceans', 펑크 넘버 'Porch', 지극히 명상적인 'Release'등 말초가 아닌 척수 깊숙이 신경을 자극하는 곡들이 담겨있다. 앨범은 사이키델릭한 히든 트랙으로 청자에게 최면을 걸며 끝맺는다.
[NEVERMIND](91) / 너바나(Nirvana)
추천곡 : Smells Like Teen Spirit
/ Come As You Are
/ Breed / Lithium / Drain You / On A Plain
세계의 많은 언론으로부터 90년대 최고의 명반으로 선정된 너바나의 [NEVERMIND]. 커트 코베인의 자살은 안티 팝스타(Anti-Popstar)적이며 세대의 분노와 혼란과 충동을 뜨겁게 분출시킨 앨범의 내재적인 가치에 더욱 확고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생전 커트 코베인의 말마따나 12곡의 수록곡을 몇 토막으로 잘라서 적당히 여러 앨범에 끼워넣었더라도 모두 썩 괜찮은 음반이 되었으리라 예상될 만큼 이 앨범에 수록된 하나하나의 곡들은 대단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지글거리는 노이즈와 경계가 모호한 그런지 튜닝, 문학적으로 절제되고 난해한 상징으로 도배돼 있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가사, 폭발적인 펑크에 얹힌 강한 훅의 팝멜로디, 그리고 목소리가 가장 설득력있는 악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커트 코베인의 끓는 듯한 보컬,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본작의 작품성을 드높이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앨범이라 할지라도 모든 작품에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휘호가 수여되는 것은 아니다. [NEVERMIND]보다 더 훌륭한 작품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NEVERMIND]가 지닌 진정한 가치를 뛰어넘는 작품을 제시해보라면 웬만한 고민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 않다.
첫댓글 가지고 있는게 너바나 하나 뿐이구만~~!!
난 비틀즈 싫던데...존레논 목소리가 싫어서 그런가; 역시난 익스트림스탈인듯;
얼터너티브가 두개나 뽑혔다니.. 예상 밖이네요. 영국놈들 비틀즈를 너무 신격화하는데에 이제 이골이 납니다.
왠지 약간 얼밸런스한 느낌이 나네...
핑크플로이드는 정말 인정하는데, 레드제플린앨범이 10위안에 하나밖에..그것도 IV가6위라니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이해하기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