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남이식당에서 콩나물 해장국과 된장찌개로 식사를하고 8시에 통영대교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통영은 문인 박경리, 시인 '청마' 유치환, 음악가 윤이상씨를 배출한 음악 창의 도시이며, 고교 학창시절 3학년 때 가장 절친했던 진봉진 고향이기도 하다. 통영은 통제영의 약칭으로 곳곳에 이충무공과 관련된 유적지를 만나볼 수 있다. 여행 둘쨋날 라이딩은 통영시 통영대교에서 부터 시작하였다.
차도를 따라가다가 산양읍 남평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바다를 끼고 아기자기한 해안도로를 따라 폐달을 밟았다. 높고 낮은 비포장 고개길이 계속 나타난다.그러나 풍화리에서 도로가 끊겨 더이상 갈 수가 없었다. 차량에 탑승하고 뒤돌아나와 계획에도 없었던 박경리 기념관을 덤으로 관람하게 되었다.
박경리 기념관은 그의 묘소가 있는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양지농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2층으로 지은 건물이다. 기념관 주변에는 생전에 채소 가꾸기를 즐긴 그의 취미를 살려 채마밭과 장독대,정원 등을 조성해 놓았다. 1층에는 기념관 운영 사무실, 2층에는 유품 전시실이 자리잡고 있다.
전시실에는 그의 대표작 "토지" 친필원고와 여권, 편지등의 유품이 있으며 벽면에 그의 일대기를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그래픽도 설치 되어 있다. 또한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주요무대인 안뒤산을 중심으로 한 마을 뚝지, 간창골, 충렬사, 강구안 등 당시 (1980년대)의 통영의 옛 모습을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박경리 추모공원은 어린 연어가 어미 연어가 되어 그를 낳아준 고향 땅으로 모귀회천한 곳이다. "김약국 딸들"과 "토지"를 통해 고향 통영을 세상에 우뚝 세우고 알린 박경리 선생의 영원한 보금자리이자 안식처이다. 박경리 기념관을 빠져나와 삼덕 삼거리에서 라이딩을 재개하였다.
차도를 따라 5분정도 가면 당포 대첩지 , 당포 성지 이정표가 보인다. 바로 앞은 삼덕항이고 좌측에 당포항이다. 우측편에는 장군봉이 보이고 뒷편으로는 당포성지가 있다. 장군봉은 정상에 왕의 묘를 설치한 것처럼 특이한 모양의 산이다. 당포성지는 왜구의 칩입을 막기위해 1374년(공민왕 23)에 최영(1316~1388)장군이 쌓았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에게 일시적으로 점령 당하였지만, 이순신(1545~1598)장군이 회복하여 통제영이 설치될 때까지 성으로 사용 되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이곳의 전투를 당포대첩(1592년 7월10일)이라고 하는데, 이 대첩은 옥포대첩에 이어 이순신 장군이 두 번째로 승리한 전투였다.
당포항에서 해안 차도를 따라가면 중화항이 나온다. 중화항에서 달아공원을 거쳐 달아항 까지 오르막, 내리막이 연속적으로 교차한다. 15도 이상의 가파른 긴 오르막길 이라 무척 힘들었지만 신나는 내리막길이 지친 몸을 풀어준다.
달아공원은 미륵도 최남단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어 풍광이 뛰어나고 조망이 압권이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의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지금은 달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멀리 거제도가, 서쪽으로는 남해도가 보인다. 그리고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그림 엽서처럼 아름답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전경은 가히 일품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고 한다.
달아 선착장을 지나 해안가를 따라가면 수평선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강태공들이 마동항 방파제에서 줄지어 서서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게 보였다. 마동항 바다회 식당에서 모둠회에 전복,뽈락구이,전어회, 매운탕으로 푸짐하게 오찬을 즐겼다.
싱싱한 해산물을 현지에서 바로 먹으니 입 맛이 댕기고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천하 진미였다. 여행과 맛있는 음식은 찰떡궁합이다. 아무리 눈이 즐겁더라도 맛있는 음식이 빠지면 그 여행은 허전할 수 밖에 없다. 그 때문인지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언제나 입이 즐겁고 배를 호강 해줄 음식이다.
마동항에서 해안길이 끊겨 급경사인 내륙 산간도로를 따라 미남리, 신전리를 거쳐 영운리 삼거리까지 차량으로 이동하였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누리길이 영운리 삼거리에서 충무 마리나 리조트까지 약 4,3km의 자전거길과 산책로로 조성하였다.
특히 이 길은 '삼칭이길'이라고도 불리는데 옛 조선 삼도수군 통제영 관할의 '삼천진(三千鎭)'이 있던 마을이라는 의미의 '삼천진리'를 '삼칭이'이라 불렀던데서 유래됐다. 이 곳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학익진 전법으로 왜군을 물리치고 재해권을 장악했던 한산도 해전의 현장으로, 바다 건너 한산도에는 삼도수군 통제영 본영인 제승당(制勝堂)이 자리하고 있다.
영운 삼거리에서 한산 마리나 호텔앤 리조트를 지나면서 부터 나무데크 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치 붉은 카폣을 깔아놓은 듯한 품격있는 자전거길이 나온다. 초록빛 바닷물이 넘실거리며, 보는것 마다 눈이 부셨고 라이딩 하는 곳 마다 새로왔다.
눈 부신 해안길이 하나하나 곳곳이 절경이다. 삼칭이 복바위와 돌섬 동굴 수변광장이 아름답다. 바다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신비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자전거길 곳곳 마다 벤치를 설치해 편안한 휴식과 낭만을 즐기도록 하였다.
중간 정도 가면 통영 등대 유료 낚시공원을 만난다. 강태공들이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해상교량을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가족단위, 연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낭만을 즐길 수 있도록 자전거 대여점도 있다. 통영 공설 해수욕장과 통영 도남 해수욕장을 거쳐 충무 마리나리조트에 도착하고 라이딩을 일찍 마무리 지었다.
나머지 시간은 차량관광으로 무료함을 달랬다. 먼저 조선수군의 총사령부인 삼도수군 통제영 '세병관'을 찾았다. 이 건물은 세병관 제6대 통제사인 이경준이 두룡포에서 통제영을 이곳으로 옮긴 이듬 해인 1604년(선조37) 완공한 조선 삼도수군 통제영 본영의 중심 건물이다.
이건물은 창건후 290년 동안 3도 수군을 총 지휘했던 곳으로, 멀리 남해를 바라보며 당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지방관인 건물로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마침 백화당에서 통영 전통문화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8명의 무희들이 쌍칼을 손에 쥐고 손놀림과 몸동작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율동적이면서 우아하게 춤을 추는 장면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 세병관에서 멀지 않은 서포루(西鋪樓)로 향하였다. 서포루는 일명 서피랑이며, 통영성의 서쪽에 있는 포루다. 동피랑과 마찬가지로 가파르고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나 절벽이 서쪽에 있다 하여 서피랑으로 불렀다.
시가지의 높은 피랑(벼랑) 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에서 유래한 토박이 지명이며, 한자 지명으로는 서산(西山)이라 칭했다. 이 곳은 전망이 좋아 사진 찍기 좋은 명소이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통영의 강구안은 절경이다. 마지막으로 남망산 조각공원을 탐방하였다.
이 조각공원은 국내외 정상급 조각가 15명을 초청한 "통영국제 야외조각 심포지엄" 현장에서 제작된 15점의 조각품을 영구 전시함으로써 남망산을 격조 높은 예술품으로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일정을 마치고 숙박지인 더 스토리 게스트 하우스로 향하였다. 여장을 풀고 샤워한 다음 운지식당에서 소고기 국밥으로 만찬을 즐겼다.
나는 속이 거북하여 한 끼를 건너 뛰었다. 내일 새벽 5시에 기상, 6시에 아침식사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날씨가 쾌청하여 시야가 확 터지면서 아름다운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통영에서 느낀 점은 해안 누리길(4,3km)을 제외한 해안가에 자전거길이 별도로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차도와 함께 달리다보니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언제든지 날 수가 있어 조심 스럽다. 해안 누리길을 다시 한번 밟고 싶을 정도로 너무 아름다운 자전거길 이다. 오늘은 이곳에서 멋진 낭만을 즐기고 마무리 지어 마음이 즐겁다. 좋은 추억으로 길이길이 남게 될 것이다. 바이크 손대장은 몸이 불편하여 수려한 풍광과 명품 자전거길을 즐기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성동고 16회 바이콜릭스(Bikeholics)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