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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국내 건강기능식품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 관련 법령에 따라 질병 또는 질병군의 예방·치료효과를 암시하는 표시·광고가 제한된다. 이에 국내에서는 우울증 자체를 대상으로 허가된 기능성 원료나 영양소가 없다.
다만 우울증은 약물치료만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최근에는 염증, 영양 불균형, 메틸화 대사, 생활환경 요인과의 관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는 영양성분을 활용한 보조적 중재연구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2016년 Sarris 등의 체계적 문헌고찰은 오메가-3, 메틸폴레이트(활성형 엽산), 비타민D 등의 일부 뉴트라슈티컬이 항우울제 보조요법으로 우울 증상 감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연구 규모와 이질성이 크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했다. 2019년 Firth 등의 메타리뷰 역시 일부 성분의 긍정적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성분별 근거 수준과 적용 대상은 선택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본 고에서는 비교적 연구자료가 축적된 오메가3, 활성형 엽산, 비타민B12, 비타민D, 아연을 중심으로 각 성분의 예상 기전, 연구 대상, 주요 결과와 함께 필자의 의견을 더해 약국 상담 포인트를 정리함으로써 우울증 영양상담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2. 오메가3와 우울증
우울증 관련 영양성분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가 축적된 것은 오메가-3다. 다만 이때의 오메가-3는 일반적인 어유가 아니라, EPA 비율이 높은 제형을 의미한다. 보통 EPA가 EPA 및 DHA 합의 60% 이상이거나, EPA/DHA 비율이 2:1을 초과하는 경우를 EPA 우세 제형으로 본다. 2019년 국제영양정신의학연구학회(ISNPR) 가이드라인은 우울증 보조요법에서 순수 EPA 또는 EPA/DHA 비율이 2를 넘는 제형을 유효한 형태로 제시했고, 순 EPA 기준 1~2g/day 섭취를 권장했다.
오메가-3가 우울증 연구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①염증성 사이토카인 조절 ②세포막 유동성 개선 ③신경전달물질 신호전달 최적화 같은 기전이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단순한 세로토닌 결핍만이 아니라 만성 저강도 염증, 스트레스 반응 이상, 신경가소성 저하와도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기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 대상을 보면 주로 주요우울장애 성인 환자, 그 중에서도 항우울제를 함께 복용하는 환자군이 중심이었다. 2016년 주요우울장애 성인환자 대상 무작위 대조시험 13편, 총 1233명을 분석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오메가-3 보충이 전반적인 우울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EPA 용량이 높을수록, 항우울제 복용 비율이 높을수록 결과가 더 좋았다고 보고했다.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오메가-3는 약국 상담현장에서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나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 식사 불균형과 생선 섭취 부족으로 오메가-3 섭취 부족 가능성이 있는 환자, 염증성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큰 생활습관을 가진 환자에서 EPA 우세 제형을 고려할 수 있다. 앞선 연구와 가이드라인에서는 순수 EPA 또는 EPA 우세 제형에서 EPA 함량기준 1~2g/day를 최소 8주 이상 보조요법으로 사용한 경우가 가장 많이 검토됐다. 따라서 실제 적용 시에도 이 함량과 기간을 참고하여, 각 제품별 EPA 함량을 확인한 후 1일 섭취량을 제안할 것을 권한다.
3. 활성형 엽산과 우울증
활성형 엽산(L-methylfolate, 5-MTHF)은 오메가-3 만큼 연구 수가 많지는 않지만, 항우울제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주요우울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적 선명한 보조요법 근거가 축적된 성분이다. 특히 일반 folic acid와 달리 엽산 대사 과정에서 대사 효소 활성의 개인차가 적고 직접적으로 one-carbon 대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울증 연구에서 주목받아 왔다.
활성형 엽산이 우울증에 도움되는 기전은 메틸화 대사와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엽산은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생성에 필요한 대사과정과 관련 있고, 활성형 엽산은 테트라하이드로비옵테린(BH4) 합성을 도와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리뷰에서는 비만 또는 만성 염증을 동반한 환자군에서 활성형 엽산의 반응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됐다.
주요 연구 대상은 SSRI에 부분 반응 또는 무반응을 보인 주요우울장애 성인 외래 환자였다. 2012년 Papakostas 등의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에서는 L-methylfolate 15mg/day를 60일간 추가한 군이 위약군보다 반응률과 증상 점수 개선에서 유의하게 우수했다. 2014년 후속 분석에서는 BMI 증가, hs-CRP 상승, 지질과산화 증가 등 대사·염증 관련 지표를 가진 환자에서 반응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내 약국 상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는 성인의 엽산 상한섭취량이 보충제 및 엽산 강화식품으로서 섭취한 folic acid 기준 1000μg/day 로 설정되어 있으며, 약국에 유통되는 제품도 대개 1일 400~800μg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해외 임상연구에서 사용된 활성형 엽산 15mg/day 용량을 국내 약국 실무에 그대로 반영하긴 어렵다.
대신 활성형 엽산이 우울증에 도움되는 기전을 고려할 때 만성적인 스트레스 환경 속에서 우울감과 함께 지속적인 피로, 식사 불균형, 대사적 취약성이 눈에 띄는 고객에게 영양보충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엽산은 기본 영양소이며, 항우울제와의 임상적으로 뚜렷한 상호작용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울증 환자의 영양보충 목적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오메가-3의 기전과 섭취량, 섭취 기간이 비교적 뚜렷했던 점을 감안하여, 엽산의 섭취량 한계 극복 관점에서 오메가-3와 활성형 엽산의 병용 요법도 고려할 수 있다.
4. 비타민B12와 우울증
비타민B12는 엽산과 함께 one-carbon 대사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영양소로, 우울증과의 관련성이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비록 오메가-3나 활성형 엽산처럼 특정 제형과 용량을 중심으로 한 개입연구가 많지 않지만 메틸화 대사, 호모시스테인 조절, 신경전달물질 합성, 신경세포 유지에 관여하는 영양소라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비타민B12가 우울 증상과 연관될 수 있는 기전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엽산과 함께 메틸기 전달 과정에 참여하여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의 대사 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다. 둘째, 호모시스테인 축적을 억제함으로써 신경독성과 혈관성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말초 및 중추신경계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에 결핍 시 피로, 무기력, 집중력 저하, 인지기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우울 증상과 일부 중첩될 수 있다.
관련 연구를 보면 비타민B12는 단독 보충보다 혈중 농도와 우울 증상간의 관련성을 평가한 관찰연구가 더 많다. 일부 연구에서는 혈중 비타민B12 농도가 낮은 사람에서 우울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나거나 항우울제 반응이 불량할 가능성이 제시됐고, 고령층에서는 낮은 비타민B12 상태가 기분 저하 및 인지 저하와 함께 관찰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결과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식사 불량, 노화, 위축성 위염 위산분비 저하, 약물 복용, 만성질환 등 다양한 교란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까지의 근거는 비타민B12를 고용량 보충한다고 해서 우울증이 직접 개선된다고 보기보다는, 결핍 또는 불충분 상태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향에 가깝다.
약국 상담현장에서는 이러한 방향으로 비타민B12를 우울증상 관리에 적용할 수 있다. 우울감과 함께 지속적인 피로, 무기력, 집중력 저하, 손발 저림, 혀 통증, 창백함, 기억력 저하 등이 동반되는 경우 비타민B12 보충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특히 고령자, 식사량이 적은 사람, 위장관 흡수저하 가능성이 있는 사람, 장기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온 사람, 메트포르민이나 위산분비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은 비타민B12 결핍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이러한 대상에서 우울 증상이 동반될 경우 비타민B12 보충에 우울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는 영양학적 취약성 보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5. 비타민D와 우울증
비타민D는 우울증 관련 뉴트라슈티걸 가운데 비교적 잘 알려진 성분이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오메가-3처럼 일관되게 정리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민D는 뇌 기능, 면역조절, 염증 반응, 신경보호와 관련된 기전이 지속적으로 제시되면서 우울증의 보조적 중재 성분으로 오랫동안 검토돼 왔다. 특히 실내 생활 증가, 햇빛 노출 감소, 계절 변화, 고령화 등 현대인의 생활환경을 고려할 때 약국 상담현장에서 접점이 많은 대표적 영양소로서 가치가 높다.
비타민D가 우울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전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중추신경계 내 비타민D 수용체의 존재다. 둘째, 염증성 사이토카인 조절을 통한 면역 및 염증 반응의 완화 가능성이다. 셋째, 신경영양인자 및 신경가소성과의 관련성이다. 넷째, 수면, 생체리듬, 피로감에 대한 간접적 영향이다. 우울증이 단순한 기분 저하에 그치지 않고 염증, 스트레스 반응, 수면장애, 에너지 저하와 복합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타민D 부족 상태에서는 피로감, 무기력, 근육통, 활동저하가 함께 나타날 수 있어 이러한 양상이 우울 증상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낮은 사람에서 우울 증상이 더 흔하게 관찰된다는 보고가 적지 않다. 다만 관찰연구는 햇빛 노출, 신체활동, 비만, 만성질환, 계절적 요인 등의 영향을 함께 받기 때문에 낮은 비타민D가 우울증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재연구에서도 모든 대상에서 일관된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기저에 비타민D 부족이 있거나 우울 증상과 함께 혈중 농도가 낮은 사람에서는 보충의 이점이 상대적으로 더 잘 나타날 가능성이 제시됐다. 즉 비타민D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권하는 항우울 영양소라기보다는 결핍 또는 부족 상태가 확인되거나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우선순위로 제안할 수 있다.
용량 측면에서는 연구마다 섭취 수준의 차이가 크고, 대상자의 혈중 비타민D 상태에 따라 필요한 보충량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우울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일률적인 1일 섭취량을 제시하긴 어렵다. 따라서 2025 한국인영양소섭취기준의 비타민D 일일 상한섭취량 4000IU를 참고하여 개별 섭취량 설정을 고려할 수 있다.
6. 아연과 우울증
아연은 면역조절, 염증 반응, 신경전달 조절, 시냅스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필수 미량영양소로, 우울증의 병태생리와 연결될 수 있는 여러 기전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관련 연구를 보면, 우울증 환자에서 말초 혈중 아연 농도가 더 낮게 관찰된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보고된 바 있으며, 식이 아연 섭취 수준이 높을수록 우울 위험이 낮을 가능성을 시사한 분석도 제시됐다.
또한 일부 중재연구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아연 보충이 우울 점수 개선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제시됐고, 특히 항우울제와 병용했을 때 보조적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다만 연구 수가 많지 않고 대상자 특성, 용량, 병용 여부의 차이가 커 아연을 모든 우울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권할 수 있는 표준 보조요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약국 상담현장에서는 우울감과 함께 전반적인 컨디션 저하, 면역 저하 경향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아연 섭취를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고 회복이 더디며, 최근 입맛 저하나 활력 저하는 함께 호소하는 고객에서는 우선적인 보조요법으로 검토할만 하다.
단 아연은 장기간 고용량으로 단독 섭취할 경우 구리 결핍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영양 보충 범위 안에서 활용하는 것(참고: 2025 한국인영양소섭취기준 아연 상한섭취량 35mg)을 권한다.
참고문헌
1) Sarris J, et al. Am J Psychiatry. 2016.
2) Firth J, et al. World Psychiatry. 2019.
3) Guu TW, et al. Psychother Psychosom. 2019.
4) Liao Y, et al. Transl Psychiatry. 2019.
5) Mocking RJT, et al. J Clin Psychiatry. 2020.
6) Papakostas GI, et al. Am J Psychiatry. 2012.
7) Papakostas GI, et al. J Clin Psychiatry. 2014.
8) Syed EU, et al. Open Neurol J. 2013.
9) Almeida OP, et al. Int Psychogeriatr. 2015.
10) Mikola T, et al. Crit Rev Food Sci Nutr. 2023.
11) Ghaemi S, et al. Nutr Neurosci. 2024.
12) Swardfager W, et al. Biol Psychiatry. 2013.
13) da Silva LEM, et al. Nutr Rev. 2021.
14)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2025.
15)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