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와 HJ중공업의 횡포 각서 없으면 입주 못합니다.
디지털타임스, 박순원 기자, 2022. 12. 27.
SK에코플랜트·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인천의 한 현장에서 아파트를 완공하고도 각서를 쓰지 않은 조합원의 입주를 불허하고 있다. 이 각서에는 시공사가 조합으로부터 5개월 내 공사비를 전액 환수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에 강제집행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2월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HJ중공업은 '부평SK뷰해모로' 단지에서 아파트 열쇠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각서를 쓰지 않은 조합원의 입주를 불허하고 있다. 시공사가 조합을 거치지 않고 개별 조합원에 각서를 요구하는 사례는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부평SK뷰해모로는 인천 부평구 일원에 지어진 지상 최고 25층 17개동 총 1559가구 규모 아파트로, 입주 시작 날짜는 12월 28일이다.
SK에코플랜트가 조합원에게 각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조합은 이달 중순 비례율 120% 수준으로 관리처분 총회를 진행했는데, SK에코플랜트는 이 단지 비례율이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합은 관리처분 총회 전 비례율 조정 요청이 있었다면 비례율 변경 총회를 진행했을 것이란 입장이다. 비례율은 조합원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과 재개발 이후 획득하게 되는 자산의 비율을 말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 하락이 이어지면서 전국 재개발 비례율은 하향 추세다.
하지만 SK에코플랜트는 부평SK뷰해모로 조합이 관리처분 총회를 진행하겠다고 사전 고지했을 당시 비례율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중순 총회가 끝난 뒤 비례율 하향 조정이 필요함을 파악했다. SK에코플랜트가 아파트 입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이 아파트 입주 날짜는 당장 하루 남은 상황이라 비례율 변경을 위해 조합 총회를 다시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가 조합에 비례율 조정을 요청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조합이 시공사 몰래 총회를 개최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총회가 끝난 뒤 비례율 변경을 요청했다면 이는 건설사 입주 관리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의 각서 요구를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선 내분이 일고 있다. 이사 날짜를 내년 상반기로 계획해둔 조합원의 경우 각서에 서명하지 않고 있지만, 당장 입주를 코앞에 둔 조합원의 경우 각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입주가 불가하다. 특히 주택금융공사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실행한 경우 심사 기간이 일반 금융권에 비해 길어 재심사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대를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해놓은 뒤 각서를 요구한다면 이는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소송을 진행한다면 시공사가 패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하지만 입주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조합원 개인이 건설사와 장기간 소송전을 치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