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해녀(海女)
歲月無續流逝去(세월무속류서거)-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怨恨之海子息死(원한지해자식사)-자식을 먹어치운 원망의 바다
碧綠寒冷只多恨(벽록한랭지다한)-시퍼렇고 차갑고 한스럽지만
生命繩線海纏着(생명승선해전착)-삶의 밧줄이 바다에 얽매어 있으니
憎惡不可怨恨海(증오불가원한해)-미워만 할 수 없는 한 맺힌 바다.
九一海女着水服(구일해녀착수복)-91세 해녀는 잠수복을 입는다.
有時咀呪想起來(유시저주상기래)-때로는 저주스런 생각이 들지만
母如乳胸豊足海(모여유흉풍족해)-어머니 젖가슴 같은 넉넉한 바다.
每季節花更新開(매계절화갱신개)-꽃은 철마다 바꾸어 새로 피는데
人生歲去不復華(인생세거불복화)-인생은 해는 가도 다시 피지 않으니
此事人老證據啊(차사인로증거아)-이것이 인생이 늙어가는 증거이니.
生覺年老是悲泣(생각년노시비읍)-생각하면 늙음이 눈물 나게 슬프다
有情離別痛心事(유정이별통심사)-정들어놓고 이별은 가슴 아픈 것
那海流時是離別(나해류시시이별)-저 바다도 시간이 흐르면 이별이니
潜水服時最幸福(잠수복시최행복)-잠수복 입을 때가 제일 행복하지
老婆眼邊眼淚流(노파안변안루류)-할머니 주름진 눈에 눈물이 고인다.
농월(弄月)
91세 해녀의 해조곡(海鳥曲)
할머니,
연세가 91세인데 아직까지 물질을 하세요?
응, 해야지 할 수 있어
홍합도 잡아 당겨야 하고
물속에서는 동작이 빨라야 하는데
이제 나도 늙어서 마음대로 안 돼
할머니,
선장이 배를 잘 태워 주세요?
응,
서로 마음이 맞으니 배도 같이 타고 다니지
그렇지 않아?
선장과 안지 10년 됐어
좋은 사람이야
할머니 힘안드세요?
왜 힘이 안 들어?
물속깊이 들어가면 힘들어
응,
홍합을 더잡아야 해야지
문어 한 마리 잡았는데
이거 엄청나게 힘이센 놈이야
물속에서 사람 몸에 붙으면 사람이 움직이지 못해
위험해.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자식을 먹어치운 바다가 한스럽지만
삶의 밧줄에 얽매어
미워만 할 수 없는 한 맺힌 바다.
오늘도 91세 할머니는 잠수복을 껴입고 뛰어든다.
때로는 자식 잡아먹은 저주스런 바다지만
그래도 삶을 이어 주는 어머니 젖가슴 같은 넉넉한 바다.
할머니 건강하게 계셔요
사진 한 장 찍고요
나 사진 예쁘게 찍어줘
응, 예쁘게
꽃은 해마다 자꾸자꾸 새로 피는데
인생은 다시 피지 않아
꽃이 참 곱지 !
사람은 한번 만나면 잘 헤어지지 못해
인정 때문에
그렇게 나도 독하지를 못해
헤어지는 건 서운하지
정들어놓고 이별하는 게
할머니 눈에 눈물이 고인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