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닌
홍지호
허공을 찢고
들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하늘만 보던 친구는
분명히 있었다고 찢고 있었다고
허공도 찢기더라고
아물었을까 친구 덕분에 나도 종종 하늘을 본다
어디쯤이었을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동네에는 가장 큰 건물이 들어섰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는
잊었다
어릴 때 놀이공원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적 있다
그렇게나 사람이 많았는데
허공이었다
예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건물과 발전에 대해 누군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거기에서
놀았었다
잘 들어 보면 허공이 찢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친구가 말했었는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설명하던 누군가는
설명도 잊은 채
어쩌다가 이렇게 크게 지어버렸는지도 잊고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도 잊은 채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허공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과
허공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잊어버리고
들리는 것도 같다
모두와 친구가 될 수는 없다는 친구의 이야기
모두가
내 것이 아닌 무언가를 찢고 나왔다는 이야기
허공을 찢어버리고
허우적거리는 아가의 울음을 건져 올리던
엄마의 손자국에 관한
허공에 관한
내 것이 아닌 이야기
ㅡ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2023, 5월호)
홍지호 : 1990년 화천 출생. 2015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