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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윤동주기념사업회)
 
 
 
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스크랩 문학으로 윤동주님의 고향을 지키겠습니다
김정섭 추천 0 조회 19 08.11.14 10:26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문학으로 윤동주님의 고향을 지키겠습니다


김관웅




  윤동주님은 연변이 낳은 걸출한 민족시인입니다. 저는 문학계간「서시(序詩)」와 “윤동주문학선양위원회”로부터에서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연변은 윤동주님의 고향입니다.「별 헤는 밤」에서처럼 간도는  윤동주님의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추억이 서리서리 얽혀있는 차마 못 잊을 고향이면서도 아울러 어쩌다가 귀향하기만 하면 “백골이 따라와서 한방에 눕는” 다시 떠나고 싶은 어둡고 숨 막히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저의 아버님은 윤동주님과 동갑이신데 금년에 91세입니다. 평양태생이신 저의 아버님은 윤동주님이 1935년에 평양 숭실중학교로 공부하러 가셨을 때  가난 때문에 18세가 되도록 학교문전에도 가보지 못한 채 살길을 찾아 산 설고 물 설은 중국으로 건너오셨습니다. 우리 아버님도 말끝마다 돈 벌어 고향에 돌아간다고 하시면서 윤동주님처럼 간도 땅을 떠나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연변에 눌러앉으셨고 아들딸 팔남매를 낳고 손자, 손녀, 증손자, 증손녀들을 수십 명을 슬하에 두고 계십니다. 이처럼 우리 아버님 같은 이민1세들은 간다간다고 하시면서 70여 년 동안 간도 땅에서 살아오시고 있습니다.

  중국조선족문학의 대부이신 김학철옹은 고향이 함남원산입니다. 2002년 10월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유골(遺骨)을 우편박스에 담아 두만강 물결에 띄우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유골이나마 자기의 고향인 원산앞바다에 닿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고 저의 아버님이나 김학철옹 같은 이민1세들은 죽어서라도 고향땅인 한반도의 어느 산자락에 묻히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우리 이민 2세, 3세들의 고향관은 이민1세들인 우리 부모님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간도-연변 땅은 우리들이 태여나서 자라났고 죽어서 묻힐 땅이기 때문입니다.

  연변 땅은 좋으나 궂으나 우리들의 고향입니다. 수많은 우리 이민1세, 이민2세들의 뼈가 묻혀있는 땅입니다. 연변은 중국조선족의 “서울”입니다. 연변 은 중국이나 한반도 문화권에서는 변두리에 속하겠지만 중국조선족문화의 중심입니다. 이 세계화의 시대에 연변은 어느 날엔가는 중국, 조선, 한국, 러시아의 경제, 문화를 이어주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동북아시아의 빛나는 변두리로 부상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좋으나 궂으나 이 연변 땅에서 민족의 얼을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을 지키고 병신자식 효도한다는 말이 있다시피 지금 연변에 남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배운 게 별로 없고 가진 게 별로 없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가난한 분들입니다. 우리 연변 땅은 바로 이런 가난한 분들에 의해 개척되고 건설되고 지켜져 왔습니다.  

  이 땅을 지키고 이 땅의 우리민족의 문화를 지키는 가장 유력한 무기 중의 하나가 바로 문학입니다. 우리말과 글로 담아내는 우리 문학입니다.

  이번 수상은 저에게 크나큰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듯이 저는 내일도 문학이란 이 유력한 무기로 중국조선족의 서울을 지키겠습니다. 중국조선족문화의 중심을 지키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문학으로 윤동주님의 고향을 지키겠습니다.

                                                                                                   2008년 11월 8일 중국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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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11.14 19:10

    첫댓글 연길에서 띄우신 선생님의 마음을 접하고 우리민족의 한 비슷한 느낌을 가집니다. 선생님의 마음이 승하되도록 빌어봅니다.

  • 08.11.20 05:35

    연변대학의 학자다운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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