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원두막에 앉아 수박 한통 깨뜨려 나눠 먹고 싶은 계절이군요. 오랫만에 글을 올립니다. 자주 들어와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좋은 글 하나만 남기고 다음에 소식 전할께요. 호산나에서 가이드북 코너를 운영하는데 가입해서 책을 열람하고 있답니다. 그 중에 무료 가이드북 중에 감자탕 교회 이야기를 올려봅니다. 그러한 교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자탕 교회 이야기 양병무 지음 김영사/2003년 2월/227쪽/8,900원
1장 사람을 감동시키는 교회 왜 감자탕 교회인가 감자탕!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손바닥만한 뼈다귀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살점을 발라 먹는 맛 또한 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역시 마지막에 주먹만한 감자를 젓가락으로 쪼개 먹을 때 감자탕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감자탕은 설렁탕과 더불어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서울의 수락산 입구에 감자탕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식당이 있다. 바로 도봉산 감자탕 집이다. 5층짜리 건물의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감자탕 집은 간판을 1층뿐만 아니라 옥상에도 크게 내달았다. 이 건물의 4층에는 태권도 도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4층 역시 1층에 질세라 간판을 크게 걸어놓았다. 그러나 3층과 5층을 사용하고 있는 서울광염교회의 옥상 간판은 형편없이 작다.
그래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광염교회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교인들은 교회 간판을 좀더 큰 것으로 바꿔달자고 했지만 담임목사인 조현삼 목사는 그대로 두라고 했다. 교회를 찾는 사람이 간판보고 오는 것은 아니며 간판 가지고 아래층과 경쟁하면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다 보니 '교회 찾아오는 길'을 설명할 때 궁여지책으로 감자탕 집을 빼놓을 수 없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는 아예 감자탕 교회로 둔갑하고 말았다.
광염교회는 감자탕 교회이므로 당연히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10년째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교인 수는 매년 봇물처럼 불어나 현재 어른만 900명이 넘게 출석한다. 한 자리에서 다 같이 예배드릴 공간이 없어 주일 낮 예배를 5부로, 저녁 예배도 3부로 나누어 드린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교인들이 이런 좁아터진 감자탕 교회에 다니면서도 불만이 없다는 사실이다. 뭐가 그리 좋은지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다.
예배당이 작은 큰 교회 광염교회는 자체 예배당 건물이 없어 감자탕 교회라는 별명이 붙었으니 작은 교회임에 틀림없다. 본당은 감자탕 건물 3층, 초등부와 식당은 같은 건물의 5층, 유년부는 옆 건물의 3층, 교회사무실은 또 다른 건물의 2층, 그리고 중·고등부는 그 옆 건물의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예배 장소와 사무실이 다섯 군데로 갈라져 있으니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 신세이며, 비라도 오는 날이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정말 작은 교회일까, 2002년 1월과 2월 두 달 동안에 재정부에서 지출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캄보디아 광염대학 건립 지원 5천만 원, 상반기 광염 장학생 18명에게 3천만 원 장학금 지급, 광염학사 건립 지원 3천만 원, 설날 불우이웃에 대한 사랑의 과일 700박스 전달, 북한동포에게 쌀 4톤 지원, 중국 광염관 정미소 건축에 1500만 원 지원, 1월과 2월 두 달간 헌금 총액 2억 원 등 셋방살이하는 교회가 남 돕는 일에는 겁없이 앞장서고 있다. 광염교회는 비록 예배 장소는 비좁고 볼품 없어 보이지만 하는 일들을 보면 넉넉하고 큰 교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예배당이 작은 큰 교회'라고 부른다. 광염교회는 외형만을 중시하는 양적 성장을 거부하고 내면을 중시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이 보시기에 흡족한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게 그들의 소망이다.
조 목사가 이렇듯 사람이 남는 교회를 고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교회 개척 당시 성지순례를 하면서 유럽의 텅 빈 교회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건물을 자랑하는 성당이나 예배당이, 신도는 찾아보기 어렵고 관광지로 전락한 데 대해 서글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아무리 훌륭한 건물을 지어 남겨놓아도 그것을 지킬 사람이 없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그때 조 목사는 자신이 떠난 뒤에 건물이 아닌 사람이 남는 목회를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건물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이 목회 철학은 지난 10년 동안 흔들림 없이 광염교회를 지켜왔다. 그는 교인들에게 건물을 짓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무리하지 말자고 설득한다. 조 목사는 광염교회를 설립할 때 10대 비전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 세계에서 전도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교회 · 국내외에 100개 이상의 교회를 설립하는 교회 · 100명 이상의 선교사를 지원하는 교회 · 1천만 장 이상의 전도지를 전하는 교회 · 우리 나라에서 구제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교회 · 100명 이상의 고아와 과부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교회 · 1만 가정 이상을 천국의 모형으로 만드는 교회 · 우리 나라에서 예수님 닮은 인재를 가장 많이 양육하는 교회 · 100명 이상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회 · 100명 이상의 사회 각 분야 최고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회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광염교회 사람들 광염교회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장면은 젊은 시절, 연애하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은 기본이다. "존경합니다. 훌륭하십니다. 행복하세요."란 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예배가 끝난 후에 교회 앞 도로변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김형규 장로는 이런 모습을 '20분 부흥회'라고 부른다. 서로에게 악수하고 포옹하며 사랑을 확인하느라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20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구역 예배 때는 교회 이야기로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밤을 새워 며칠을 얘기해도 끝이 없을 만큼 광염교회 사람들은 교회에 대한 얘깃거리들을 가슴에 가득 담고 다닌다. 무슨 얘기 길래 그토록 재미있을까. 다름 아닌 교회를 칭찬하는 얘기들이다. 모였다 하면 모든 사람들의 훌륭한 점에 대한 칭찬이 그치지를 않는다. 신앙생활 중에 변화된 이야기, 봉사활동에서 오는 기쁨 등 말을 꺼냈다 하면 서로 칭찬하고 아껴주는 분위기다.
내가 처음 이 교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김귀식 집사의 담임목사에 대한 칭찬 때문이었다. 어느 날 김 집사와 점심식사를 하는데 두 시간 내내 자기 교회와 목사에 대해 칭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며칠 후 다른 집사들과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밤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곱 시간 동안을 교회에 대한 칭찬으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이때 남을 칭찬하면서 밤을 새울 수도 있구나 하는 희한한 경험을 난생 처음 하게 되었다.
광염교회에서는 지금 복음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교회를 통해 세상을 이기는 법을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슴이 시냇가를 그리워하듯이 주일 예배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주일 저녁 예배, 수요 저녁 예배, 목요일 구역 예배, 금요 심야 기도회 등 예배를 통하여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 물리적으로 만나는 게 어려우면 인터넷을 통해 만난다. 교회 홈페이지를 접속하여 글을 올리고 덧달기를 함으로써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직접 만날 때는 얼굴을 보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즐거워하고 헤어진 다음에는 디지털 방식으로 서로를 그리워한다.
교회에서 가장 일이 많은 식당에서도 교인들의 사랑과 감사를 엿볼 수 있다. 감자탕 건물의 5층 입구에 붙어 있는 식당은 두세 평밖에 안 되는 좁은 공간이다. 말이 식당이지 사실은 주방만 있을 뿐 초등부와 노년부가 사용하는 예배당을 식사 시간에 잠깐 빌려 쓰는 형편이다. 장소가 좁은 것은 물론이고 주방 시설 또한 변변치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일날이면 어김없이 400여 명의 맛있는 식사가 준비된다. 6명의 봉사 대원들이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3시 반까지 다섯 시간 동안 음식을 장만한다. 이렇게 식당 일을 하고 나면 2, 3일 정도는 앓아 눕는다니 그들의 노고가 감사할 따름이다.
이들에게는 교우들의 진심 어린 한 마디가 큰 위로와 격려가 된다. "권사님 그리고 집사님, 오늘 점심은 제가 먹은 음식 중에서 가장 맛이 있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 그들은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사랑이 넘치는 감사의 말 한 마디가 그들의 육체적인 괴로움을 순식간에 날려보내고 마는 것이다. 힘든 곳에서 봉사하는 사람들과 교역자들을 본받아 모든 사람들이 감사하는 마음이 체질화되어 있다. 누구를 만나든 얼굴에서 감사의 빛이 감돈다.
존경받는 목사, 행복한 성도들 광염교회의 첫인상은 교인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밖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꼽으라면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비슷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많다. 심하면 남자와 여자의 수가 20 대 80의 비율을 이루기도 한다. 이처럼 남자의 비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교회가 술과 담배를 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술 마시는 것을 죄악시하는 기독교 문화는 교회로 향하는 남성들의 발걸음을 망설이게 만든다.
이러한 대세를 깨뜨린 게 광염교회다. 수요일 저녁 예배를 참석해보면 남녀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도 광염교회에 오기 전에는 수요 예배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참석하고, 참석하지 못할 때는 매우 안타까워한다. 사실 직장생활을 하고 '가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30∼40대 남자들은 고달프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광염교회에 남자들의 출석률이 높은 이유는 아마도 이처럼 무한경쟁에 찌든 한국 남자들에게 편안한 쉼을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조 목사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과 고난 받는 사람들이다. 조 목사는 건강한 가정에는 오히려 관심이 적다.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가난하고 고난 받는 가정이 생기면 따뜻한 사랑으로 보살핀다. 전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성령의 감동을 받으면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돕기 위해 찾아간다.
목사에 대한 존경과 그로부터 받은 감동은 그대로 광염교회인들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세상의 온갖 근심과 걱정을 하나님께 내려놓고 태평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한다. 그리고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전도 현장으로, 구제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을 피곤으로 여기지 않고 기쁨과 환희로 받아들인다. 가난하고 고난 받으며 소외된 자들을 긍휼히 여길 때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터득한 까닭이다.
2장 비전 있는 목회 철학, 아름다운 목회 방법 솔선수범하는 목회 철학 리더십의 핵심은 솔선수범에 있다. 조현삼 목사가 사람들에게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솔선수범하는 자세'에 있다. 그 예로 다음의 열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사람들에게 전도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전도활동에 모범을 보인다는 점이다. 둘째, 자신이 먼저 회개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설교 시간에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하나님께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한다. 셋째, 남을 섬기는 데 모범을 보인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모녀 가정을 위한 사랑의 집 1호,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사랑의 집 2호, 부자 가정을 위한 사랑의 집 3호, 숙소가 불편한 청년들을 위한 사랑의 집 4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까는 등 목사가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일을 하였다. 지금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거하며 희망을 꿈꾸고 있다.
넷째, 모든 사람들에게 검소함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다섯째, 교회의 모든 일에 앞장선다.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일이나 김장을 하는 일에도 누구보다 앞장선다. 여섯째, 특별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움직이며 전도여행에서도 텐트나 예배당에서 머물며 불편을 감수한다. 일곱째, 설교를 쉽게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 목사의 설교는 매번 감동을 주며, 많은 사람들이 조 목사의 달콤하고 유익한 설교를 듣기 위해 거의 모든 예배에 참석한다.
여덟째, 예수님이 강조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범을 보인다는 점이다. 고통 당한 이웃이 있으면 그 누구보다 먼저 다가가 사랑을 전한다. 아홉째, 행복의 모범을 보여준다. "죽어서 천국에 가지만 이 땅에 있는 동안에도 천국을 경험해야 한다."고 조 목사는 가르친다. 열 번째, 꿈과 비전을 보여주며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마치 10대들처럼 꿈을 꾼다. 그러나 무모해 보이는 그러한 꿈들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조 목사의 목회 철학의 기본은 솔선수범에 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는 영광을, 성도에게는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100만 원만 남기고 100퍼센트 공개하는 재정 원칙 돈은 모으는 재미와 쓰는 재미가 있다. 둘 다 중독성이 있다. 모으는 재미에 맛들이면 계속 모아야 하고 쓰는 재미에 빠져들면 계속 쓰게 된다. 부자가 아닌데도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곳이 바로 광염교회다. 조 목사와 교인들은 늘 돈을 얼마나 잘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도 매주 말이다. 그 이유는 조 목사가 교회 개척 때부터 이상한 원칙을 하나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교회 재정 잔고는 100만 원을 유지하고 전부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교회 개척 시절에는 재정 잔고 100만 원을 남기는 것 자체가 힘들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는 원칙이었다. 그러나 헌금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이 원칙은 기적의 방망이 역할을 하고 있다. 남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을 힘들이지 않고 척척 해냄으로써 역동적인 교회, 참신한 교회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2002년 상반기, 돈의 씀씀이를 살펴보자. 부산 모라우리 교회 사택 보증금 및 월세 경비 지원 1600만 원, 고 최완규 강도사의 남은 가족 돕기 지원금 1170만 원, 이웃 어르신 초청 잔치 1500만 원, 광염장학금 3천만 원, 광염학사 보증금 3천만 원, 캄보디아 광염대학 건축 지원금 7천만 원 등 교회의 규모에 비하면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출하였다.
또 이 원칙을 지키다 보면 재정 문제로 분란이 생길 일도 없다. 돈이 쌓이다 보면 집행권을 놓고 갈등이 일어나고 다툼이 생길 수 있는데 쌓인 돈이 없으니 그럴 일도 없다. 하나님이 주신 재물로 하나님이 기뻐하고 성도가 보람을 느끼는 일에 사용한다는 집행 원칙을 갖고 돈의 사용처를 찾는 까닭에 기대와 보람이 늘 함께 찾아온다.
비축해둔 돈은 없지만 지출을 예상하고 계획을 세우면 신기하게도 거기에 맞는 재정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광염교회는 원칙대로 늘 통장에 100만 원만 남기고 지출하지만 지금까지 돈 때문에 어려움을 당한 적은 거의 없다. 한편, 재정 잔고 100만 원선 유지 원칙을 지키다 보니 돈을 쓸 때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광염교회는 분기마다 재정 집행 내역을 설명하는 제직회를 열어 재정을 100퍼센트 공개하고 있다. 이 원칙은 교회 창립 때부터 지켜져 왔다. 재정의 규모가 적을 때는 공개하는 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공개에 대한 부담과 비공개에 대한 유혹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담임목사는 재정은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회계의 투명성 덕분에 지금까지 목사로서 하나님과 교인들 앞에서 무한한 자유로움을 누리며 목회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 목사는 돈 쓰는 재미가 돈 모으는 재미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의 의미를 매일 체험하며 살아간다. 조 목사는 돈을 모으는 유혹에서 벗어나니 참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만약 예배당을 짓느라 현재의 이 행복을 누릴 수 없다면 차라리 예배당 짓는 쪽을 포기하겠다며 이 자유와 행복을 다른 것과 맞바꿀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을 키우는 목회, 사람이 크는 교회 조 목사 목회 철학의 키워드는 사람이다. '100명 이상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회, 100명 이상의 사회 최고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회, 전 교인을 예수님의 제자로 양성하는 교회'라는 항목들은 조 목사가 인재 키우기에 얼마나 열정을 쏟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광염교회는 주일 저녁 예배를 3부로 나누어 드리고 있는데, 1부와 2부는 부목사와 전도사들에게 설교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하였고 3부는 조 목사가 맡고 있다. 목회자에게 설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내 설교는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 있으니 가능하면 부교역자의 저녁 설교를 들은 후 손을 꼭 잡고 격려해 주라."고 사람들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사람들은 그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받는다.
김세열 부목사는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광염교회 평신도로 있다가 조 목사의 권유를 받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후 오늘에 이르렀다. 조 목사는 김 목사에게 교회 개척 때 1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위해 현재 매달 300만 원씩 2년 동안 기금을 적립해나가고 있다. 자신들의 교회는 셋방살이에 만족하면서 부목사의 개척교회를 위해 1억 원을 지원하는 데서 조 목사와 교인들의 인재 양성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조 목사는 부교역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교역자끼리 서로 경쟁시키지 않는다. 대신에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고 사랑으로 권면하는 가운데 미래의 훌륭한 목회자로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는 사람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목회를 하다 보니 사람들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 있음을 발견했다고 회고한다.
3장 삶의 지혜를 주는 조 목사 칼럼 95를 주목하라 사람 몸의 구조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왜 가만두면 안 좋은 쪽, 부정적인 쪽으로 기우는 걸까요? 실패하기 위해 사람이 뭘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가만있으면 실패합니다. 낙심하기 위해, 원망하고 불평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서운함을 품기 위해, 타락하기 위해 사람이 뭘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가만있으면 됩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존경한다 할지라도 당사자가 늘 자신을 안 좋게 여기고 자신을 무시하고 싫어하는 사람만 생각하며 지낸다면 그는 참으로 안타까운 인생을 사는 거지요. 나는 이런 원리를 몸에도 적용해 봅니다. 내 몸의 거의 대부분은 건강합니다. 다만 간이 좀 약합니다. 몸 전체의 비율로 따지면 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그런데도 내 몸의 구조는 가만두면 온통 간에 집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할수록 내 간엔 안 좋습니다.
여러분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보십시오. 좋은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대부분 저녁이면 돌아갈 집이 있고, 사랑과 위로를 나눌 가족이 있고, 저녁을 지어먹을 쌀이 있습니다. 참 좋은 일이 많지요. 물론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 안 좋은 일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은 95대 5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5에 95의 신경을 쓰면서 인생을 힘들게 삽니다.
손아랫 동서 중에 검찰에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지금 차를 몰고 다닙니다. 그러나 검찰에 있는 동안에는 차를 사지 못했습니다. 못 산 게 아니라 안 샀습니다. 이유인즉 그 동서가 매일 처리하는 일이 교통사고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날마다 교통사고 속에서 살았습니다. 사고 없이 잘 운행되는 차의 비율이 실제로는 훨씬 높음에도 그 동서에겐 사고 차의 비율이 훨씬 크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이게 사람의 본성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께서 염려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가 바로 5를 위해 95를 쓰지 말라는 의미임을 알아야 합니다. 너의 염려를 다 주께 맡겨버리라는 말씀의 의미는 5는 주님께 맡기고 너는 95에 주목하며 행복하게 살라는 겁니다. 비판하지 말라는 말씀의 의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의 5에 95를 쓰지 말라는 말입니다.
신문에 난 예수 광고 설교 도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왜 신문엔 롯데백화점 광고, 나이키 광고만 실려야 합니까? 거기 예수가 실리면 안 됩니까? 신문 전면 광고료가 너무 비싸 지금은 돈이 없어 못하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돈을 주시면 신문에 예수를 전면 광고할 겁니다." 성도들이 얼마나 크게 "아멘"을 하던지요.
그런데 다음주에 하나님께서 수천만 원을 현금으로 주셨습니다. 우리 교회가 생긴 이래 단일헌금으로는 가장 큰 액수였습니다. 헌금을 한 성도는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목사님만 알고 계셨으면 좋겠답니다. 앞으로 몇 년 후에야 가능하리라는 마음으로 전면 광고를 얘기한 것인데, 하나님은 바로 다음주에 돈을 내놓으신 겁니다. 나는 이 사실을 설교 시간을 통해 알렸습니다. 그날 설교를 하면서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릅니다.
"예수를 전하는 것이 전도입니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든 예수를 전합시다. 꼭 우리 교회로 데리고 오겠다는 마음을 버립시다. 사람을 우리 교회로 데리고 와야만 전도가 아닙니다. 만약 전도를 우리 교회로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우리가 어찌 예수님 광고에 수천만 원을 들일 수 있겠습니까? 제주도에서 우리 교회에 오겠습니까? 우리가 뿌린 예수는 한국 교회가 함께 거둘 것입니다. 이 땅의 예배당의 빈자리를 우리가 채웁시다."라고 성도들에게 설교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001년 9월 25일 「조선일보」 20면 전면에 예수 광고가 실리던 날의 감동을 우리 교회 성도가 아닌 분들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신선한 충격 그리고 감동! 이런 기획을 한 서울광염교회에 손을 들어 격려를 보냅니다. 저는 서대전 중앙교회의 부목사입니다. 광고가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신문 광고에 식상해 있던 나에게 새로운 광고와 전도 방법이 놀라움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광염교회에 감사 드립니다."
"그 발상에 감격했습니다.「조선일보」에 예수님이 입성하다니! 현대판 예루살렘에 예수께서 나귀 타고 들어가시는 느낌입니다. 광고 효과를 고려해보면 거의 대박 수준. 다음 광고도 기대합니다. 계속하신다면 저도 기부금을 드리겠습니다. 비용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 노력해 주세요."
그날 이후 전국 각지에서 광고를 후원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광고 기금 모금을 위한 ARS 전화가 설치되고 예수 광고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동아일보」와 「국민일보」에도 광고를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신문 광고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광고, 옥탑 광고, 고속도로 광고탑으로도 예수를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꿈꾸어봅니다.
4장 감자탕 교회의 사랑 이야기 감동의 드라마, 사랑의 집 1호 "기본으로 돌아가라!" 경영학 교수들이 기업의 성공을 위해 귀가 따가울 정도로 강조하는 말이다. 기본이 충실하지 않으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결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이 인생을 살면서 지켜야 할 기본은 무엇일까? 조 목사는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며, 이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전도와 구제가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사랑의 집 1호의 탄생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다. 교회에서는 2000년 성탄절을 앞두고 남편과 사별한 후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키우며 어렵게 살고 있는 한 교인에게 사랑의 시선이 모아졌다. 아이는 지하 셋방의 좋지 않은 환경 때문에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아이 엄마는 허리가 아파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 수입이 없다보니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이 모녀는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8만 원짜리 지하 셋방에서 정부의 생활보호 대상자로 한 달에 18만 원의 생활비 보조를 받으며 힘겹게 살고 있었다. 월세를 내지 못하고 지낸 지 근 1년, 이제는 방을 비워주어야 할 형편이 되었으며, 이 엄동설한에 노숙자가 되어야 할 절박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교인들은 담임목사와 더불어 이 가정에 성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교회가 1,050만 원짜리 방을 전세로 얻어 관리하며 모녀가 와서 살도록 했다. 이들은 정부의 임대아파트 입주 대상자이므로 언젠가 임대아파트로 이사가게 되면 그 때는 또 다른 어려운 이를 선정해 들어와 살도록 할 예정이다. 아이의 교육 문제도 교회에서 집사님 한 분이 대학 때까지 학비를 부담하기로 약속하여 지금까지 사랑으로 보살펴주고 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이의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이런 기적이 내게도 이루어지네요'라고 감사의 기도를 했다.
광염교회의 사람들이 돋보이는 이유는 기독교인의 기본을 잃지 않고 실천하는 데 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대로 살고 행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사랑하게 된다. 구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가슴에 품고 살면서도 귀찮게 생각하지 않으며 진심 어린 마음으로 구제활동을 하는 데에서 광염교회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사랑의 집은 그때 이후로 매년 성탄절이 되면 정성껏 모아진 헌금으로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광염의 이름을 넘어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로 얼마 전 아침 일찍 조 목사에게 남양주에 있는 한 교회의 목사로부터 남양주광염교회와 서울광염교회가 어떤 관계인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남양주광염교회는 김세열 목사가 남양주에 개척한 교회이다. 순간 조 목사는 충격에 휩싸였다. 모 교회가 자 교회인 개척교회에 도움을 주는 과정이 그 지역에서 목회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조 목사는 광염을 소리 높여 외칠수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외감과 경계심을 불러올 수 있음을 알았다. 광염이란 이름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이름이기에 자랑스럽게 부르고 사용해왔는데, 어느덧 그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수도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100개 이상의 광염 철학을 가진 한국 교회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고 싶은 조 목사에게 중대한 도전이 생긴 셈이다.
지금까지 세웠던 강동광염교회, 영동광염교회, 남양주광염교회, 광염대학교, 광염관 등 광염을 강조한 것이 혹시 광염 파벌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더 많은 교회를 설립하면서 유사한 오해가 생겨 주변에 있는 목회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었다.
조 목사는 교역자들과 둘러앉아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며 도움을 구했다. 참석했던 교역자들이 진지하게 함께 고민했다. 그때 하나님은 이윤정 전도사를 통해 귀한 진리의 말씀을 주셨다. "광염이란 이름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하네요. 중요한 것은 교회 이름에 광염을 넣는 것이 아니라 광염의 비전과 마인드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교회와 함께 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광염파벌을 형성한다고 오해받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 목사는 이윤정 전도사와 동역자들의 제언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교회 개척 지원에 관한 원칙을 본래의 의미대로 회복시켰다. 교회 10대 비전 중 하나인 국내외에 100개 이상의 광염교회를 설립하자는 것은 광염의 정신을 가진 교회를 세우자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어느새 교회를 개척할 때는 교회 이름에 광염이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초심으로 돌려놓았다.
아울러 해외 선교 차원에서 지원되는 어떤 것에도 광염이란 단어를 고집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여러 교인들도 그런 결정에 동감했다. 광염이 강조될 때마다 가슴 한 구석에 무언가 불편한 게 있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광염교회가 또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광염교회의 지난 10년은 광염이라는 이름으로 빛과 소금이 되어 그리스도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집중했다. 이제 광염교회는 적지 않은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조 목사와 교인들은 다가올 또 다른 10년은 광염의 이름을 넘어 한국 교회, 더 나아가 세계 교회와 함께 이 땅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덮는 역사를 이룩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