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가니 큰 놈이 컴퓨터책상에서 일어서서 인사를 한다.
밥을 먹고 소파에 앉을 때까지도 계속 컴퓨터에 붙어있다.
뭐 하는 거야 물으니 쇼핑중이란다.
그렇게 붙어있은지가 오래되었는지 옆에 있던 마누라가 입을 삐죽이며 한 마디 한다.
"대충 좀 하지 어휴"
작은 키 사람들을 위한 맞춤한 쇼핑몰이란다.
쇼핑몰 사장 키가 168cm인데 자기한테 맞는 패션상품을 위주로 파는 곳이다.
쇼핑몰이 넘쳐나는 요즘 어떻게든 틈새시장을 파고드는게 사업의 승패를 가리는 중요 키워드다.
대상에 따라 비싹 꼴은 사람들만을 위한 쇼핑몰부터 뚱뚱하고 거대한 사람들을 위한 쇼핑몰까지 신체의 체형에 따라 세분화된
쇼핑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옆에 앉아 있는 나를 의식해서인지 아님 제 엄마의 궁시렁거림이 마음에 걸렸는지
마침내 오랜 고민을 끝내고 구매품목을 확정하려고 한다.
"아빠 신발 이거 예쁘지 " "응" 보는둥 마는둥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신발은 3.5cm굽이교 깔창은 2.5cm야"
"아니 키높이 신발이야 " "너 키높이 신발 신다보면 나중에 30cm까지 올라갈 수도 있어"
"에이 그럴리가" 옆에서 듣고 있던 작은 놈이 거든다.
"아니야 한 번 키높이 신발 신으면 조금씩 더 커질텐데 안 그런다는 보장이 어딨어"
"그러면 깔창은 빼고 신발만 살까"
"그냥 일반 신발 사서 신어, 너는 철학하겠다는 애가 무슨 키높이야"
주관없이 세태에 휘둘리는 것 같아 한 마디 했다.
나의 말에 가타부타 대꾸가 없다.
이미 자기가 결심한대로 깔창은 빼고 주문을 마쳤다.
한 참을 지나고 생각해보니 철학이랑 키높이가 무슨 상관일까 싶었다.
큰 키를 선호하는 세태에 맞춰가는 것이 자기 주관이 없는 행위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내 생각일 뿐 아이가 생각하는 것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이는 아이의 삶을 사는 것이고 지금의 시기에서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대로 행동할 뿐인 것을
그렇게 생각하니 내말에 별다른 대응없이 조용히 주문을 마친 아이가 고맙다.
일반 신발을 사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타협해서 깔창을 뺀 것은 그래도 내말에 귀를 기울였으니 말이다.
2011.11.23
첫댓글 우리 작은 딸은 모든 바지를 스타킹으로 만들어 입습니다. 저는 옷을 거의 안 사주는데, 남들한테 얻어 온 모든 바지를 밤새 손바느질로 스타킹 만들어 입습니다. 바지 입고는 무릎 나온다고 뻐정다리로 걷습니다. 못 말립니다. 손바느질 하는게 너무 시간이 걸리니, 재봉틀을 사줄까 생각 중입니다.
또 우리 작은 딸은 모든 신경이 코에 가 있습니다. 코에 까맣게 블랙헤드라는게 있는게 내 눈엔 보이지도 않건만 그거 없앤다고 코팩을 물 쓰듯 쓰고(얼마나 썼는지 코가 다 헐었어요), 알로에로 까만 피부를 하얗게 한다고 알로에 한 뿌리를 거의 다 작살내고 있습니다. 예뻐지려는 노력, 청소년기에 안 하면 언제 합니까?
한나가 손재주가 있군요...
그걸로 먹고 살 수 있겠네요
유명한 디자이너가 한 명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어느 순간 외모에 신경쓰면서 사춘기에 접어들죠. 그런데 사춘기를 보내는 방법도 부모를 닮는건 아니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유수는 꾸미는 것에 관심은 커녕 칙칙한 자기만이 세계로 빠져 들었습니다. 매사에 대답은 아무렴 어
때이고 남들이 그러든가 말던가 큰 옷속에 푹 파묻혀서 지냈거든요. 마치 은둔자처럼...
문득 나 역시 외모를 가꾸던 애들을 속으로 비웃으며 커다란 남자 쟈켓의 팔을 걷고 주고장창 입고 다녔던 생각이 나네요. 여자애가 무슨 짓이 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