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답사 : 영월 <쌍룡역>
1. 태백선 <제천역>과 <영월역> 사이 숨어있듯 자리잡고 있는 ‘쌍룡역’은 시멘트와 관련된 것들로 둘러싸인 산업지역이다. 역에서 나서면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암’을 캐는 광산과 함께 거대한 쌍룡시멘트 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하천이 흐르고 논과 밭이 정갈하게 자리잡고 있다. 거대한 공장지역임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깔끔하고 소박한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역 양쪽으로 하천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는 한적한 여유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열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풍경이 역에서 내리자 나타나는 것이다.
2. 쌍룡역은 청량리 방향으로 하루 3번, 동해 방향으로 2번만 정차하는 작은 역이다. 한때 이곳은 ‘방만한 경영’으로 지목받았던 사례가 있었다. 여객수가 하루 10명도 되지 않는 곳에 근무하는 직원은 10명이 넘는다고 국회에서 공격받았고, 제대로 된 팩트첵크 없이 언론에서 받아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역’의 성격에 대한 무지에 불과했다. 이 역은 원래 주변 공장의 화물 수송이 주요 역할이었고 여객은 마을이 있는 관계로 보조적으로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원들도 ‘화물’관련 일을 하였으며, 여객수입은 적었지만 화물수입은 100억 가까울 정도로 화물운송의 중심 지역이었던 것이다. 결국 몇 개월 후 신문의 정정보도가 있었지만 이러한 해프닝은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의 화물 중심역들이 종종 겪는 사례라 한다.
3. ‘쌍룡역’은 영월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선돌마을’ 즉 ‘한반도 지형’이 있는 한반도면에 속한다. 별다른 정보없이 같은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이정표를 따라 한반도 지형을 답사하기로 결정했다. 주변 마을 사람에게 물어서 마을을 지나 큰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주변에 자동차들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길이었다. 한참 걷고 있었더니 경찰들이 나타났다. 내가 걷고 있는 곳이 ‘자동차 전용도로’로 사람들의 신고가 연이어 들어왔다는 것이다. 평소에 지방도로를 따라 자주 걸었던 기억이 있어 특별히 주의하지 않았는데 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경찰의 말에 돌아서야 했다. 걸어서 가기에도 조금 먼 거리였다. 마을 사람이 알려주기를 약 2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차량으로 가는 속도인 듯싶었다. 분명 도보여행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텐데, 그 사람은 평소에 자기가 이동하는 속도(차량)을 알려준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익숙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4. 역 주변에는 공공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출장소와 보건소 그리고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져 있는데 제법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마도 ‘쌍룡’회사의 지원을 받아 건설된 시설인 듯싶었다. 건물 내부는 극히 조용했다. 출장소도 도서관에도 아무도 없었다. 덩그란히 비워있는 휑한 공간이었다. 누군가는 행정적 낭비라 비난할지 몰라도 만약 이 곳에 거주하고 있다면 최상의 학습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역답사를 하다보면 가끔 역 주변에서 작은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지만 대부분은 비워있는 채로 운영된다. 하지만 도서관이 있음으로써 역은 무언가 문화적인 얼굴로 변신한다. 도서관이 주는 힘이다. 역 주변 거주를 계획할 때, 누군가에는 도서관도 중요한 선택 포인트가 된다. 현재 임시 거주하는 ‘양동역’ 옆 ‘도서관’처럼 말이다.
첫댓글 - 영월, 벌써 이름조차 희미해져버리는 기억 속 공간 속으로....... 시간 속 추억은 말할 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