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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초등학교때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빈집옆 나즈막한 나무에 앉아있었던 딱새 수컷을 처음 보았을때, 저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새'가 있구나 정말 놀랐습니다. 게다가 그 새는 사람을 그다지 무서워 하지 않아서, 눈으로 자세히 볼 수 있을만큼 가까이 가도 도망을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부영화를 좋아하는 욕심꾸러기였던 저는 처음 만난 이름 모를 주황색가슴을 가진 새를 사로잡아 기르고 싶은 욕심에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것은 문방구에서 팔던 플라스틱새총이었습니다. 몇 백원밖에 하지 않는 그 새총을 사고, 사격연습을 해서 기필코 그 새를 맞추어 기절시켜 잡아서 길러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곧 실행에 옮겨 졌습니다.가까운 거리에 있는 '박카스병' 정도는 우습게 맞출수 있는 사격실력이 생겼을때 늘 그 주황색새가 앉는 장소에서 기다렸다가 그냥 지나가는척 다가가서는 기여코 모진 시위를 당겨 그 새를 맞추고 말았던 것입니다.
순식간에 날아간 돌덩이가 새를 맞추는 순간 깃털이 한줌 날려 떨어지는가 싶더니, 날벼락을 맞은 주황색새는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 버렸습니다. 박카스병이 깨질정도의 위력을 가진 장난감 새총을 맞고도 달아나 버린 것입니다. 그때는 새를 잡지 못해서 화가나고 분통이 터져서 그새총을 당장 버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딱새는 아마 며칠 못가서 숨을 거두었을 것입니다.
새는 단번에 목숨이 끊어지지 않으면 자유를 향해 달아나는 동물이니까요!
그 뒤로 직접 여러가지 궁리 끝에 새총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1미터 밖에 날아가지 않던 새총이 시행착오를 거쳐서 몇 개째로 넘어가면서 가공할 위력의 새총이 완성되었고, 그 새총을 쏘기 위해서 팔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사격연습도 열심히 해서 마침내 명사수가 되었고 멀지 않아 두번째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전에 놓쳤던 주황색가슴의 새와 항상 같이 다니는 새를 보게된 것입니다. 아마 암컷인것 같았습니다. 쫓고 쪽기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덤불에 앉아 있는 새가 놀라지 않게끔 다가가서는 새총을 쏘았습니다.
너무 가까워서 싱겁게 총알을 맞은 새는 풀숲에 힘없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잡았구나 얼마나 기뻤던지 날것 같은 기분으로 건너편으로 건너가 풀밭에서 새를 주웠습니다.
날씨는 제법 추웠지만 새는 무척 따뜻했습니다. 마치 잠든것 처럼 눈을 감고 있었고, 어린 저는 새가 기절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에 장난감 새총을 맞고도 도망을 쳤으니 좀 더 세개 맞으면 기절하겠지!
그런데, 새는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새를 들고 있는 왼손에서 무언가 따뜻한 액체가 주르륵 흘러 내렸습니다.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는 것입니다. 얼마나 놀랐던지 그제서야 새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설마 죽을꺼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 예쁜새를, 이름도 모르는 새를 죽여서 정말 미안했습니다. 늘 같이 다니는 수컷에게도 미안하고... 결국 같이 새를 잡으러왔던 친구와 함께 그 새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습니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새총사냥에 재미가 붙었지만, 예쁜새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기분이 좋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총을 쏘는 것을 그만둘 수도 없었습니다.
그맘때 새총사냥보다 재미있는 놀이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엔 나쁜새를 잡기로 했습니다.
참새가 표적이 된 것입니다. 수확기에 쌀을 먹으니까!
어린 저는 마음대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처음보는 이상하게 생긴새도 1년 중 아무때나 잡았습니다. 쇠딱다구리, 때까치, 박새, 멧종다리. 오목눈이, 뱁새,... 애꿎은 새들을 한번씩은 잡았습니다.
그런데, 새를 쫓아 돌아다니다 보니 값자기 새들의 이름이 궁금해 졌습니다. 오늘 내가 보았던 이상하게 생긴새는 뭘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혼자 본 것을 물어볼 사람도 없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새들의 이름을 알게 되고 습성과 특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대, 그런 책을 읽어보고 관련 다큐멘타리를 관심있게 보다보니 새들이 사람들에게 참 유익한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나쁘게만 생각했던 참새까지 사실은 여름에 해충을 잡아 먹는 좋은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한번 고민에 빠졌습니다.
참새도 잡으면 안되겠구나!
그래서 좀더 고상한 목표를 찾았습니다.
'새총으로 꿩을 잡으면 새총사냥을 그만 두자'
꿩은 원래부터 사람들이 즐겨 잡는 새였으니까요!
그때 부터는 다른 새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꿩만 쫓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꿩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워낙 위장색이 놀랍도록 정교해서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 것입니다. 꿩을 쫓아다니면서도 여러가지 이름 모를 새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붉은배새매, 물총새,...
그런데, 새들을 쫓아다니던 들판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흔하던 참새들도 사라지고 멧비둘기들도 줄어 드는 것 같았습니다. 새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책속에서만 보던 새들이 우리집가까이에도 많이 살고 있었는데, 그런 새들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결국은 더 이상 새들은 괴롭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끔 새총을 쏘고 싶으면 토종개구리의 씨를 말리는 황소개구리를 표적삼아 사냥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갈 무렵 한 번 낙방을 하고 재수를 하면서, 꼭 생물학과에 가야 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인연이 있었던지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윤무부교수님도 뵙게되고, 이제는 이제까지 괴롭혔던 새들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그런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아서 제자신에게 실망도 많이하고 가끔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꿈을 이룰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저는 조류학분야에서 국내에서는 경희대가 가장 역사와 전통과 실력이 있는 학교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나머지는 제 스스로의 노력이 미래를 좌우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릴때는 이름도 모르는 주황색새를 잡고싶다는 욕심에 새총으로 돌을 날렸었습니다. 요즘은 새총대신 찍혀도 죽지않는 사진을 찍습니다.
아마 가장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사실 두려웠습니다.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는데 예전에 제가 쏘았던 돌멩이들이 다시 저에게도 돌아오면 어쩌나 그런 걱정이 듬니다.
딱새를 보면 '마지막 새총사냥꾼'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제자신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나는 이제까지의 잘못을 만회할 만큼 사람들과 새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가?
지금 내가 쏘았던 총알은 나에게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첫댓글 잘 읽었어요^^ 저도 가끔은 새를 잡고 십다는 생각이 든적이 있었어요.. 글쎄요 그 날아다닌다는게 참부럽기 잡아서 사실 길러보고 싶었거든요..단순히 새장에 넣기보다는 통신용으로 쓰이는 새나 사냥용 새처럼 내 팔에다가 딱 앉혔다가 보내기도 하고.. 쩝.. 지금은 그냥 새만 보고 싶을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