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그래서인지 버스정류장에 마을 이름 유래가 적힌 비석이 서 있다. 옛날 홍수가 났을 때 이곳까지 물이 차서 사람들이 배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배탈고개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설화다. 사실 지명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특히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명에 대해 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우선 구리九里를 해석한 통설을 본다. 첫째 본래 구지면九旨面이 있었는데 이 ‘구지九旨’의 ‘구’와‘망우리忘憂里’의 ‘리’를 합쳐서‘구리’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둘째 아홉개 마을로 이루어진 곳이어서‘구리九里’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셋째 ‘고지(串)’가 형태 변화를 거쳐 ‘구리’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쉽게 수긍할 수 없는 해석들이다. 이제 진정한 의미를 알고자 어원부터 살펴본다. ‘구지’는‘九旨’라고 표기하지만 ‘旨(東輿圖)’로도 표기한다. 이로 보아‘구’는 ‘九’나 ‘龜’의 의미와는 무관함을 알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구리’와 ‘구지’의 어원은 같다. 즉 이 말은 ‘구디’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디’가 구개음화를 이루면 ‘구지’가 되고 유음화를 이루면 ‘구리’가 되는 것이다. 이에‘구디’의 의미를 살펴본다. 이 지역은 고구려어, 백제어, 신라어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구디’는 백제어이다. ‘구디’는‘굳다’ 어간에‘이’ 접미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즉 ‘굳+이’→‘굳이’→‘구디’→‘구지’, ‘구리’로 변한 말인 것이다. ‘굳’은‘굳고 단단함(堅, 强, 硬)’, ‘쇠(金)’등의 의미를 지니는 어휘인 것이다. 이로 보아‘구리’는 ‘거석巨石’이든‘신성물’이든‘굳’의 의미를 지닌 존재와 관련을 맺고 성립되어 전해져 오는 지명인 것이다. 이번에는 ‘아름마을’과 ‘배탈고개’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직까지 ‘아름마을’에 대한 설화를 듣지 못했다. 왜 그럴까.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설화를 만들어 내지 못해서일까? 아마도 그것은 ‘아름’과 ‘배탈’은 동일한 의미를 지닌 지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배탈’은 ‘배’와 ‘ 그리고 ‘고지(꼬지, 꽂, 꽃)’는 ‘곶串’으로도 표기하며 평평한 지형에 돌출한 지형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장산곶, 갑곶, 장곶(강화) 독곶(서산), 석관동(돌꼬지, 돌꽂이), 호미곶(포항) 등이 그 예라 하겠다. 그러므로 ‘배고지(꼬지)’와 ‘돌꽂이’는 실제 ‘배꽃(梨花)’이나 ‘돌을 꽂은(石串)’이라는 의미와 관계가 없는‘봉긋한 땅이 평평한 곳(평야 또는 바다)으로 돌출한 지명’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리’에는 ‘곶串’의 의미가 없다. 이제 ‘알’에 대해서 살펴보자. ‘알’은 외형은 ‘둥글고(圓)’속에는 ‘핵核’이 있다. 그러므로 배알머리는 봉긋한 땅이라는‘배’와 둥글게 이루어진 땅이라는 ‘알’, 그리고 ‘머리(入口), 정점頂點’이 합성된 지명임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볼 때‘아름마을’은 높지는 않으나 주변에 비해 둥그스름하게 오른 곳에 자리한 마을이고, ‘배탈고개’도 높지는 않지만 평평한 주변 지형보다는 봉긋하게 오른 고개라는 의미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