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는 우리나라 승용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33년간 명성을 이어가며 세그먼트를 이끄는 리더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이기에 현대자동차에도 그랜저는 매우 중요하다. 안팎 디자인은 물론 차체 설계도 바꾸는 등 그랜저가 신차 수준의 변화를 거쳤다. 부분변경 모델로는 이례적이다.
그랜저는 왜 이런 큰 변화를 거쳤을까? 이와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을 담당한 임하정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더 뉴 그랜저의 개발 방향부터 양산차로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조율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가 적용됐다
Q. 페이스리프트인 더 뉴 그랜저의 변화가 생각보다 크다
신형 그랜저는 플래그십에 부합하는 가치를 제공하고 그랜저 시리즈의 명성과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도록 변경 폭을 넓히게 되었다. 고객의 성향이 달라진 것도 큰 변화를 준 또 다른 이유다. 그랜저의 주요 고객은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40대다. 이들은 1990년대 당시에 X세대로 불리었다. 언제나 새로운 젊음을 추구하며 문화와 소비를 주도했던 주역으로서 트렌드에 밝고 IT 기기를 사용하는데도 친숙하다. 그래서 ‘젊은 취향을 지닌 40대’라는 의미에서 ‘영포티(Young Forty)’라는 신조어가 이들에게 따라 붙었다.
좌우를 이은 테일램프는 그랜저 디자인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맞춰 그랜저도 개발 프로세스를 떠나 혁신적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외관에서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 다시 말해 감성을 더한 스포티함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경쟁 모델보다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휠베이스를 40mm 키워 웅장한 외관과 함께 풍부한 실내공간을 만들었다.
2세대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은 사용자 체형에 최적화된 운전 자세(시트 포지션, 스티어링 컬럼 포지션, 아웃사이드미러, HUD 위치 조절 등)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장시간 주행 시 능동적으로 럼버서포트를 조정해 척추의 건강을 의학적으로 케어한다
또한 공기청정 시스템과 2세대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 등 고객 기대에 부응하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첨단 편의장비를 현대차 최초로 적용했다. 공기청정 시스템은 글로브박스 옆에 내장된 미세먼지 감지 센서가 실내 공기질을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능동적으로 작동한다. 미세먼지 농도를 공조 컨트롤러 표시창을 통해 Good(좋음), Normal(보통), Poor(나쁨), Very poor(매우나쁨) 총 네 단계로 알려주며, 먼지 포집 효율이 1세대 대비 약 4~8% 높아진 2세대 고성능 콤비필터가 실내에 부유하는 먼지를 꼼꼼히 여과한다. 2세대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은 운전자 체형별로 운전자 자세를 자동 조정했던 1세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시간 주행 시 럼버서포트(허리 지지대)를 네 방향으로 자동 작동시켜 척추의 피로를 풀어준다.
심리스(Seamless) 통합형 디스플레이와 AVN을 적용한 대시보드
Q. 더 뉴 그랜저의 인테리어는 완전히 새롭다. 사용자 경험도 중요할 텐데 이렇게까지 바꿀 필요가 있었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차의 경쟁력은 크게 상실되기 마련이다. 특히 커넥티드(Connected) 분야가 그렇다. 불과 1~2년 만에 차량 내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크게 늘었으며, 지원하는 기능도 다양해졌다. 5~6년마다 풀모델체인지를 거치는 기존 라이프 사이클로는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렵다. 변경 범위 확장에 따라 노력이 더 많이 소요되더라도 예상할 수 있는 범위보다 더 경쟁력을 높여야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
터치 공조 컨트롤러와 64색 앰비언트 조명으로 진보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제작한 신형 그랜저는 심리스(Seamless) 디자인이 적용된 일체형 클러스터와 AVN 모니터를 적용해 진보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게 되었다. 아울러 64색 엠비언트 조명으로 고객 취향에 맞는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수평형 레이아웃을 통해 넓은 실내공간도 강조했다.
Q. 트림 구성이 세 가지로 간결하고 엔진을 옵션처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트림 정책의 특징을 알고 싶다
그동안 자동차의 트림 구성은 생산 효율성에 맞춘 수직적인 형태였다. 대다수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한데 묶어 합리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랜저는 수평적인 형태로 트림을 구성하여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우선 신형 그랜저의 트림은 기본적으로 ‘프리미엄’과 ‘익스클루시브’로 나뉜다. 프리미엄은 고급차에 걸맞은 편의장비를 모두 갖추면서 그랜저의 네임밸류를 누릴 수 있다. 익스클루시브는 프리미엄보다 보다 많은 편의장비를 갖췄으며 고객이 누리는 추가적인 선택의 폭도 더 넓다.
스티어링 휠 혼 커버, 인조가죽을 감싼 대시보드, 뒷좌석 스웨이드 목베개를 적용한 캘리그래피 트림
그리고 여기에 2.5ℓ, 3.3ℓ, 하이브리드, LPi 등 총 네 가지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객의 사용환경과 취향에 맞는 파워트레인 선택권을 보장한 것이다. 그리고 최상위 트림 ‘캘리그래피’를 신설했다. 캘리그래피는 퀼팅 나파 가죽, 리얼 알루미늄 내장재, 인조 가죽을 감싼 대시보드, 스웨이드 목베개 등 소재 고급화에 집중했다. 고급 사양을 대폭 강화한 최상위 트림을 통해 희소성을 높이고 그랜저의 특별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임하정 책임연구원이 새롭게 달라진 더 뉴 그랜저 내장 인테리어를 살피고 있다
Q. 개발자가 보았을 때 신형 그랜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인가?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이 공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럭셔리한 인테리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나 또한 그 의견에 동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혁신적인 전면부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든다. 초기 콘셉트 모델을 봤을 때는 디자인 난이도가 높아 보였지만, 볼수록 신형 그랜저의 성격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준대형 세단에서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디자인일 뿐만 아니라 초기 콘셉트를 양산까지 구현하기 위해 정말 많은 이들의 노력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에 용기도 필요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래지향적인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에 매료될 것으로 생각한다.
신형 그랜저 개발을 담당한 대형1PM 연구원들
Q. 동급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구현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개선이 있었나?
일반적으로 부분변경 모델을 개발할 때에는 기존에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하지만 신형 그랜저는 기존 그랜저의 NVH 저감 대책에 더불어 추가적인 개선이 뒤따랐다. 일단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실내공간도 넓어졌다. 이로 인해 음장 특성도 달라졌다.
차체 설계에서부터 유리, 내장재 등 다양한 부분에서 NVH 성능 보강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차체 중간에 구조용 접착제 적용 범위를 늘리고 노면 소음 감소를 위해 리어 플로어와 사이드 쿼터 패널 강성을 보완했다. 아울러 뒷유리 두께도 증대했다. 구조적으로 노면 소음에 취약한 19인치 휠도 공명기 휠로 바꿨다. 시험차 제작 이후에도 수많은 NVH 저감 대책이 추가됐으며, 플로어에 진동을 줄여주는 패드를 추가로 도포하고 플로어 카펫, 러기지 파티션, 휠가드 등에 흡음 면적과 그 성능을 높였다.
현시대가 추구하는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토대로 신형 그랜저를 완성했다
Q. 늘어난 휠베이스로 인한 장점은 무엇인가? 핸들링은 둔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신형 그랜저는 휠베이스가 40mm 늘어남에 따라 직진 안정성과 승차감이 더욱 좋아졌다. 시험차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서스펜션을 새로 다듬기 시작했으며, 마지막 단계인 파인 튜닝까지 세심하게 조율해 핸들링 성능도 보강했다. 신형 그랜저는 네 바퀴에 MVS(Modular Valve System) 댐퍼와 뒷바퀴에 3중 구조 HRS(Hydraulic Rebound Stopper)를 장착했다. 모두 운전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차의 거동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주행 고급감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실제로 타보면 모든 면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신형 그랜저 옆에서 포즈를 취한 임하정 책임연구원
사진. 최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