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이 바위를 뚫어 이룬 불국토
화랑이 수련한 선무도 총본산
최근 '웰빙' 바람 타고 유명세
경주시내에서 감포를 향한 31번 국도를 타고 추령터널을 지나 기림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이 나온다. 1천500년 전 인도에서 건너온 광유성인 일행이 함월산에 정착한 후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는 골굴사(骨窟寺). 불국사 보다 200년 앞서 창건된 사찰이다.
인도사원 양식을 본떠 지어진 석굴사원인 골굴사는 인도의 아잔타 석굴과 중국의 둔황 석굴처럼 여러개 동굴 문으로 된 석굴에 위치해있다. 신라 화랑들이 수련한 선무도 총본산으로도 유명하다. 사찰 내에 들어서면 응화암 지층으로 형성된 암반 정상에 주불인 보물 제581호 마애아미타불이 있고 조금 아래에 관음굴, 약사굴, 칠성단 그리고 12곳에다 석굴을 파서 법당과 요사채로 사용한 흔적이 있다.
동해안 문무왕 수중릉을 향하고 있는 주불 옆 석굴은 조선중기 화가 겸재 정선(鄭善)의 '골굴 석굴도'에도 나타나있다. 이 그림에는 여러개 기와 지붕으로 지어진 석굴의 전실이 가람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외 수년 전 발견된 석굴 앞 남근(男根)바위는 삼신당 앞 여궁과 조화를 이뤄 음양조화를 기원하는 민간신앙이 깃든 곳으로 알려져있다.
최근들어 웰빙(Well being)바람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골굴사. 성인을 위한 주말수련과 기업체 연수가 잦고 특히 청소년 수련대회, 수학여행단 일일체험 등의 청소년 대안교육 현장으로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우공양, 다도학습, 부모은중경 강의, 활쏘기 및 선무도 교육으로 인성 교육과 참선, 명상, 불교무술을 체험할 수 있다.
골굴사 주지 적운(寂雲) 스님은 선무도에 대해 "부처님께서 가르친 수행법 중 오정심관(五停心觀)의 하나이며 선관(禪觀)명상의 핵심으로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불가의 전통 수행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몸과 마음이 둘이 하나라는 것을 전제로 영과 육의 조화를 구한 화랑정신의 체험"이라고도 했다. 이와함께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수련했던 무예"라고 덧붙였다.
선무도는 우선 선체조 요가, 기공 등 준비수련을 통해 몸을 유연하게 만들고 신체표현을 극대화한다.
이곳 스님들은 새벽 산사의 독경소리에 기상해 좌선, 선 사색, 선무도 수련 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 웰빙이 추세지만 불가에서는 오랫동안 이같은 삶을 살아왔다. 유행하는 '아침형 인간'도 마찬가지. 주지 스님은 "웰빙이 바로 이것"이라며 웃었다.
인도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요가나 아나파나사티처럼 선무도 역시 수행하는 스님들에겐 그들만의 수행법 가운데 하나다. 일반인들은 스트레스 해소나 체중감량 등을 위한 대체의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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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티에리·필립씨 등 선무도를 수련 중인 외국인이 골굴사 뒷산에서 기초과정인 호흡수련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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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이곳에서 수련중인 프랑스인 티에리씨(29·컴퓨터 웹디자이너)와 필립씨(30)는 "처음엔 힘들지만 점점 선무도의 매력에 끌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신체단련을 위해 100여m높이의 석굴까지 계단을 3단계씩 뛰어 오르는 수련을 거듭하고 있다. 필립씨는 "내려 올때는 다리를 위쪽으로 향한 뒤 거꾸로 계단을 기어 내려오는 수행으로 팔과 다리가 수련 전보다 휠씬 튼튼해졌다"고 만족했다.
선무도의 총본산
300평 규모 수용시설 갖춰, 대체의학 한 분야로도 각광
신라 화랑들의 심신단련법으로 사용됐던 선무도가 일제때 맥이 끊겼다가 부산 법어사의 양익 대종사에 의해 재연된 것은 40년 전이다. 20세에 출가한 적운 스님이 30년 전 이를 전수해 1984년부터 서울에서 대중포교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스님이 기거 중인 경주시 양북면 골굴사가 선무도의 총본산이 됐고, 1986년 기림사 주지 적운 스님은 그때부터 선무도 단체수련에 나섰다. 이후 스님은 1990년 골굴사 주지로 부임한 후 대중을 상대로 본격적인 선무도 보급에 나섰다. "당시 선무도 수행을 위해 골굴사에 수행관과 건강관, 무도관 등을 지었다"는 스님은 "누구나 수련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인 깨달음에 이를 수 있고, 자신의 운명을 바꿀 에너지를 얻게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불교의학이 치료와 예방의학 차원에서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적운 스님은 이에대한 강의는 물론 표현예술과 심리치료 분야에서 많은 연구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선무도는 참선의 원류에 해당하며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골굴사의 총본원은 단일 도장으로는 가장 큰 300평 규모의 수용시설을 갖추고 있고, 국내외에 20여개 지부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골굴사 입구 왼쪽에 '선무도 대학'을 설립, 법인 인가를 신청 중이다.
스님은 "무도관은 선무도 수행과정 속에 잠재된 수많은 동적인 기법으로, 특히 무예로서 탁월한 비법을 갖고 있다"며 "심신수련과 함께 신체단련을 위해서도 이 무예는 가장 뛰어난 건강관리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소림무술이 왕실의 비호를 받아 공격적인 무술로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에는 그냥 '눈요깃거리'로 전락, 상업주의에 빠진데 비해 선무도는 확연히 다르다. 드라마를 통해 세속화된 '볼거리'가 아닌, 무예로서의 가치를 갖춰 소림사와 같은 영화소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수행차원에서 가꾸고 전통 맥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