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더 그리고 마더
어제, 고 황수관 박사의 마지막 강의를 또 다시 들었다.
1년 전에 돌아가신 분,
그분의 마지막 강의제목이 하필 「이별」일 줄이야.
그는 말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영어단어가 뭔 줄 아느냐고.
첫 번째는 마더(mother)라고 했다.
두 번째 아름다운 단어가 파더(father) 같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패숀(passion)이라고 했다.
열정, 정열의 뜻이다.
세 번째가 파더라면 또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세 번째는 스마일이고,
네 번째 아름다운 단어가 파더 같으면
또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네 번째는 러브(love)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어갔다.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파더(father)라는 단어는 열 번째에도 없었습니다.
또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70번째까지에도 파더라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고마 때려치워버렸습니다.
남자여러분, 우리 모두 고마 팍 죽어버리십시다!”
그 말을 듣고 배꼽을 잡았다.
1년 전에 아주 재미있게 들은 얘기이지만
또다시 들으니 또 감흥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자기가 어렸을 때 전염병으로 죽어갈 때
아버지는 이미 지게에 실어 내다버릴 생각으로
지게 지고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엄마는 죽은 아들의 얼굴, 부스럼투성이인 얼굴에
혀를 내밀어 닦아주고 있었다는 것. 엄마의 혀가 닿자
죽었던 자기가 깨어나고
이렇게 다시 살아나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런 얘기를 하며 울먹였다.
TV를 통해 이미 여러 번 방송된 적 있어 너무나 유명한 얘기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더 감동을 받는다.
황수관 박사,
그 귀한 분이 이미 돌아가셔서
더욱더 가슴이 미어지고 애잔함이 넘친다.
그분의 환한 미소, 크게 웃는 너털웃음이
아직도 긴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어느 페북 친구의 글에서 퍼온 글을 소개한다.
우리 어머니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은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첫사랑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친구가 한 사람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몸은 절대 아프지 않는
어떤 특별한 몸인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아무 꿈도 품은 적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중략)
우리 아버지는 단 하루라도
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웃는 걸 모르시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 안주머니에는
늘 돈이 넉넉히 들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좋아하시는 운동도,
취미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중략)
사랑합니다. 내 어머니, 아버지!
나이가 들면서 나도 어느새 파더의 자리에 서고
내 아내는 마더의 자리에 섰다.
나도 모르는 사이 깊숙이 들어선 자리다.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훗날에 내 아이들이 뭐라고 할까.
파더 앤 마더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할까.
갑자기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아침에 약간 개이던 날씨가 또 거무침침해진다.
오후에 약간의 단풍놀이라도 가볼까 했었는데
또 접어야겠다.
훗날에 훗날에 우리아이들이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는 한없이 착했고 순진했고,
우리 아빠는 단풍놀이 같은 거 몰랐다고.
맨날 일만 했다고.
맨날 일하는 거밖에는 아무거도 몰랐다고
혹시 그러지 않을까 모르겄다, 이놈들이.
- 해와달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