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아직 30일 금요일.....
내일이면 1년의 끝.....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참 힘겹게 위기를 넘긴 시간들이었다.
멋모르고 큰 가게를 시작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며 어둠 속을 더듬었다.
어떤 물건이 잘 팔리는지 그래서 무슨 물건을 얼만큼 사야하는지도 모르고
빵도 어떻게 굽는 건지도 모르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일도 너무 많았다. 일하는 사람들에 의지했고 마음 속으로는
하나님께 묻고 부탁드리고 하소연하며 하루하루 보냈다.
남편이 일하지 못한 때에는 더욱 그랬다.
얼굴은 손님들에게 웃고 있지만 속울음을 느끼곤 했다.
남편이 얼마나 역할이 많은지와 중요한 지를...내가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그래서 남편을 더욱 잘 이해하며 돕게 되어 감사하다.
그 때가 아니었으면 남편 혼자에게 맡기고 일하기를 싫어하게 되었을 것 같다.
철없던 아이들....
그저 공부 잘하라고 좋은 학교 넣어주고 아침마다 태워다주고
때맞춰 맛있는 것 해주고 간신히 설겆이나 자기 방 청소 혹은
뒷마당 풀밭의 강아지똥 치우는 것이 가장 큰 유세였고 아무 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따라온 더벅머리 두 아들들.....
내가 왜 이 많은 과목과 내용을 다 공부해야 해요?
이 공부들이 나중에 정말 필요한 거라고 생각 안하니까 공부안해요라고
당당하게 따지던 큰 녀석.....
캐나다에서 애들이 고등학교쯤되면 알아서 공부하니까 염려말라는
이민선배들의 말씀들이 맞는 건가 싶었는데.....
아빠아플 때 말없이 의젓하게 엄마를 도와주었다.
아빠의 잔소리 가운데 강해져서 이젠 20키로짜리 물통을 팔근육 키운다고
칠팔십개 척척 날라다 쌓아주고 200개이상의 큰 박스들 날라다 진열하기를
한시간이면 박스정리까지 해버리는 일꾼들이 되었다.
"엄마 이젠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하는 건지 알아요.재미도 있고요.
그리고 지겨운 막일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는 것이
더 내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90점 이상의 점수로
내가 다니던 학교로 다시 들어가서 좀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하고 싶어요."
기도하며 공부하더니 진짜로 평균 90점을 따내고야마는 태용....
밴쿠버나 토론토의 좋은 대학을 나와 컴전문가가 되겠다며....
작은 애 태현이는 아빠를 닮아 운동감각이 있고 폼이 제 형보다는 나은 편이다.
각종 운동과목에서 매달을 몇개씩 따오고 수학도 아주 우수하다.
수학과목 겸 체육선생님이 되는 것이 나름대로 정한 꿈이다
마음이 한번 정한 것은 후회도 불평도 안하는 아주 쿨한 성격에
우리 가족의 웃음 메이커다. 흉내도 똑같게 잘내고 친구들이 따른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가게를 팔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까지 해야했을 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모든 상황이 이민 이전으로 원점으로 돌아가야한다는 부담을 느꼈고
너무 머리가 복잡해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 때 내 자신이 얼마나 나쁜가를 더욱 깨달았다.
왜?
만약에 남편이 낫지않게 된다면 이라는 생각아래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100% 생각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어려움 가운데서
얼마든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의리를 지키지않을 수도 있는 것이
내 자신에게 굉장히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반면에 아이들과 함께 성경읽고 태용이 전자기타의 반주로 찬양을 할 때는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새 소망이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가까운 교회를 선택해서 꾸준히 다녔다. 그 교회에 새로 오신 목사님이
감기로 인한 것이 커져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아 몇달을 이럭저럭
예배를 대신한 적이 있었다. 이젠 그 목사님과 정도 들어서 크리스마스때
교인들이 감사의 선물을 드리는 시간에 눈물이 났다. 그 위기감을 잘
견디신 두 분과 나의 그동안의 어려웠던 시간들이 공감이 되었나보다....
난 잘 운다. 예배 시간에.... 지금도...
이제는 오늘 하루의 일은 어떤 것이 있으며 미리 무슨 일을 해서
준비할까를 다 안다. 무엇을 얼만큼 주문하면 좋을지도....
일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해도
애들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꾸려갈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
처음에 카운터의 컴퓨터도 손님대하는 영어도 참 서툴고 긴장되었는데
이제는 가장 자연스럽고 빠르게 하고 손님과의 대화도 편해졌다.
주문하는 기계를 다룰 줄 몰라 한 번은 야채가 하나도 배달이 안되어
야채칸이 텅비어 민망했던 적도 있었다.
너도 나도 외상해달라고 해서 떼먹힌 돈들도 많았다.
부도수표들도 있었고 갚으라고 했더니 마구 욕을 하는 인간들도 있었다.
별별 사건들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이젠 정말로 캐나다의 생활을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도 알게 되었다.
명절날 무엇을 해먹는지도 어떻게 먹는지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남편의 정서에 도움되라고 강아지두리도 옛날처럼 키우고
쥐잡으라고 야옹이 애기도 데려와서 새 식구가 늘었다.
일하는 사람들도 동갑나기 부지런하고 영리한 아줌마들로 대체되어 요즘은 안 아프다.
일을 너무 많이 했더니 편도선이 다시 도졌었다.
이민와서 공기가 맑고 말을 많이 안해서인지 편도선이 거의 없어져서
참 건강하게 잘 지냈는데 가게 운영하면서 헬퍼들이 안나와 오랜 시간
아래층에 있다보면 무리가 되어 저녁이면 목이 붓고 열이 나고 온 몸이
쑤셔서 오래 누워서 쉬어야만 다시 활기가 생기곤 했다. 가을 내내....
그래서 하나님께 한동안 기도했다. 너무 많이 일하지 않도록 좋은 일꾼
보내주시라고...하나님께서 이제 일년간의 어려움을 위로해주시고 하나하나
회복시켜주시는 것을 마음 깊이 감사한다.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많은 어려움들이 왜 필요한지를 이제는 알 것 같고 감사하기만 하다.....간사한 나.....
아주 단기간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 한 해를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