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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 20
S#1. 공원 / 낮
이 세상에 없는 곳 같은 느낌.
햇살이 반짝인다. 밝고 화사하고 여유로운 느낌. 햇살 닿는 나뭇가지들 반짝거린다.
화려한 원피스에 예쁘게 차린 도영, 즐겁고 기쁜 표정으로 걸어간다.
한참을 가볍고 밝은 표정으로 걷다가 어디론가 시선, 더 표정 밝아지며 뛰어가는 도영.
도영 : 엄마아............!
도영 친모, 저만치서 반갑게 손을 흔든다.
도영, 달려가 엄마에게 안긴다.
도영 : 엄마......
친모 : (안고 도닥여주며) 한숙아...........내 강아지.........
도영 : (손잡으며) 엄마..... 너무 좋다 엄마.
친모 : .....(손잡아 문질러주며) 아가..... 손이 써늘하다.... 많이 추웠니.
도영 : 이젠 엄마 있어서 괜찮아요.
친모 : 오느라고 힘들었지?
도영 : 아니.
친모 : 밥은 먹었어?
도영 : 엄마랑 같이 먹을려구 안 먹었지.
친모 : 엄마가 밥 차려놨어, 얼른 가자!
도영 : 응, 엄마.
도영과 친모 손잡고 걸어간다. 서로 보고 웃고. 밝은 표정의 모녀.
S#2. 거 리 / 낮
사이렌 소리 요란하다. 뒤집혀 있는 도영의 승용차.
앰블런스 경찰차 와서 서 있고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채 의식을 잃은 도영, 들 것에 실리는데 팔이 죽은 듯 툭 떨어진다.
구조대원, 도영의 팔을 가지런히 놓고 앰블런스에 태운다.
구조대 : 맥박이 약해! 빨리 옮겨.
도영을 태운 앰블런스, 달려간다.
S#3. 거리 일각 / 낮
시계보고 서 있는 동우. 핸드폰이 울린다. ‘도영씨’
동우 : (반갑게 받아)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안와?
구조대원 : (F) 최근 통화목록 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교통사곱니다.
동우 : !!!
동우, 미친 듯 달려간다.
S#4. 방송국 사무실 / 낮
은비 뛰어온다. 고훈, 조연출, 상구의 표정 어둡다.
은비 : 어떻게 된거야? 신도영 사망 맞아요? 몇 시간 전에 멀쩡한 걸 봤는데 지금 죽어있단 거야?
고훈 : (버럭) 죽긴 누가 죽어!
조연출 : 설마 자살은 아니겠죠?
상구 : (엎드린다, 울음 터지는)
S#5. 라디오 스튜디오 / 낮
뉴스 진행 중인 시은.
시은 : 인기 아나운서 신도영씨가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습니다.
S#6. 방송국 일각 / 낮
울며 뛰어가는 사월. 급하게 달려가다 사람들과 부딪히고 정신없이 뛰어간다.
시은 : (F) 오늘 오후 3시 20분쯤, 여의대로에서 신도영 아나운서가 몰던 승용차가 도로 외벽을 들이받고 전복됐습니다.
S#7. 도 로 / 낮
속도를 내 운전 중인 준세.
시은 : (F) 이 사고로 신도영 아나운서는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중탭니다.
신도영 아나운서는 자신이 진행하는 클래식 프로그램의 녹음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S#8. 도영네 거실 / 낮
굳은 얼굴로 멍하니 앉아있는 정희.
시은 : (F) 경찰은 과속으로 인한 사고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S#9. 병원 로비 / 낮
뛰어가는 동우. 다급하다. 뒤에서 달려오는 사월.
사월 : 동우야!
동우 : (돌아본다)
사월 : 어떻게 된 거야?
동우 : (말없이 계속 뛰어가기만)
S#10. 병실 / 낮
동우와 사월, 병실로 들어선다. 침상에 누워있는 도영.
동우 : ........도영씨!
사월 : ................
동우 : .........도영씨, 눈 떠 봐. 나 왔어...... 눈 좀 떠 봐.
사월 : ............
동우 : ........왜 그랬어. 왜 이런 바보짓을 해.
사월 : .........그게 무슨 소리야..... 동우야,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동우 : ..............사고가 아닌 것 같아.
사월 : ............사고가 아니라니?
동우 : ...............
사월 : 사고가 아니면 자살이란 말이야?
동우 : (눈물 나는 듯 돌아서고)
사월 : .................
동우 : 내 잘못이야.... 내가 막을 수 있었는데....
사월 : .......(침상에 바짝 다가가) 언니, 정신 차려. 눈 좀 떠 봐! 너 정말 비겁하구나. 어떻게 또 나한테 이래......
당장 눈 떠. 일어나라니까....... 언니..... 언니.....
S#11. 병실 앞 / 낮
경찰과 이야기중인 사월, 동우.
경찰 : 마지막으로 통화를 하셨을 때 별다른 점 없었습니까?
동우 : ...... 없었습니다.
경찰 : 앞 차가 급제동을 한 것도 아니고, 급브레이크 자국도 없고..... 단순한 사고라고 보기엔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아요.
동우 : 약속에 늦어서 급하게 가는 길이라고 했어요....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맞을 겁니다.
사월 : .............
준세, 뛰어온다.
준세 : 도영이는?
S#12. 병실 / 낮
도영을 보고 서 있는 준세.
준세 : ........ 도영아!
도영 : ........(눈 감은 채 의식 없고)
준세 : ..........도영아....
준세, 눈물이 난다. 한참을 도영 옆에 서 있는데
동우, 병실 문을 열다 준세를 본다. 도영 옆에서 슬픈 모습의 준세.
동우 : ..............
준세 : (동우를 보면)
동우 : ...........오늘 밤에 제가 병실을 지켜도 될까요?
준세 : ..........
동우 : (도영을 본다. 눈물이 난다. 병실을 나온다)
S#13. 병원 일각 / 낮
사람 없는 구석에 혼자 서 있는 동우. 혼자 흑흑 울고 있다.
동우 : .........바보 같이.....
S#14. 병실 / 낮
사월, 들어온다. 도영 옆에 앉아있는 준세를 보자 눈물이 난다.
사월 : 오빠.....
준세 : 사월아.... 걱정하지마. 도영이 강한 사람이야. 금방 일어날꺼야.
사월 : .......언니가 야속해. 미워 죽겠어.
준세 : 울지 마.
사월 : 사고가 아닌 것 같대. 정말 독한 애 아니야? 미안하단 말을 하기가 끝내 싫었던거야.
준세 : 나약한 걸 수도 있어. 언니는 생각보다 많이 외롭고 약한 사람일꺼야.
사월 : 언니......... 왜 이렇게 비겁해. 얼른 일어나. 일어나서 널 용서하지 못한 날 원망해, 차라리.
눈 감고 의식 없는 도영.
S#15. 소박한 방 / 낮
가정집의 소박한 방. 작은 밥상 앞에 도영과 친모 앉아 맛나게 밥 먹는다.
밥상엔 된장찌개와 밥 두 공기, 김치, 계란말이, 콩자반이 전부.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김장 포기김치, 친모 손으로 쭉 찢어 도영에게 준다.
친모 : 좋은 배추를 만나서 김장이 아주 맛있게 됐어.
도영 : 너무 맛있다, 엄마.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 두 공기 먹겠어요.
친모 : 찬찬히 먹어, 체할 라.
옆에 놓인 주전자에서 스텐레스 밥 공기에 보리차 따라준다.
도영 : (물 마시고 방 둘러본다)
배냇저고리와 기저귀, 우유 병.... 옛날 포대기와 유아용품, 장난감 몇 개 보인다.
도영 : ...........어디서 본 것도 같구.....
친모 : 니가 갖고 놀던 거야.
도영 : ........그걸 여태 뒀어?
친모 : 그럼. 저거 다 한숙이 껀데.
도영 : 저건 뭐예요?
방바닥에 깔린 담요 밑에 넣은 스티로폴 보온밥통이 (1인용 공기 들어가는 밥통) 보인다.
친모, 담요로 다시 잘 덮으며
친모 : 아빠 밥. 이따 와서 드시라구.
도영 : 아빤 언제 오셔?
친모 : 좀 더 있어야 돼.
도영 : .......아빠가 나 엄마 보러 온 거 아셔?
친모 : .........글쎄...... 찌개 식는다, 얼른 먹어.
도영 : 아빠가 날 포대기에 업고 다녔다면서.
친모 : (웃으며) 꼴 사납다고 내가 말려도 막무가내야. 니 아버지 고집 보통 아냐. 너랑 꼭 닮았어. 고집불통에 내 말 안 듣는 거.
도영 : (웃는) 그런데 왜 결혼했어?
친모 : 너무 너무 멋있어서! (웃는)
도영 : 엄마두 참....
친모 : 한숙아, 많이 피곤해 보인다..... 밥 먹구 우리 늘어지게 낮잠이나 푹 잘까?
도영 : 싫어. 모처럼 엄마 만났는데.... 하구 싶은 거 많았단 말야.
친모 : 그럼 뭐할까?
도영 : 음....... 고스톱두 한 판 치구, 같이 목욕 가서 때밀구.... 응, 내가 엄마 옷도 좀 사 드릴께요. 쇼핑도 하구...
그러구와서 퍼질러 자자, 엄마.
친모 : 좋지.
도영 : (웃으며 밥 먹는)
친모 : (계란말이 하나를 도영 밥숟갈 위에 얹어준다) 으차! 먹어라.
도영 : 내가 앤가. (웃으며 먹고)
S#16. 병원 일각 / 낮
용자, 열 받아 펄펄 뛰고 있다.
용자 : 너 인터넷 봤어? 단순사고인가 자살인가 지금 난리났어.
사월 : .......못 봤어.
용자 : 만약 일부러 들이받은 거라면, 신도영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년이야. 한방 먹어라 이거 아냐.
니가 밝혀서 내가 죽는다, 이거잖아.
사월 : 그만해 용자야.
용자 : 너 괜히 죄책감 느끼지마. 니가 사실을 밝히는 건 당연한 일이야. 니네 언니는 다섯 살짜리 동생을 데리고 나가서
버리고 들어온 애야. 넌 죽을 수도 있었구, 이상한 데 끌려가서 인생 막장 칠 수도 있었어. 신도영은 천벌을 받아야 해.
그런데 지금 남들 손가락질이 싫어서 자기가 들이 받고 뻗은 거 아냐. 너만 나쁜 년 만들게.
사월 : (버럭) 그만하라니까!
용자 : 니네 언니, 반드시 살아야 돼. 깨어나서 제대로 용서를 빌어야 돼. 저렇게 죽으면 제일 끔찍한 지옥으로 떨어질 껄.
저렇게 나쁜 년, 독한 년은 첨 봐, 첨 봐.
S#17. 도영네 거실 / 밤
무겁게 가라 앉아있다. 정희, 사월, 수호 소파에 앉아
수호 : 당신도 다녀와.
정희 : 싫어요.
수호 : 싫다는 말이 어딨어. 딸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누워있는데.
정희 : 어쩜 애가 그렇게 독하고 무서울까. 저거 일부러 낸 사고예요.
수호 : 그래도 다녀와요...... 가서 하고 싶은 얘기 해주고 와.
정희 : ..........하고 싶은 얘길 해주고 오라니.....
수호 : ........맥박하고 호흡이..... 점점 안 좋아지나봐..... 사고 나면서 출혈이 많이 심했대요.
정희 : .............
수호 : 다녀와...........나중에 후회하지 말구.
정희 : .........안 갈래요. 걔 맘속으론 나한테 보란 듯이 차 들이 받았을 꺼예요. 끝까지 반성도 없이 자기 숨기에만 급급하지.
수호 : 당신 그 죄를 어떡할려구 이래.
정희 : 그럼 나도 들이받고 누을까. 내가 왜 저런애를 만나서 자식 잃어버린채 20년을 살고..이제와선 또 저런 꼴까지 봐야하는지..
난 아주 하늘이 원망스러워요.
사월 : 엄마.........그래도 다녀오세요.
정희 : 내가 가는 거 도영이도 반갑지도 않을꺼야. 유서는 없디?
사월 : .......아직..... 발견 못했는데요...
정희 : 너도 정신 챙겨. 울 필요 없어. 니 언니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를 생각해. (일어선다)
S#18. 부부 침실 / 밤
정희, 들어와 앉는다. 독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다가 화장대로 시선. 도영의 선물 상자 보인다.
정희 : .............
플래쉬 백 19부 도영네 거실 --
도영 :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학교에 브로치하고 왔었어요. 학부모 1일 교사로요.
엄마 그 날 너무 이쁘고, 난 엄마 때문에 으쓱했어요.
도영 : 나도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 하나는 갖고 가게 해주면 안돼요?
도영 : 싫든 좋든 날 데려와서, 30년 가까이 같이 사는데 좋은 기억 하나 없이 떠나면 지금까지 내 마음고생이 너무 불쌍하잖아!
끔찍하단 표정의 정희.
정희 : .......독한 것..... 그 때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거야....
S#19. 병실 / 밤
도영 옆에 앉아있는 준세.
준세 : 도영아........ 시간을 어디로 돌리면 니가 편해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어. 내가 아버님께 얘기했던 걸 후회하기도 했어.
하지만 도영아.....넌 우리랑 같이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어. 아직도 그렇게 믿어. (도영의 손을 잡으며) 일어나.....도영아....
S#20. 지영 방 / 밤
사월, 핸드폰으로 음성 메시지 확인한다.
(F) : 한 개의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
사월 : (버튼 누르면)
도영 : (F) 지영아..... 너 지금 어디니. 당장 집으로 돌아 와. 내 말 들어 지영아.
사월 : ..........
S#21. 도영 방 / 밤
사월, 들어온다. 도영의 침대에 눕는다.
사월 : ...............언니..........
사월, 베개를 껴안고 가만히 누워있는데 책상 아래 구석에 자물쇠 잠긴 상자가 놓여있는 게 보인다.
사월 : ..........(뭘까 싶은)
사월, 일어나 상자로 간다. 자물쇠 굳게 잠겨 있는 상자.
사월 : ..........
S#22. 병실 / 밤
도영 곁을 지키는 준세. 동우, 들어온다.
동우 : 잠깐 눈 붙이고 오세요.
준세 : .........그래요.
동우 : 아직 그대로죠?
준세 : 예........ 맥박은 아까보다 좀 더 안 좋아졌다고 하네요.
동우 : ......
준세 : 도영이 강한 애라 꼭 일어날 겁니다.
동우 : 그럼요, 잠깐 쉬고 오세요.
준세, 나간다.
S#23. 준세 집 / 밤
책상에서 웃고 있는 도영의 사진보는 준세. 준세, 눈물 글썽.....
준세 : .......(사진 보며 미소)
S#24. 병실 / 밤
동우, 도영을 바라본다.
플래쉬 백 17부 ---
호텔 방 동우를 안으며 ‘같이 있어줘’ 침대에 마주 보고 누워있는 도영 동우.
동우 : (E) 기다리지 말라고 한 말..... 이런 바보같은 모습을 보일려고 한 말이었어요?.... 내가 늦어도 기다리겠다고 한 말 기억해?
나 기다릴꺼야.....
침상 옆에 앉아있는 동우.
동우 : 당신 깨어나서 늦어서 미안하다고 해줄때까지 기다릴꺼야.... 난 당신을 포기할 수 없어요.... 도영씨 믿으니까.
그리구 나한테 이런 식으로 작별인사 남길 사람 아니라는 거 아니까! 무서운 꿈꾸지 말고 얼른 돌아와.... 기다릴게....
너무 늦지 않게 조심해서 와......
S#25. 도영 방 / 밤
사월, 서랍을 열어본다. 정희와 둘이 찍은 웨딩드레스 사진 액자 서랍 안에 있다.
액자를 꺼내 책상에 세워놓는 사월. 다른 서랍을 열어 뒤적거려 본다. 자잘한 열쇠 꾸러미가 나온다.
사월, 열쇠를 하나하나 맞춰본다. 그 중 하나의 열쇠, 자물쇠에 맞아 열린다.
상자를 열어보는 사월. 어린 시절 일기장이 보인다. 펼쳐보면 연필 글씨로 가득 쓴 일기. 홍콩에서 온 도영 친모의 편지봉투,
사월, 열어본다. 도영을 안고 있는 친모 사진과 편지..... 사월, 또 뒤적거리다 보면
친모 : (E) 신지영씨에게.....
사월, 놀라 편지를 꺼내본다.
친모 : (E) 지영씨가 언제쯤 이 편지를 보게 될까요. 어쩜 살아있는 동안 이 편지를 보지 못한 채 지낼 수도 있겠죠.
저는 당신의 언니 신도영의 친엄마입니다. 그 집으로 거짓편지를 보낸 것도 저였습니다.
사월 : (놀라) !!!!!!!!!
사월,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친모 : (E) 지금쯤이면 지영씨가 이 모든 업보를 다 알게 됐을까요. 그래서 우리 아이는 차가운 길바닥에 또 내쳐졌을까요.
그것만 생각하면 전 죽어서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요...
플래쉬 백 2부 --
정희, 너 당장 집에서 나가! 불꽃놀이 지영의 화상 흉터로 혼나고 대문 앞에서 울고 있는 소녀 도영.
친모 물끄러미 보고 있다. 가정부 아줌마 나와 도영을 데리고 들어가는.
친모 : (E) 살면서 제일 후회한 건, 그 때 도영이 손을 끌어 데려오지 못한 거랍니다. 데려와 못 입히고, 밥을 굶어도
그 때 난 내 딸을 데려 왔어야 했어요.... 그럼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사월, 정신이 혼미하다. 눈물로 편지글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친모 : (E) 부디, 우리 아이를 용서해 주세요. 이 모든 불행이 우리 아이를 버린 저의 죄니, 죽어서라도 용서를 빌겠습니다.
버려지는 걸 배운 아이라, 그것 밖에 몰라 그런 걸 겁니다. 그 아이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대신 제가 지옥 불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 받겠습니다. 제발, 우리 아이를 용서해 주세요........
편지를 다 읽은 사월, 울음이 터진다. 흐느껴 운다.
S#26. 소박한 방 / 낮
한 쪽엔 작은 담요와 화투 널려있고 도영과 친모, 담요 덮고 누워있다.
도영 : 엄마, 그 때 나 봤어? 라디오 진행하다 울먹해서 방송 사고난거.
친모 : 봤어.... 엄마가 휴가를 온다면..... 그 시를 읽다 그랬잖아. 제일 마지막 부분에서.....
도영 : 하늘나라 가 계시는 엄마가 휴가를 온다면..... 한번만이라도 엄마!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소리 내어 엉엉 울겠다.
친모 : ........제일 억울한 일이 뭐였어....
도영 : 엄청 쌓아두고 지낸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엄마.
친모 : (웃으며) 그럼 어여 자.
도영 : 벌써 자?
친모 : 푹 자두는 게 좋을꺼야.
도영 : 왜요?
친모 : 내일은 갈 길이 멀어.
도영 : 어딜 가는데?
친모 : ..........자자.
도영 : .............
S#27. 병실 앞 / 아침
기자들 병실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준세, 기자들 막고 있다.
준세 : 부탁드립니다. 돌아가 주세요.
기자1 : 신도영씨는 아직 의식 불명입니까?
준세 : 예......하지만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기자2 : 사고를 위장한 자살이라고 하던데요?
준세 :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3 : 윤사월씨와의 관계가 사실입니까?
준세 : 나머진 신도영씨가 깨어난 후에 직접 답을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돌아가 주세요.
S#28. 병실 / 아침
수호, 도영 옆에 서 있다.
수호 : 갔어?
준세 : 예, 방금 다 돌아갔습니다.
수호 : ......(손수건으로 눈물 닦는다)
준세 : 아버님.....
수호 : 방금 담당의사 만나보고 오는 길이야..... 크게 기대하긴 어려울 수도 있대.
준세 : .......아닐 겁니다. 도영이 깨어날 꺼예요.
수호 : 그럼! 난 세상엔 기적이 있다고 믿어. 도영이 일어날꺼야.
준세 : 어머님은 아직 안 오셨나요?
S#29. 도영네 거실 / 낮
정희와 마주 앉아있는 준세.
준세 : 도영이가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가 빨리 한번 와주셨음 좋겠습니다.
정희 : 내가 가면 더 안 좋아질 꺼예요.
준세 : 만약 더 안좋아진다해도........ 도영인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희 : 왜 김이사까지 와서 내 속을 뒤집어 놔.
준세 : 저는..... 도영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도영이를 많이 사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도영이를 위해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미안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정희 : 그럼 김이사가 내 몫까지 잘해줘요.
준세 : 어머니! 가서 손 한번 잡아주세요.
정희 : 김이사가 가서 두 번 잡아줘.
준세 : (버럭) 어머니 정말 이러실 겁니까!
정희 : ...........!
준세 : 가서 도영이 가는 길 좀 편하게 해주시면 안되겠어요?
정희 : .........가는 길이라니......
준세 : ..........계속 안 좋아져요.... 산소호흡기 뗐던 것도 한 시간 전에 다시 붙였습니다.
정희 : ............
S#30. 부부침실 / 낮
가만히 앉아있는 정희. 사월, 들어온다.
사월 : 준세오빠는 갔어요?
정희 : ...............그래.
사월 : 정 병원하기 불편하심 언니 방이라도 한번 둘러봐 주세요.
정희 : 넌 안 나가니?
사월 : 지금 나가요. (나간다)
정희 : .............
S#31. 방송국 사무실 / 낮
고훈, 조연출, 은비, 상구 모여 앉아있다. 어둡다.
고훈 : 기운이 안 나네.... 기운이 안나.....
조연출 : 이번 주엔 게스트도 빵빵하고 할 얘기도 많은데.....
은비 : 모처럼 대본도 매끄럽게 빠졌는데.....
조연출 : 이 훌륭한 대본을 진행할 사람이 누워있네.
시은, 다가온다.
시은 : 이제 어떻게 하실 꺼예요?
은비 : 은근히 뭔가 바라는 눈친데.
시은 : 바라긴 뭘 바래. 그냥 걱정되니까 하는 소리지.
고훈 : 지금 대책회의 중이예요.
시은 : 대본 나한테 미리 보내주던지. 잘할 자신 있거든요. 수고!
조연출 : 난 이럴 때 이 바닥이 너무 싫더라. 남이 엎어지면 일으켜 줄 생각 절대 안 해.
넘어진 사람을 밟고 자기가 올라서겠단 사람들 천지야.
고훈 : 경쟁사회에서 어딘 안 그래?
은비 : 그래도 이 동넨 매우 매우 심하죠.
고훈 : 에휴..........(한숨 푹 쉬는데)
도영 : (E) 굿모닝!
고훈 : 어!
고훈, 이리 저리 돌아본다. 일어나서 저 멀리 쳐다보고
은비 : 왜 그러세요?
고훈 : 방금 신도영 목소리가 들렸는데.... 분명히 들었어.... 못 들었어?
상구 : ...... 설마.....
조연출 : 설마 뭐?
상구 : 왜 떠나기 전에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들이랑.... 살던 곳 보고 간다잖아요.....
은비 : 그럼 신도영이 지금......
고훈 : (저 자식) 저 자식 말도 안 되는 소릴하고 그래.
상구 : (버럭) 저도 슬프니까 그렇죠!
고훈 : 다 일어나, 병원 가게.
S#32. 병실 / 낮
원더우먼쇼 포스터 사진과 꽃다발, ‘신도영 일어나랏!’ ‘알라뷰 신도영’ ‘넌 내 꿈이야. 세상을 다 가져라!’
핫 팬츠 입은 원더우먼 사진에 도영 얼굴만 합성해 만든 재미난 사진도 붙어있다.
도영 옆에 서 있는 팀원들.
상구 : 선배님 깨어나시면 기분 좋으라고 우리가 이래놨어요. 얼른 일어나서 보세요.
고훈 : 빨리 일어나 도영씨, 신도영이 이러구 누워있으니까 진짜 안 어울려..
은비 : (눈물 닦는데)
고훈 : 울지 마. 누군 지금 눈물 안 나서 참고 있나.
은비 : 신도영이 너무 딱하단 생각이 들어서요.
조연출 : 제가 팔 부러져 액땜했으니까 괜찮을 꺼예요. 힘내요 도영 선배.
도영, 눈 감은 채 말없고.
S#33. 망망한 도로 / 낮
도영과 친엄마 걷고 있다.
도영, 추운 듯 몸을 움츠리고 간간이 기침을 한다.
도영 : 계속 날이 맑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흐리고 어둡지? 추워.
친모 : .........두고 온 게 생각나서 그래.
도영 : 두고 온 거 없는데요.
친모 : 그 세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는 동안 마쳐야 할 일이 있는 거란다.
도영 : ......저는 다 하고 온 것 같은데요.
친모 : 그럼 됐구.
도영 : .........
친모, 걷다가 멈춰 선다. 도영, 의아하게 보면
친모 : 이제부턴 누구도 같이 가줄 수 없고 도와줄 수도 없는 길이 남았어. 너 혼자 와라.
도영 : 어디까지요?
친모 : 저 끝에 있는 강까지.
도영 : (저 끝을 바라본다)
친모 : 여기선 아직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와도 되고, 가도 좋다.
도영 : ..........
친모 : 가도 좋아.
도영 : 그럼 엄마랑 헤어지잖아요. 다시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친모 : (웃으며) 여기선 그렇지 않아. 니가 가건 오건 난 늘 너랑 같이 있어, 한숙아.
도영 : ..........엄마.
친모 : 세상엔 낭떠러지가 있긴 해. 하지만 겁낼 껀 없다. 죽었구나 할 때쯤 그물이 나올꺼야.
도영 : 저한텐 없을 것 같은데요.
친모 : 니가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그물은 나와. 내 말을 믿어 봐.
도영 : ........(땅만 보고)..........
도영, 고개 드는 데 엄마 보이지 않는다. 사라졌다. 둘러봐도 도영 혼자.
도영 : ...............
도영, 혼자 걷기 시작한다. 저 멀리 빛이 보이고 어둡고 춥고 외로운 길. 다시 혼자 걷기 시작한다.
S#34. 태문 빌딩 외경 / 낮
태문 : (E) 이게 무슨 소리야? 자살이라니.
비서 : (E) 사고에 의문점이 많답니다.
S#35. 카 페 / 낮
사월과 마주 앉아있는 태문. 옆 자리엔 비서.
비서 : 교통사고를 위장한 자살로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태문 : 용실장..... 내 죄가 왜 이렇게 무거워 지는지 모르겠다....
비서 : 아는 기자들 총 동원해서.... 인터넷 상에 이상한 글들 퍼지지 않게 힘쓰고 있습니다.
태문 : 그래, 애 써줘.
비서 : 예. 말씀 나누십시오. (나가고)
태문 : 딸이 저러구 있는걸 명한이가 알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겠어. 아버지가슴에 대못하나 더 치지말고 얼른 일어났음 좋겠네..
사월 : ........일어날 꺼예요.
태문 : 내가 대신 죽을 수 있었음 좋겠어.... 한숙이 대신 날 데려가셨으면 좋겠어....
태문, 눈물 찍어낸다.
사월 : .........회장님..... 어젯밤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왜 나한테, 우리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구요...
태문 : 나도 자주했던 생각이다. 그런데 답이 나왔어.
사월 : 답이 뭔데요?
태문 : 내려놓는 걸 배우라고. 날 죽이고 남 살리는 것도 배우라고.
사월 : 왜 그래야 하는데요?
태문 : 간단해. 세상이 원래 그렇게 살게 돼있거든! 우리가 자꾸 욕심으로 길을 비트는거야. 날 봐라, 한번 비튼 길 끝까지 왔더니
결국 이렇지 않니. 나도 다치고 여럿이 다치잖니.
사월 : 사람의 힘으로 안되는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이 있는 것 같아요.
태문 : 그런 건 기다려야지. 풀릴 때까지 기다리면서 또 배우는거야. 지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라구.
못난 것들 끼리 도우면서 살으라고.
사월 : 살아있는 게 고달프기도 하지만.... 살아있어서 좋은 점도 많은 것 같아요.
태문 : 너 여전히 잘난 척을 하는구나. 니 언니 귀에다 속삭여줘라. 얼른 살아나라고.
사월 : 네.
S#36. 망망한 도로 / 낮
도영, 걷고 있다. 외롭고 막막한 길. 멈춰서서 둘러본다.
도영 : (E) ............엄마, 강을 건너기도 멀고 돌아가기에도 너무 멀어요.....어떡하지.......
도영, 다시 걷기 시작하고.
S#37. 도영 방 / 밤
텅빈 방. 정희, 들어온다. 둘러본다.
정희 : ............
책상 위에 놓인 자물쇠 열린 상자와 일기책으로 시선. 정희,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펼친다.
정희 : .......(일기를 읽다가 입술을 깨문다..... 시선을 돌리면)
꼬마 도영, 방바닥에 엎드려 두 발을 세워 왔다갔다 하며 공책에 연필로 일기 쓰고 있다.
꼬마도영 : (E) 우리 엄마는 예쁘다. 그림도 잘 그리신다. 대학교 선생님이시다.. 엄마 손 잡고 걸어가면 애들이 막 쳐다본다.
나는 기분 좋아서 발이 붕붕 떠있다. 엄마가 맨날 놀이터로 와줬으면 좋겠다.
S#38. 도영네 거실 (회상) / 밤
소녀 도영과 지영, 노래 부르고 있다. 둘이 엉덩이 부딪혀가며 율동하고 노래하는.
도영지영 : (노래)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정희 수호 앞에서 박수 장단 맞춰주며 웃는데 정희는 지영이에게만 시선.
도영, 노래하며 정희의 눈길을 본다. 정희, 지영을 보며 웃고 박수치고.
소녀도영 : (E) 1등을 해도, 상을 타와도 엄마는 늘 지영이 뿐이다. 엄마한테 묻고 싶다. 이럴 꺼면 날 왜 입양하셨어요.
지영이가 태어날 줄 몰라서 하셨죠? 그럼 하느님께 묻고 싶다. 지영이를 왜 우리 집에 보내셨어요?
나는 왜 고아가 된 거예요.
S#39. 도영 방 / 밤
눈가가 젖은 정희, 일기장을 넘긴다.
소녀도영 : (E) 지영아.......... 날도 추운 데 어디로 간거니. 널 다시 찾으러 갔었어.... 그 새 넌 어딜간거야...
나쁜 애들한테 끌려 간거니. 만약 그런거라면 날 죽을 때 까지 용서하지 마.
정희, 일기장을 넘긴다.
S#40. 병실 / 밤
도영, 누워있다. 병실 문 열리고 정희 들어온다. 19부에서 도영이 선물한 스카프와 브로치를 하고 있다.
정희, 도영을 바라본다.
소녀도영 : (E) 지영아, 오늘은 학교에서 남산 타워에 갔었어. 서울이 다 내려다 보이더라.... 혹시 니가 보일까 눈을 크게 떠봤어.
여기서 뛰어내려서 니가 온다면 난 당장 뛰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영아.
정희, 한참을 물끄러미 도영을 보고 서 있다.
정희 : 넌 왜 이렇게 독하니.........누가 내 딸 아니랄까봐 이렇게 독해.... 당장 일어나! 일어가서 나한테 따져,
바보처럼 혼자 일기 써놓지 말구........ 넌 애가 독한 거니, 미련한 거니, 약해 빠진 거니.....
도영 : ............
정희 : 너 때문에 20년 힘들게 살았어. 앞으로 또 30년 가위눌리면서 살까? 니가 뭔데 날 이렇게 힘들게 하니.
당장 일어나서 내일 집으로 와. 안 그럼 너 또 여기서 물벼락 맞을 줄 알아!
정희, 눈물 훔치며 나간다.
S#41. 병실 앞 / 밤
사월, 걸어오다 정희가 병실에서 나가는 걸 본다. 눈물 훔치며 걸어가는 정희.
사월 : ..............
S#42. 병실 / 밤
도영 옆에 앉아있는 사월.
사월 : 언니.......... 자?
도영 : ..........
사월 : 언니 두꺼비 뽀뽀 기억나지?
플래쉬 백 -- 19부. 공원
수호 : 자 도영이 지영이 여기 보자....
정희 : 웃어봐 지영아! 지영이 언니 뽀뽀!
지영, 도영을 확 껴안고 얼굴에 뽀뽀한다. 도영, 간지러운 듯 웃으며 찡그리는 얼굴.
수호 : 아이구 이쁘다. 한번 더!
정희 : 이번엔 언니가 지영이 뽀뽀!
도영, 지영얼굴에 뽀뽀하는데 지영 두꺼비처럼 볼을 불룩하게 만든다. 불룩한 볼에 뽀뽀하는 도영. 네 사람 하하하 웃는다.
병실.
사월 : 언니....... 정말 갈꺼야?
도영 : .........
사월 : 가지 마.... 나 한번만 더 보구 가... 언니....
사월, 눈물 그렁한 눈으로 도영의 볼에 뽀뽀한다.
사월 : 엄마가 우는 걸 봤어.... 언니, 이제 돌아와.
S#43. 거 리 / 밤
걷고 있는 동우.
동우 : (E) 나한테 엎혀서 걷던데야..... 나 이제 이 길을 어떻게 지나라구.... 날 좀 봐줘 도영씨. 늦기 전에 빨리 와.
S#44. 병실 밤 / 밤
동우, 도영 옆에 앉아있다.
동우 : ....재밌는 얘기 해 줄까?
도영 : ..........
동우 : 그럼 노래해 줄까?
도영 : ..........
동우 : 우리가 보려고 했던 영화 얘기해줄까? 아까 표 사는데 영화보고 나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 들었어,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말해줄까?
도영 : ..........
동우 : 날 위해서라도 이러지 마, 도영씨. 세 살 때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진 새 장가 든다고 날 보육원에 맡기고.....
나도 그렇게 신나고 좋은 인생은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 또 잃게 하지마.... 부탁이야... 얼른 와.
도영의 손잡고 기도하듯 고개 숙이는 동우.............
동우, 모니터 보고 놀란다. 심장박동수 느려져 점점 일자 라인이 돼간다.
동우 : 안 돼! 도영씨! (침대 위의 비상벨을 누른다) 여보세요! 좀 와주세요!
S#45. 망망한 도로 / 낮
도영, 혼자 걷고 있다. 저 멀리 아득하다. 도영, 계속 걷는다.
동우 : (E) 도영씨! 왜 이래 도영씨!
사월 : (E 아주 작은 소리로 들려오는) 언니.........언니..........
도영 : ...............
도영, 멈춰 선다. 뒤를 돌아본다.
사월 : (E) 언니..... 갈 꺼야? 너 정말 이렇게 갈꺼야.
어린 지영 : (E) 언니! 일어나 언니!
도영, 멈춰 섰다 다시 걸어간다. 세상에 대한 아쉬움을 억지로 잘라내듯 앞을 보며 걸어간다.
준세 : (E) 도영아...... 너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지..... 일어나.
동우 : (E) 지내기 편해? 돌아오기 싫어? 그래도 돌아 와.
정희 : (E) 누가 내 딸 아니랄까봐 이렇게 독해..
도영, 걸으며 자꾸 멈칫 멈칫...... 하다 성큼성큼 가는데
사월 : (E) 언니 왜 이렇게 비겁해..... 언니를 용서할 기회는 줘야잖아....
도영, 휙 돌아보는데....... 얼굴에 환한 빛이 비춘다.
S#46. 병실 / 낮
누워있는 도영, 손이 움찔한다.
도영 : ............(가물가물 간신히 눈을 뜬다)
아른아른한 시야로 병실이 뿌옇게 보인다. 도영의 사진과 꽃바구니 ‘신도영 일어나!’ 가득 붙어있는 병실 벽.
병실엔 아무도 없다.
도영 : ..............
병실 문이 열린다.
도영, 얼른 눈 감는데 드르릉 기타 줄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도영, 계속 눈 감고 있다.
사월, 기타를 들고 의자에 앉는다.
사월 : 언니 아직 자?
도영 : ..............
사월 : ........언니가 어떤 말을 해도 용서하는 게 진짜 용서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 언니가 모든 사람들한테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면 나도 언니를 용서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진짜 용서가 아닌 거였어.
도영 : .............
사월 : 빨리 일어나. 내가 더 언니인 척, 철든 척 잘난 척 하고 싶단 말야. 내가 기타 쳐줄게 언니. 미카엘의 집에서 배운 솜씬데....
되게 후져.... 그래도 들어 봐....
사월, 기타를 친다.
도영, 이불 속에 숨은 손. 울음이라도 참듯 꼭 쥔다.
사월 :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준세, 들어온다. 기타치고 있는 사월.
사월 :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준세 : .......도영이가 꼭 듣고 있는 것 같아.
사월 : 우리 어릴 때 같이 불렀던 노래야. 이거 가르쳐 주면서 못 외운다고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
준세 : 혼날만 하네.
사월 : 언니 들었어? 다들 언니 편만 들어. 오빤 다음에 드럼 갖고 와서 쳐 줘.
준세 : 그 생각을 못했네. 놀라서라도 일어날텐데.
사월 : 그러니까.
준세 : 스테이션에서 잠깐 보재, 담당 선생님이.
사월 : 응. (일어서며 도영의 귀에) 언니..... 사랑해.... 일어나.... 알았지?
사월과 준세, 나간다.
도영, 눈물을 흘린다. 도영, 작게 흐느끼는데 사월 다시 뛰어들어오다 도영을 본다.
사월 : ..........언니.......
도영 : ..........(눈을 뜬다)
사월 : 언니! (뛰어와 도영을 껴안는다) 언니..... 언니..... (밖에 부르는) 오빠! 언니가 깨어났어, 오빠!
준세 : (뛰어 들어온다) 도영아!
준세, 다가와 도영의 손을 잡는다.
도영, 눈물 흘리며 미소 지어 보인다.
S#47. 도 장 / 낮
수업중인 도장. 전화 받고 도복차림으로 뛰어나가는 동우.
S#48. 거 리 / 낮
도복차림으로 웃으며 뛰어가는 동우.
S#49. 병실 / 낮
침상에 기대 앉아있는 도영.
도복을 입은 동우, 병실로 뛰어 들어온다. 도영을 껴안는다.
동우 : 잘 왔어! 잘했어 도영씨.
도영 : ......늦어서 미안해....
동우 : 괜찮아.... 많이 안 늦었어..... 잘 왔어.
동우, 도영을 안고 도닥거린다.
도영 : (E) 엄마..... 걱정마세요.... 나 안 추워.....
친모 : (E) 너무 두려워 하지마.... 널 받쳐 줄 그물이 반드시 있다니까....
S#50. 방송국 사무실 / 낮
고훈 : 뭐! 신도영이 일어났다구! 정말이지? 확실하지?
은비 상구 조연출 책상 위의 노트 위로 집어던지고 책상 두드리며 환호.
S#51. 도영네 거실 / 밤
수호와 사월, 도영을 부축해 들어온다.
이들을 맞는 정희, 블라우스에 브로치를 달고 있다.
도영 : ..........(브로치를 본다.... 정희 얼굴을 보는)
정희 : ...........
도영 : ........(눈물 그렁... 미소.....)
정희 : 얼굴이 안됐구나.... 올라가서 쉬어.
도영 : ..........
정희 : 올라가 있어. 잣죽 좀 갖다줄게.
사월, 도영을 데리고 2층으로.
S#52. 도영 방 / 밤
침대에 앉아있는 도영. 사월, 쟁반에 죽 그릇을 들고 온다.
사월 : 언니, 먹어 봐. 엄마가 직접 만든 잣죽이야. (소근) 약간 심심하긴 한데 맛있다고 해줘. 참, 물 안 가져 왔다.
사월, 나간다.
도영 : .............
도영, 스푼을 들어 잣죽을 뜬다. 먹는데 잣죽으로 들어오는 2개의 숟가락.
도영, 보면 꼬마 도영과 소녀 도영, 침대에 올라와 앉아 죽을 먹는다.
정희가 만든 죽을 먹는 과거와 현재의 도영 세 사람. 미소 지으며 웃으면서 죽을 먹는다.
S#53. 카 페 / 낮
마주 앉아있는 사월, 준세.
사월 : 죽도 잘 먹구 푹 잘 잤어.
준세 : 다행이다.
사월 : 이제부턴 뭘 어떻게 하면 되지?
준세 : 흘러가는대로 해.
사월 : 그게 좋겠지?
준세 : 사월아..... 난 시카고 본사로 1년 들어가게 될 것 같아. 2주 후에 떠나기로 했어.
사월 : ............
준세 : 갑자기 그렇게 됐어.....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가 자원했어.
사월 : ........난 왜 이러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다 같이 있어주질 않아? 엄마 아빠를 찾았더니 언니가 없어지고,
언니가 오니까 이번엔 또 오빠가 간다구?
준세 : 가을에 당장 놀러 와. 회사에서 얻어주는 집이라 방도 많고 집도 크대.
사월 : .....
준세 : 왜? 방 많은 거 기분 나빠?
사월 : 아니, 아냐아!
준세 : 챨리 채플린이랑 알 카포네가 자주가던 재즈 바도 아직 있어. 너 오면 꼭 데리고 갈게, 그때도 나가서 노래 한번 해.
사월 : ........그래, 꼭 갈게 오빠.
S#54. 거리 / 낮
걷고 있는 사월, 준세. 준세, 사월의 손을 잡는다.
준세 : 언니를 용서해 줘서 고맙다.
사월 : ........
S#55. 도영 방 / 낮
꽃다발 들고 들어오는 동우. 침대에 누워있는 도영. 동우가 들어오자 일어나 앉는다.
동우 : 편하게 누워있어요.
도영 : 괜찮아요.
동우 : 얼굴이 아직도 안 좋아.
도영 : .......앉아요.
동우 : (앉는) 우리가 보려던 영화는 내렸어.
도영 : 미안해.
도영 : 난 영화보다 도영씨 보는 게 더 좋아.
도영 : (심하게 기침을 한다)
동우 : 감기 든 거야? 아직 회복이 덜 된거야?
도영 : 모르겠어...... 괜찮아지겠지 뭐.
동우 : .................
동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금반지 2개를 꺼낸다.
동우 : .......태어나서 반지 끼어 본 적 한번도 없는데.... 그냥 한번 해보고 싶어서.....
도영 : (손가락을 내민다)
동우, 도영 손에 반지를 끼워준다.
동우 : 약간 헐렁하다. 빨리 살 찌워서 딱 맞게 만들어.
도영 : 그럴께.
동우, 자기도 손가락에 반지 끼고 반지 낀 손 옆에 놓아본다.
동우 : 나랑 같이 홍콩 안 갈래?
도영 : ..............
S#56. 도영네 부엌 / 밤
식탁의 네 식구. 정희, 말투는 까칠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정희 : 많이 먹어. 너 아파 보인단 소리 듣는 거 싫다.
도영 : 네.
정희 : 내일 다들 시간 괜찮지?
사월 : 어디 가시게요?
정희 : 아직 쟤가 골골한데 가긴 어딜 가..... 그냥 20년 만에 우리 식구 다 모인 가족사진이나 찍자구요.
도영 : ...........
정희 : 너 많이 먹구 기운내.
도영 : 네.
도영, 보답이라도 하듯 열심히 먹는다.
정희, 도영을 보고 있다.
도영, 시선을 느끼고 정희를 본다. 도영, 고개 숙이고 밥 먹는다.
S#57. 스튜디오 / 낮
네 식구 가족사진 찍는다.
수호, 정희는 앉고 도영 사월은 뒤에 서서 미소 짓는다.
사진사 : 네, 좋습니다. 두 따님 좀 더 가까이...어머니 아버지 옆으로 좀 더 가오시고....고개 왼 쪽으로 살짝.....좋습니다. 하나 둘!
후레쉬 펑 터진다.
사진사 : 다시 한 번 갈께요.... 이번엔 두 따님 자리 한번 바꿔보시고....
도영과 사월, 자리 바꾼다. 사월, 콤팩트 꺼내 거울 본다.
사진사, 조명 위치 다시 만지고.
사월 : 언니두?
도영 : (콤팩트로 거울보는)
정희 : (도영을 보며 측은하고 따뜻한 눈길)
도영 : ...... (정희와 눈이 마주친다)
정희 : (도영에게 미소 살짝....... 다시 카메라를 본다)
도영 : ......(마음이 따뜻해지는)
꼬마 도영 : (E) 나에게도 엄마 아빠가 생겼다. 아빠 신수호, 엄마 최정희. 나는 이제 김한숙이 아니다...내 이름은 신도영...도영이.
예쁘다... 난 내 이름이 참 맘에 든다...
사진사 : 자, 다시 갈까요.
사월 : 잠깐만요.
사월, 수호의 넥타이를 한번 바로 만져주고 도영 볼을 털어준다.
사월 : 볼 터치가 뭉쳤다.
도영 : ...............
꼬마 도영 : (E) 솜사탕 같은 내동생..우유냄새 나는 지영이..나랑 이름이 비슷한 아이가 있어서 좋다.
나는 신도영, 내동생은 신지영.
사진사 : 자, 지금 좋습니다! 웃으세요. 하나 둘!
후렛쉬 펑! 하며 네 사람의 따뜻한 가족 사진.
S#58. 방송국 일각 / 낮
기자들 앞에서 얘기하는 도영. 정리한 메모를 보며 차분하게 이야기하다 순간순간 울컥하며 눈물을 찍어낸다.
도영 : 저는 여섯 살 때 입양됐습니다. 갑자기 달리진 생활이 너무 좋으면서도 이 행복이 계속될까 불안했습니다.
입양된 집에 친 딸이 태어났고 그 친구가 윤사월씨예요. 그리고 여러분 아시는 대로, 전 동생이 다섯 살 때
서울역에 데려다 놓고 혼자만 돌아왔습니다. 동생을 버렸어요.
후렛쉬, 무섭게 터진다.
원더우먼쇼 식구들,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착잡한 표정.
도영 : 그날 이후 제 인생은 지옥이 되고 말았고 전 그 날을 잊어버리려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쉽게 저를 놓아주지 않았고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여러분,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죽을만큼 큰 죄라
죽으려했지만.... 그게 비겁해 보였는지 하늘은 오늘 저에게 죄를 고백할 기회를 줬습니다.
사월, 저 만치에서 바라본다. 눈물이 그렁하다.
도영 : 저는 지금 이 시간부터 모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며 차후로 여러분 앞에 서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S#59. 도영 방 / 낮
침대에 앉아있는 도영. 사월, 들어온다.
사월 :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언니........
도영 : 그러구 싶었어. 나도 이제 좀 편하게 살아볼래.
사월 : ..........
S#60. 방송국 사무실 / 낮
꽃바구니 곰 인형 놓여있는 사무실 책상. 고훈, 카드와 편지 보며
고훈 : 신도영 컴백 기원...... 신도영을 용서해요..... 하루에도 수백통씩 쏟아지는구나.
은비 : 올림픽 특집이랑 우리 방송이 겹쳐서 다행이야.
조연출 : 원고료 없어두 좋아요?
은비 : 올림픽 끝날 때까지 살 껀 있네요.
상구 : 도영선배 복귀했음 좋겠는데..... 난 돌아올 것 같아요. 우리 내기할래요? 만원 빵.
고훈 : (쥐어박는)
S#61. 도 장 / 낮
도영, 들어선다.
동우 : 도영씨!
도영 : 갈게.
동우 : ............
도영 : 같이 가. 동우씨랑 같이 갈래.
동우 : (도영을 껴안는다)
도영 : 가서 미리 청소 좀 해놔. 그 때 보니까 먼지투성이더라.
동우 : 술 취해 뻗었던 사람이 별 걸 다 봤다.
도영 : 같이 가.
동우 : 그래, 같이 가.
반지 낀 손 마주잡고 웃는.
S#62. 도영네 거실 / 밤
정희, 수호 앉아있다. 침울하다......
수호 : .......지금 저렇게 일어나 걷는 게 이상한 거라네. 잠깐 저러다 다시 쓰러질꺼래.
도영이가 가족들한텐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데 강 박사가 슬쩍 알려줬어.
정희 : .........
수호 : ......사고 때 충격으로 간하고 쓸개 쪽이....
정희 : (말 막으며) 당신이 늘 하는 말 있잖아. 세상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고..... 저렇게 일어나 걷게 한덴 또 이유가 있을꺼야.
수호 : ......그래.
정희 : 금방 또 죽일꺼면 쟤 저렇게 깨어나지 못했어요. 쟤가 얼마나 강하고 독한 앤데...... 절대 쓰러지지 않을 꺼예요.
S#63. 도영 방 / 밤
사월, 들어온다. 도영, 침대에 누워있다.
사월 : 언니 많이 피곤해?
도영 : ..........
사월 : 언니! 아퍼?
도영 : 지영아...... 나 기타 쳐줘.
사월 : ......언니 앞에서 한 번도 기타 쳐 본 적 없는데.....
도영 : .......꿈속에서 들었나.....
사월 : 들었어, 진짜루? 언니 병원에 있을 때 내가 기타 쳐줬는데.
도영 : 바다도 보구 싶다.
사월 : 가자!
S#64. 도 로 / 밤
달리는 사월의 차. 조수석, 도영이 앉아있다.
S#65. 바닷가 / 새벽
벤취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는 두 사람. 도영, 커다란 타월로 감싸고 앉아있고
사월 옆에는 기타.
사월 : 곧 해가 뜰꺼야.
도영 : 응...... 해 뜨는 거 너무 보고 싶어.
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 사월, 기타를 들어 잔잔한 곡을 치기 시작. 도영, 미소로 바라본다.
사월도 기타치면서 언니보며 웃고.... ‘앗 틀렸다’.... 하고 다시 치고....
도영 : (E) 지영아, 너 그거 아니?
사월 : (E) 뭐, 언니?
도영 : (E) 니가 태어나서 처음 집에 왔을 때 날 보고 웃었다.
사월 : (E 웃으며) 내가?
도영 : (E) 긴장해있던 마음이 풀렸어.... 니가 와서 난 쫓겨날 꺼라고 생각했는데 니가 웃어줘서 좋았어.
사월 : (E) 그러구 보니 나도 기억나는 것 같아.... 언니를 보고 웃었어... 잘 봐달라고....
도영 : (E) 난 널 미워하지 않았어. 쫓겨날 까 두려워서 널 밀어낸거야.
사월 : (E) 알아.
도영 : (E) 니가 있어서 좋은 날들이 더 많았어.
사월 : (E) 나두야 언니.
도영 : (E) 널 사랑한다고 진작부터 말하고 싶었어.
사월 : (E) 나두야 언니.
도영 : (E) 미안해.
사월 : (E) 뭐가.
도영 : (E) 그냥 다...... 나 때문에 고생했지?
사월 : (E) 나 때문에 힘들었지?
도영 : (E) 살고 싶어 지영아.
사월 : (E) 떠나지 마 언니.
도영 : 지영아....... 나 그거 불러줘.
사월 : 뭐?
도영 : 우리 옛날에 같이 부르던 노래 있잖아.....
사월 : .......같이 불러, 언니도.
도영 : 촌스럽게 뭘 같이 불러.... 그냥 니가 불러 줘.
사월 : ..........언니..... 꿈속을 헤맬 때 혹시 그 노래 들었어? 내가 언니 옆에 앉아서 노래 불러줬는데.....
도영 : ......그랬나....... 갑자기 입가에서 돌더라.
사월 : ........(노래 부르는) 비바람이 치던 바다....잔잔해져 오면....
도영 : (같이 흥얼) 잔잔해져 오면......
사월 : (언니 보고 미소)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멀리서 태양이 떠오른다. 두 자매를 비추는.
사월 : 저 바다 건너서........
도영 : 저 바다 건너서......
사월 :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도영 : ....(허밍으로 따라하는)
사월 : (해를 보며)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도영 : 밤 하늘에 반짝이는......
사월 : 사랑스런 그대 눈은.......
사월, 해를 바라보며 노래하는데 도영의 흥얼거림이 멈췄다.
사월, 도영을 본다.
도영, 눈 감고 있다.
사월 : ...............
도영 : ...............
사월 : .......(눈물이 흐른다)
도영 : ..............
도영, 편한 얼굴로 눈 감고 잠든 것처럼....
사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뚝뚝.... 노래를 계속 부른다.
사월 :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태양 떠올라 두 자매를 비춘다. Hayley westenra 가 부르는 연가 원곡 ‘Po karekare ana ’ 흐른다.
사월, 눈 감은 도영을 보고 미소 짓는다.
태양의 붉은 빛 받으며 앉아있는 두 자매.
S#66. 라디오 스튜디오 / 낮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손. 클래식 음악과 함께 도영의 밝은 목소리.
도영 : (E) 안녕하세요, 신도영의 아마빌레 신도영입니다.
S#67. 준세 집 / 낮
커다란 여행 가방 옆에 가만히 앉아있는 준세.
도영 : (E) 여행을 떠나는 건 돌아오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S#68. 병실 / 밤
침상에 앉아있는 도영, 의사와 얘기 중. (깨어나 집으로 돌아오기 전 상황)
의사 : ..... 미안한 말이지만 도영씨가 회복될 꺼라고 기대 못했어요.
도영 : .........살고 싶어요, 선생님........살려주세요.
의사 : ..............
도영 : 저를 살려주시던가..... 아님 식구들한텐 이야기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얘기하게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의사 : 지금 이렇게 일어나 앉은 것만도 기적입니다.... 이왕 받은 거 좀 더 바래봅시다.
S#69. 지영 방 / 낮
네 사람 가족사진이 놓인 책상. 사월, 사진 보며 미소.
도영 : (E) 돌아올 곳이 없는 사람에겐 여행도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여러분이 돌아갈 곳은 어디, 누구입니까.
S#70. 바닷가 일각 / 낮
동우와 손을 잡고 거니는 도영.
동우 : 안 추워? 그만 돌아갈까?
도영 : 아니, 우리 저 끝까지 가보자.
동우 : 저 끝까지? 가다 다리 아픔 말해. 업어줄게.
도영 : 동우씨도 말해, 나도 업어줄게.
도영, 동우 손을 잡고 행복하게 걸어간다.
두 사람 저만치 멀어지는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