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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04 - 누군가는 출발했다.
S#1.프롤로그 몽타쥬(낮)
-스트레칭룸.
천장...
스트레칭용 공에 누운 채로 미연이 천장을 보고 있다.
운동을 한다기보다는 우울한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균형을 못 잡고 굴러 떨어진다.
-연회부 탈의실
현중이 급하게 옷을 갈아입으면서 시간을 확인한다.
5시가 넘어간다.
-병원복도
진료실에서 나오는 준표, 비틀댄다.
욱~입을 틀어막으며 화장실로 뛰어들어간다.
-서점
강매 당한 표를 보는 동진.
-은호의 집 거실.
미국 프로레슬링을 보며 감동받는 지호
-스트레칭룸
굴러 떨어진 미연에게 손을 내미는 은호.
각자 의도를 갖고 레슬링 경기장에 오게 될 여섯 명의 얼굴이 화면을 6등분해 보여진다.
땡소리와 함께
각자의 얼굴 화면 밖으로 날라간다.
S#2. 레슬링 경기장(저녁)
경기 시작 전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레슬링 매니아 3인방이 서로의 얼굴에 유리의 분장을 흉내 낸 페이스 페인팅을 한다.
은호, 지호, 미연이 들어와 링을 사이에 두고 레슬링 매니아들과 반대쪽에 앉는다.
미연이 ‘화장실’이라며 퇴장한다.
지호 : 저 언니가 그 언니지? 맘먹고 꼬셔서 안 넘어온 남자가 없다는 전설의 나이스 바디?
은호 : 그런 애기가 있었어?
지호 : 미술교생이 저 언니한테 반해서 난리였잖아. 집 앞에서 죽치다가 경찰에 끌려가고
은호 : 너 기억력 좋다. (지호의 삐친 머리를 만지며) 이러고 어떻게 버스를 탔니?
-입구쪽
동진이 얼마 안 되는 관객 중에 은호와 지호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향한다.
지호, 동진을 발견하고 손을 들어 인사를 대신한다.
은호 : (뚱하게) 왔어?
동진 : 목숨을 걸지 않는 한 안 올 수가 있냐?
니 주위는 하나같이 왜 그러냐? 하나는 깡패에 하나는 사이코.
은호 : 그 중의 최악이 당신이지.
동진 : (은호 옆자리에 앉는다)
은호 : 거기 자리 있어.
동진 : 있긴 뭐가 있어? (하다가) 그 자식 오기로 했냐?
은호 : 현중씨?
동진 : 벌써 떨어져 나갔나 부지? 하긴 그 녀석이 둔하니까 이정도 걸린거지.
왠만한 사람은 일주일이면 끝나는데 응?
은호 : 당신은 어쩌자구 몇 년이나 걸리셨을까?
동진 : (허공을 보며 한숨짓는다) 인고의 세월이었다.
은호, 어이없다.
음료수를 든 준표가 온다.
준표 : (지호 옆자리에 앉으며 은호에게 인사하고 동진에게) 죽이는 여자 봤다.
동진 : (혹해서) 어디서?
준표 : 어. 저기 온다.
준표가 가리키는 곳. 미연이 온다.
동진을 발견하고, 잠깐 주춤하더니 곧 환하게 미소짓는다.
미연 : 안녕하세요.
동진, 못마땅한 얼굴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외면한다.
은호 : 비켜. 주인 왔잖아.
이 여자 자리였나?
동진, 떨떠름한 얼굴로 일어난다.
미연 : (미안해서) 여기 뒤쪽에 자리 있는데....
동진 : 됐어요. (준표에게) 공! 저쪽으로 가자.
준표 : (미안하긴 하지만) 난.......그냥 여기 있을게.
동진 : 그동안 즐거웠다?
준표, 동진의 시선을 외면하면서 음료수를 나눠준다.
동진, 혼자 링사이드 반대쪽으로 가다가 어떤 남자와 스친다.
동진이 스쳐가는 남자를 돌아본다. 현중이다.
현중이 은호쪽으로 간다.
링사이드 반대쪽, 동진의 시선으로 본 은호쪽 자리.
인사하는 현중.
지호가 사양하는 현중에게 자기 자리를 내주고, 준표를 밀어낸뒤 그 자리에 앉는다.
미연 은호, 현중, 지호순으로 앉게 됐다.
터덜 터덜 동진옆에 와 앉는 준표.
동진 : 왜 좀더 버텨보시지?
준표 : 지금 그게 문제냐? (현중을 보며) 은호씨가 불렀을까?
동진 : 딴소리는...
동진, 중얼대면서 은호쪽을 본다.
은호, 현중에게 뭔가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리다가 동진과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는다.
-은호쪽 링사이드
은호 : (웃고 있지만 위협인 목소리로 현중에게) 어떻게 온 거예요?
현중 : 진짜 우연이네요. 여기서 만나다니
은호 : (눈을 가늘게 뜬다)
현중 : ......라는건 거짓말이구요. 은호씨 올 것 같아서 왔어요.
은호, 현중에게 뭐라고 쏘아주려다가 동진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S#3. 입장로(저녁)
유리가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펄쩍 펄쩍 뛰며 몸을 푼다. 자기 뺨을 찰싹 찰싹 때린다.
링 주변에 몇 백명이 모였을뿐, 객석은 썰렁하다.
경기를 마치고 퇴장하는 남자 레슬러와 인사한다.
S#4. 링(저녁)
입장로쪽에서 등장하는 유리.
레슬링 매니아중 안경낀 놈이 CD 플레이어를 작동시킨다.
‘오 필승 코리아’를 베꼈음이 분명한 직접 녹음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지들끼리 추임새를 넣고 나름대로 열광하는데...
몇 안되는 관객들. 웃음을 참는다.
등장하던 유리도 뻘쭘해 한다.
링 위
이후. 거칠게 편집된 링의 모습들
-‘지옥에서 돌아왔다. 나유리~’끝을 길게 빼는 링 아나운서.
-인사하는 유리.
-오버하며 환호하는 현중.
-유리가 픽 웃고.
-동진은 엄지손가락을 내려 야유한다.
-유리가 동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경기하는 선수들 틈으로 미연의 시선이 가끔 동진에게 향한다.
-게임에 몰입한 지호. 유리의 카운트가 실패하자 두 손을 들며 안타까워한다.
-준표. 지호가 안타까워 하는게 어이없는데...
-레슬링 매니아도 같은 동작으로 안타까워한다.
-현중이 은호에게 귓속말을 하자 준표가 동진을 툭 친다.
-동진, 상관없는 척 하지만 신경이 쓰인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관중들.
-동진이 링을 바라보는 순간 링은 비어있다.
-준표가 잽싸게 몸을 피한다.
-유리가 엔젤의 머리를 잡아 동진에게 집어던진다.
어깨로 동진의 배를 강타하며 쓰러지는 엔젤.
-지호는 두손들고 환호하고.
-미연은 걱정스런 얼굴로 벌떡 일어나고,
-은호는 약간 움찔하고.
-레슬링 매니아 3인방은 우르르 몰려들어 사진 찍으며 환호한다.
-유리가 엔젤을 잡아 일으키면서 동진을 향해 씨익 웃어보인다.
-링 위.
카운트당하는 유리.
노인과 어린 관객들의 환호,
레슬링 매니아들의 야유.
두 팔을 들어보이며 가장 크게 환호하는 동진.
S#5. 선수대기실(밤)
은호가 의자에 앉은 유리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해본다.
은호가 유리를 쳐다본다.
유리 : 말 안 해도 알어.
은호 : 아는 사람이 이러고 있냐? 어쩌려고 그래?
유리 : 당신이나 잘해. 오늘 그 조합은 뭐야?
은호, 할 말 없다
유리 : 두 사람 진짜....왜 그러고 사냐?
은호 : (희미한 반항) 내가 뭐어?
S#6. 레슬링 경기장 앞(밤)
미연,동진,준표,지호,현중이 은호를 기다리고 있다.
지호와 현중의 대화를 준표가 굳이 끼어들어서 듣고 있다.
지호 : 스물다섯이라면서요?
현중 : 예.
준표 : (궁시렁) 아직 애네.
지호 : (준표를 무시하고) 군대는요?
현중 : 면젭니다.
준표 : (이때다 싶은) 어디가 모잘라서?
현중 : 고등학교 때 다리를 다쳤거든요.
준표 : 쯧쯧쯧....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진짜가 되는건데.
지호 : 군대 갔다 왔어요?
준표 : 그럼
지호 : 근데 왜 남자가 안됐을까?
준표. 움찔한다.
그들과 좀 떨어진 곳,
미연이 동진과 시선이 마주치자 웃는다.
동진, 결심하고 미연에게 간다.
동진 : 인간적으로 물어봅시다. 그날 왜 그랬어요?
버스도 안 다니는데다가 떨궈놓고 가면 나보고 어쩌라고,....?
미연 : 덮칠까봐요.
동진 : 사람을 뭘로 보고 진짜. 내가 아무리 오랜 금욕생활로 힘든 때라고 해도....
미연 : 내가 덮칠까봐 그랬다구요
동진. 주춤한다.
은호가 나온다.
미연 : (은호의 팔짱을 낀다) 2차 가자.
지호 : (현중에게) 같이 가요?
현중 : 고맙습니다.
은호와 미연이 팔짱을 끼고.
지호가 현중과 함께 간다.
준표, 설마 하다가 떼놓고 갈까봐 ‘저기....’부르려는데....
지호 : (준표,동진을 돌아보며) 거기 30대 두 분은 어떡할 거예요?
준표 : 가지. 갈거야. 그치?
준표가 뻐팅기는 동진을 끈다.
S#7. 거리(밤)
미연이 은호의 팔짱을 기고 맨 앞에....
지호는 현중과 이야기하면서 다음에....
준표가 동진을 끌다시피 맨 뒤에 따라간다.
S#8. 숲(밤)
은호와 미연이 나란히 앉고.
현중과 지호가 나란히 앉고.
동진과 준표가 앉았다.
각자 술을 따르는데,
동진이 습관적으로 은호의 잔에 술을 따라주려는데.
한발 앞서 현중이 따라준다.
동진이 주춤하는걸 은호가 슬쩍 본다.
잔을 모으는 여섯 사람.
지호 : 각자 원하는 바를 위하여!
잔을 부딪힌다.
잔을 내려놓고, 잠깐의 침묵.
준표 : 갑자기 생각난 건데. (동진을 보며) 니가 은호씨한테 프로포즈한게 여기 아녔냐?
아.....그때 참 감동적이었는데...
각자 반응 스틸 컷컷...
-‘갑자기?’ 되묻는 지호의 얼굴.
-뜬금없어 하는 은호
-준표의 속이 너무 들여다보여 괜히 부끄러운 동진.
-술마시며 동진을 힐끗 보는 미연의 얼굴
-현중의 포커 페이스 미소.
지호 : 헤어지자고 한 것도 아마 여기였지? 그땐 참 삭막했어.
또다시 보여지는 인물들의 스틸 컷컷.
-은호는 지호를 나무라듯 쳐다보고
-동진은 이게 뭣들 하는 짓인가 싶고.
-술 마시는 은호를 보는 미연
-울컥하는 준표.
현중 : 은호씨 단골인가봐요?
준표 : 두 사람 연애사의 산증거같은 장소죠
지호 : 결국은 실패로 끝난 연애사지만.
준표 : 아직은 몰라요
지호 : 닥터공만 모르죠.
동진 : (준표에게) 공준표!
은호 : (지호에게) 유지호!
준표가 지호를 째려본다.
지호,여유있는 얼굴로 무시한다.
(준표) : 너 자꾸 그럴래?
S#9. 숲 앞(밤)
지호 : 닥터공이 먼저 시작하셨잖아요?
지호와 준표가 대치중이다.
준표 : 넌 니 언니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거냐?
지호 : 바라니까 이러죠
준표 : 어떻게 하면 입 다물고 있어줄래?
지호 : 닥터공께서 침묵해주신다면...
발끈하는 준표에 비해 지호는 이 상황을 즐긴다.
S#10. 숲(밤)
은호와 현중이 얼굴을 맞대고 미연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고 있다. 동진이 레이싱 걸들과 찍은 사진이다.
동진은 은호와 현중의 밀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미연은 취했다.
준표와 지호가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지호 : 뭐야? (들여다보고) 오오...
준표,역시 들여다보다가
준표 : 넌 진짜... (지호와 눈이 마주치자 할말을 삼킨다) 아이 부러운 자식.
은호 : (비꼰다) 정말 좋았나봐. 이런 솔직한 표정 처음 봐.
가장 바보처럼 나온 사진을 동진에게 보여주는 은호.
동진 : (움찔하지만) 이해해. 같은 여자로서 질투할 만 하지. (무시하듯 은호를 쳐다보며 픽 웃는다)
현중 : (불쑥) 은호씨가 어때서요?
일순 멍해지는 분위기.
준표 : (오버하며 웃는다) 하하....애정의 표시를 그렇게 하는거지.... 애가 워낙 삐뚤어져서....
(화제를 바꾸려고 미연의 빈 잔에 술을 따른다) 미연씨 술 잘하네.
미연 : (이미 취했다) 두 사람 물어볼게 있는데...
준표 : 질문하는 습관은 좋은겁니다.
미연 : 둘이 왜 헤어졌어?
분위기는 또다시 싸해진다.
준표와 지호가 동진과 은호의 눈치를 살핀다.
미연 : (눈치 못 채고) 동진씨가 바람폈어?
준표 : 아아뇨.. 이 녀석은 바람 필 주제도 못돼요.
미연 : (은호를 보며) 니가 돈을 막 썼어?
지호 : 울언니가? 얼마나 짠데....
미연 : (동진을 힐끗 보며 은호에게) 때렸어?
은호 : 아아니.... 얍삽하고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에다가 가끔 재수없고, 남의 속을 긁어대긴 해도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아니야.
저게 칭찬이야 욕이야 쳐다보는 동진.
은호 : 성격 차이야. 더 이상 같이 살다가는 진짜 꼴보기 싫어지겠다 싶어서 그래서 헤어졌어.
미연 : (납득한다) 그렇구나..... 둘 다 끝장을 안 봐서, 바닥을 안 쳐서 미련이 남은거야.
그럴지도.... 은호와 동진의 시선이 잠깐 엇갈린다.
준표의 핸드폰이 울린다. ‘누구야?’ 궁시렁 거리면서 조용히 전화 받는 준표.
‘예정일 남았잖아? 김선생님은’ 이런 말들이 오간다.
미연 : (현중에게) 당신은 우리 은호한테 무슨 생각인거예요?
현중 : 저요? 뭐 이런 자리에서 말하긴 쑥스럽지만.... 물으시니 성심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준표. 전화를 끊으며 ‘애받으러 오랜다’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데
현중 :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은호씨를 진지하게 사귀고 싶습니다. 결혼을 전제루요.
-맥주를 마시던 동진이 큭! 기침을 한다.
지갑을 꺼내던 준표가 돌아본다.
마지막까지 안주를 탐하던 어지간한 지호도 놀란다.
각각의 반응들 스틸 잡히는데.
미연이 앞으로 쓰러진다.
S#11. 준표의 차(밤)
준표가 운전 중이다.
지호가 조수석에 앉았다.
지호 : 중요한 순간에 이게 뭐야? 왜 나까지 가야 되는데...
준표 : 페어플레이....
지호 : (아깝다) 한참 재밌어지는데...
준표 : 그 태도가 문제야. 넌 재미를 위해 상황을 더 꼬을 놈이야. 안심이 안돼.
(하다가) 아. 나야말로 그 자리에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되고 있을까?
S#12. 숲 앞(밤)
미연이 길가 적당한 곳에 앉아있다.
고개를 가누지 못하는 미연은 은호가 잡고 있다.
현중이 택시를 잡는다.
어정쩡하게 서 있던 동진이 은호쪽으로 슬금슬금 온다.
동진 : 소감이 어때?
은호 : 뭐가?
동진 : 진지하게 사귀고 싶대잖아. 저 젊은이가. 결혼을 전제로?
은호 : .....
동진 : (묻는 투가 기분 나쁘다) 기분이 어떠셔?
은호 : (동진을 떠보듯) 나쁘진 않아. 젊은 남자가 나 좋다는데... 고맙지 뭐.
동진 : (중얼댄다) 좋으시겠지. 찬밥 더운밥 가릴 때도 아니고?
은호, 동진을 째려본다.
동진 : 그래서 어쩔건데? 진지하게 사귈거야. 결혼을 전제로.
은호 : 그 대답을 왜 당신한테 해야되는데? 웃겨.
(현중) : 은호씨!!
현중이 택시를 잡고 은호를 부른다.
은호가 미연을 부축해서 일으키는데 미연 정신을 못 차린다.
동진 :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나도 별로 안 궁금해. (은호를 밀어내며) 이렇게 해봐.
동진이 미연을 안아서 택시에 싣는다.
동진에게 밀려 잠깐 비틀하는 은호. 어이없다.
미연을 태운 동진이 은호를 돌아본다.
동진 : 같이 안가?
은호 : 당신이 잘 챙기는데 뭐. 난 뒤차 탈게. 부탁해.
은호가 현중이 잡은 또 한대의 택시로 향한다.
은호, 동진의 시선을 의식하며 택시문을 잡아주는 현중에게 환하게 웃어 보인다.
동진. 열 받아서 택시문을 힘껏 닫는다.
택시기사가 동진을 슬쩍 쳐다본다.
동진의 차가 출발한다.
S#13. 은호의 택시(밤)
은호와 현중을 태운 택시도 출발한다.
은호, 앞에 달리는 동진의 택시를 노려본다.
(은호) : 그럴 땐 기운이 샘 솟지? 수박 하나 들고도 낑낑대던 주제에....
S#14. 동진의 택시(밤)
동진이 룸미러로 뒤에 따라오는 은호의 택시를 노려본다.
(동진) : 젊은 남자가 좋아해주니 고마워? 100프로 원단 아줌마같으니라구.
신호에 걸리는 동진의 택시. 뒤에 멈춰서는 은호의 택시.
끄덕대던 미연의 머리가 동진의 어깨에 툭 떨어진다.
S#15. 은호의 택시(밤)
미연의 머리가 동진의 어깨에 기대어지는 걸 보는 은호.
(은호) : 아이고 좋은셔라...
S#16. 동진의 택시(밤)
신호 바뀌고, 출발하는 두 대의 택시.
동진, 미연의 머리를 받치고 있는 어깨가 불편하다.
동진, 못마땅하게 미연을 쳐다본다.
S#17. 은호의 택시(밤)
동진의 등을 노려보는 은호.
(은호) : 꼼짝을 안 하시는구만.
은호, 고개를 외면한다.
현중 : 취했으면 기대요.
은호 : 나 술 쎄요.
S#18. 거리(밤)
연이어 달리는 두 대의 택시.
두 번이나 신호에 걸려 멈춘다.
은호, 화가 가라앉으며 쓸쓸한 생각이 든다.
S#19. 은호의 택시(밤)
앞의 택시가 좌회전 깜박이를 넣으면서 왼쪽으로 빠진다.
가만히 안도의 숨을 쉬는 은호.
그러나 이번엔 옆에 나란히 서게 된다.
유리창 두 개를 사이에 두고 은호가 동진을 바라보다가
동진이 고개를 돌리자 정면을 향한다.
고집스럽게 앞을 보는 은호.
동시 신호가 떨어진다.
택시 두 대가 출발한다.
은호의 시선이 그제야 동진쪽으로 향한다.
잠깐 엇갈리는 두 사람의 시선.
차의 방향이 갈라짐으로 인하여 두 사람의 시선이 멀어진다.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은호의 한숨.
유리창에 하얀 김이 끼었다가 사라진다.
S#20. 동진의 택시 안(밤)
동진의 표정도 어둡다.
익숙한 음악이 흐른다.
우울한 와중에도 동진.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갈 길이 달랐다. 예정된 시간표대로 떠나야했다’
슬로우 버전으로 녹음된 송대관의 ‘차표한장’
동진 : (문득 깨닫고는) 아저씨. 그거 좀 끄죠.
노래가 사라진다.
끙....괴로운 소리를 내며 미연이 눈을 뜬다.
동진 : 왜요?
S#21. 거리(밤)
택시에서 튕겨 나온 미연이 길 옆 나무 밑에서 토한다.
동진이 돈을 건네면서 몇 번이나 기사에게 고개를 숙인다.
기사의 마땅찮은 얼굴로 봐서 차에도 토했나보다.
S#22. 빌라 옆 거리(밤)
미연을 업고 가는 동진. 땀이 난다.
동진 : (헉헉대면서 중얼대는) 업혀갈거면....모피같은 건....실례잖아....
가벼운....천연소재가....얼마나 많다구....
동진이 빌라 입구로 들어간다.
S#23. 현관 앞(밤)
동진이 현관의 비밀번호 숫자를 누른다.
‘잘못 누르셨습니다.’..... 동진, 울컥한다.
미연이 벽에 기대 앉아 있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동진 : (미연을 흔들며) 이봐요. 김미연씨..... 정신 차려요. 몇 번이냐구요?.....번호요. 번호.
미연 : (눈도 못 뜨고).....7174
동진 : 7174아니래잖아요. 버리고 갈수도 없고. (하다가).....3인가...
동진. 7173을 누르려고 하는데 문이 열린다.
부딪치기 직전 피하는 동진.
은솔이 빤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동진, 미연에게 아이가 있다는 걸 몰랐기에 당황한다.
잘못 찾았나 호수를 확인하는데.....
은솔 : 엄마!!
S#24. 미연의 집 침실(밤)
동진이 미연을 안고 들어온다.
던지듯 침대에 놓는다.
치마가 올라간 허벅지.
치마를 내려주려는데
은솔이 미연의 핸드백을 들고 들어온다.
동진. 변명하려고 하는데
못 본 척 미연의 핸드백을 내려놓고 나간다.
동진, 은솔의 무관심이 더 뜨악하다.
동진 : 뭐라고 반응을 해야 내가 변명을 하지. (치마를 내려주면서) 얘 참 과묵하네...
S#25. 미연의 집 거실(밤)
동진이 침실 문을 닫아주고 나온다.
잘사는 집의 가구들...
넓은 평수.
동진 : 물 좀 먹을 수 있을까?
은솔이 정수기를 가리킨다.
동진이 물을 따라 마신다.
동진 : 엄마 기다리느라고 안 잤니?
은솔 : 아뇨.
거실 테이블에 테이프, 본드, 풀 같은게 널려있다.
동진 : 숙제하고 있었구나.
은솔 : 아뇨.
은솔의 단답형 대답,
물을 다 마신 동진이 현관으로 향한다.
신발을 신으려고 하는데,
은솔이 어쩐지 초조해하는 것 같다. 동진을 힐끗 쳐다보기도 하고.
동진 : 나한테 할 말 있어?
은솔이 손가락에 말라붙은 풀을 떼어내면서 동진을 슬쩍 본다.
S#26. 미연의 집 침실(밤)
갈증 때문에 눈을 뜬 미연.
옷 위로 브래지어를 풀른다.
여기가 어딘가 확인하고는...
기다시피 문을 여는데 밖에서 들리는 소리.
(동진) : 풀을 많이 바르면 옆으로 삐어져 나오거든. 적당히가 중요해, 적당히....
미연이 고개만 내밀고 본다.
동진이 책을 붙이고 있다. 은솔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미연, 침실 벽에 기대 앉는다.
(동진) : 뭐든 마찬가지야. 노는 것도 적당히. 술도 적당히..... 공부도 적당히....? 그건 아니고....
미연 배시시 웃는다.
S#27. 미연의 집 거실(밤)
동진이 동화책의 접착부분에 힘을 주고 있다.
동진 : 풀이 마를 때까지 누르고 있어야 되거든. 움직이지 않게. 이쪽은 니가 눌러. 움직이면 큰일 나. 알았지?
동진의 너스레에 은솔, 스윽 한번 쳐다볼 뿐 대꾸없다.
동진, 머쓱해진다.
동진 : 엄마가 취해서 화났니? 술은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금방 취했네.
은솔 : 술먹어서 취한게 아니라 속상해서 취한거예요.
동진 : (움찔한다).....너 몇 살이냐?
은솔 : 여섯 살요.
동진, 어이없어서 시선을 돌리다가 테이블 밑의 책을 발견한다. ‘조재문의 집’
표지의 저자 얼굴에 잔뜩 낙서가 되어있다.
동진 : (약점을 잡았다는 듯) 여섯 살은 여섯 살이네. 책에 낙서하면 안되지
은솔 : (슬쩍 쳐다보고는) 내가 그런 거 아니예요.
동진 : 거짓말까지...... 그럼 엄마가 그랬단 말야?
은솔 : (딴데 보면서) 그거 우리 아빠예요.
동진, 또 주춤한다.
S#28. 미연의 집 침실(밤)
미연이 벽에 기대 있다가 미끄러진 자세로 잠들었다.
(F.O)
S#29. 미연의 집 침실(아침)
유치원 가방을 맨 은솔이 신발을 신고 있다.
세수도 못한 미연이 배웅한다.
미연 : 아침은?
은솔 : 우유랑 빵 먹었어.
미연 : (쭈그리고 앉으며) 엄마 좀 안아주고 가라.
에이참....은솔이 미연을 안아준다.
미연 : 더 꼬옥!
은솔이 미연의 목을 감을 손에 힘을 준다.
미연도 ‘으으윽’소리가 날 정도로 은솔을 꼭 안는다.
미연 : 속상하지. 이런 엄마라서....
은솔 : .....버스 놓치겠네.
미연이 손을 풀어준다.
은솔이 문밖으로 나가 문을 닫으려다가 다시 잡는다.
은솔 : (발끝을 보면서) 어제 그 아저씨.... 엄마 애인이야?
미연 : (미소 짓는다) 아니야
은솔, 작게 실망한다.
은솔 : 그 아저씨가 엄마한테 편지 써놨어.
은솔이 문을 닫는다.
(점프)
‘조재문의 집’ 사이에 있는 편지를 미연이 빼서 편다.
‘잃어버린 거 없나 확인하시구요. 코트는 세탁하셔야 할겁니다.
참견하는거 같지만, 아이 앞에서 아버지를 부정하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연이 소파에 기대앉는다.
낙서가 된 책의 겉표지 사진을 본다.
물끄러미.....
S#30. 서점 사무실(낮)
‘조재문의 집’이란 책을 보는 동진.
재범이 남자 중학생을 끌고 들어온다.
동진. 책을 덮는다.
동진 : 뭐야?
재범 : 무슨 일이겠어요.
남학생, 반항기가 뚝뚝 흐른다.
지가 알아서 의자를 찾아 앉은 후 딴데 본다.
동진 : 무슨 책 훔쳤어?
재범이 책을 던져 놓는다. ‘韓國 文學 ??入門’
동진, 벙벙한 얼굴로 재범을 본다.
재범도 으쓱한다.
동진 : 읽을라고 훔쳤냐?
남학생 : 똥 닦을라구요.
동진 : (조심스럽게) 혹시 니네 엄마나 아빠가 쓴 책이냐?
남학생 : 미쳤어요. 그 양반들이 책을 쓰게?
물러나 앉는 동진.
동진 : 집 전화번호?
남학생 : 엄마집요? 아빠집요?
전화기를 잡으려던 동진. 남학생을 돌아본다.
동진 : 니가 지금 그러니까......엄마아빠가 이혼했다고 반항하는거지?
나 좀 봐주세요. 이러면서..... 내가 잘못되면 엄마 아빠가 속 좀 쓰리겠지? 그런거냐?
일부러 삐뚤어져 보겠다? (책을 들어 머리를 툭 때린다) 이런.
남학생 : 아이씨... 왜 때려요.
동진 : 얏마. 너 몇 살이냐? (재범에게) 얘 몇 살이야?
재범 : 중 2던데요
동진 : 이런 찌질한 놈. 니가 얘냐? 요즘은 여섯 살짜리도 안 그러더라.
너 야동도 보고, 야사도 보고 그러지? 성인 사이트도 들락거리고 그러지?
그럴 때만 어른인척 하지 말고 엄마아빠한테서 졸업을 햇마.
남학생 : (퉁퉁대는) 그런거 아니예요
동진 : 아니긴 뭘 아냐. 니 인생 니가 살어.
남학생. 툴툴댄다.
나가는 동진을 보며 재범, 저 인간이 오늘 왜 저래 싶다.
S#31. 패밀리 레스토랑(저녁)
네 살쯤 먹은 남자아기와 부모가 식사 중이다.
은호가 그들을 보며 슬쩍 미소 짓는다.
(현중) : 일찍 왔네요?
은호 : 지난번 현중씨 말에 대답을 해얄 것 같아서요.
현중 : 잠깐만요. 빈속에 들어도 되는 말인가요?
은호 : (피식 웃는다) 현중씨 하는 말은 다 장난같아서.... 현중씨가 나 좋아한다는 것도
장난인줄 알고 무시했는데, 지난번 호텔 옥상에서도 그렇고.
현중씨도 나름대로 진지하다는 걸 알았어요.
은호, 심호흡 한번 한다.
은호 : 그렇지만 나는 현중씨와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현중 : 거봐요. 빈속에 들었더니 멀미 나잖아요. 아 울렁거려.
은호 : 미안해요
현중 : 이동진씨 때문입니까?
은호 : ...
현중 : 이동진씨랑 다시 시작할 겁니까?
은호 : 그런 건 아니예요. 그냥 내가 맺고 끊는 걸 못해서 시간이 걸리는 거예요.
현중 : 날 이용해봐요.
은호 : ?
현중 : 이동진씨를 잊는데 날 이용해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남자는 남자로 잊는거 거든요.
은호 : 그렇게 할 순 없어요.
현중 : 나한테 미안해서요?
은호 : ....
현중 : 걱정 말아요. 내 감정도 순수하지만은 않으니까...
은호가 쳐다보자 현중이 웃는다.
S#32. 호텔 직원용 엘리베이터(낮)
현중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타고 있던 동료직원과 눈인사를 한다.
동료직원 : (작은소리로) 외식부에서 이번에 일곱 명이나 짤렸대.
현중 : 왜?
동료직원 : 납품건때문에...
현중 : 짤렸대?
동료직원 : 감봉 정도로 끝날 줄 알았는데... 우리 사장이 생긴 건 안 그런대 독한가봐.
현중 : 생긴게 뭐 안 그래? 독하게 생겼지. 눈 봐라. 질리지 않냐?
(소리) : 거기 누구야?
현중과 동료직원이 소리나는 쪽을 쳐다본다.
사람들 사이로 30대의 남자직원이 둘을 쏘아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40대 남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50대의 여자가 내린다.
동료직원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닫히는 문을 잡고.
여자 : (현중의 가슴쪽 이름표를 힐끗 내려다본다) 민현중씨.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내 방으로 와요.
여자를 따라가며 40대의 남자가 현중과 동료직원을 책망하듯 쳐다본다.
S#33. 사장실(낮)
대표이사 박자은이란 이름패.
박사장이 보고서를 읽고 있다.
노크소리와 함께 현중이 들어온다.
현중이 열중쉬엇 자세로 책상 앞에 선다.
박사장이 고개를 들고 현중을 본다.
현중 : 잘못했습니다.
박사장 : 뭐를?
현중 : 사장님이 뒤에 계신 줄 몰랐습니다.
박사장 : 없는데서는 욕해도 된다는 말인가?
현중 : ....네.
박사장 : (픽 웃는다) 오병철 대표가 언제 저녁 먹자고 연락왔다.
현중 : 같이 밥먹을 사람이 없답니까?
박사장 : 그 딸이랑 같이.
현중 : 기업간의 인수합병에 아들을 이용할 생각이시군요?
박사장 : 안될 건 뭐냐?
현중 : 난 결혼하고 싶은 여자 있습니다.
박사장이 현중을 본다.
현중은 열중쉬엇 자세다.
박사장 : 결혼하고 싶은 여자냐? 좋아하는 여자냐?
현중 : 결혼하고 싶은 여잡니다.
박사장 : (웃는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줄려고 자신을 찌르는 짓은 바보도 안 해.
현중 : (따라 웃는다) 바보 이한가 부죠.
그들 모자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라 치고 받고가 빠르다.
S#34. 준표의 병원 앞(저녁)
산책 중이던 남자환자의 고개가 자석에 끌리듯 돌아간다.
완벽하게 차려 입은 지호가 경쾌하게 걸어간다.
S#35. 준표의 진료실(저녁)
준표가 문 앞에 서서 마인트 콘트롤 중이다.
준표 : (중얼대는) 안 된다고 하지 마라. 해야 한다는 것만 믿어라.
(심호흡한다) 걱정할 것 없어....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을거야.
준표. 문에 머리를 콩콩 박아가며 마음을 다잡는다.
겨우, 결심을 굳히고 심호흡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준표의 얼굴을 때린다.
지호가 들어온다.
지호 : 다쳤어요?
준표 : (고통을 삼키며) 너 뭐야? 아우.... 왜 왔어?
지호 : 에? 상담실에 티오 났다고 소개시켜 준댔잖아요?
준표 : (아프다) 오늘이야? 좀 기다려. 애부터 받고. 아이.... 겨우 마음 잡았는데....
준표, 다시 심호흡한다.
지호 : 그래서 되요?
지호, 준표의 진찰복 바지벨트부분을 잡고, 복서에게 하듯 삼호흡을 시킨다.
지호 : 숨을 크게 크게 쉬어봐요.
준표 : 너무 잡아당기는 거 아니냐? (시키는 대로 한다)
지호 : 정신이 아득해진다 싶을 때는 심호흡하면서 속으로 숫자를 세요.
100부터 3씩 빼 나가는 거예요. 100.97.94.....알았죠? (준표 등을 탁 차며) 자. 파이팅!
너무 세게 친 듯, 준표, 등을 문지르며 나간다.
진료실에 혼자 안은 지호. 책상에 나와있는 앨범을 본다. 넘겨본다.
준표가 이제까지 받은 아기와 산모. 가족등과 찍은 사진이다.
후루룩 후루룩 넘겨보는 지호.
S#36. 은호의 집 거실(밤)
은호가 잼이 든 유리병을 열려고 애를 쓴다.
오른손으로도 열어보고, 왼손으로도 열어보고, 다리 사이에 끼고 힘을 줘 보기도 하고, 아무리 해도 안 열린다.
병을 던지듯 내려놓는 은호
(은호) : 이래서 남자가 필요해, 남자가....
은호, 맨 식빵을 베어먹다가 미련을 못 버리고 유리병을 열어보려고 애를 쓴다.
초인종 소리...
S#37. 현관(밤)
(은호) : 지호니?
문을 열자 초밥상자가 디밀어진다.
미연이가 은솔이와 함께 현관 앞에 서 있다.
미연 : 저녁 먹었니? 초밥 사왔는데....
S#38. 거실(밤)
투니버스 만화채널.
은솔이는 튀김을 멋으며 만화를 본다.
은호와 미연이 앉아 초밥을 먹는다.
미연 : 형광등 갈 때도 생각나. 그거 은근히 힘들다.
은호 : 맞어. 베란다 문짝 안 닫힐때.... 그 때도 남자 생각나.
미연 : 여름에 공포물 많이 하잖아. 난 그때 가장 많이 나. 등 뒤가 무섭잖아.
남자가 등 뒤에서 안아주면 딱 좋잖아.
은호, 은솔이를 신경쓰며 피식 웃는다.
미연 : 어렸을 땐 무서우면 아빠가 안아서 재워줬는데... 우리 아빠 기억나?
은호 : 조금...
미연 : 되게 못 생겼었지? 삐쩍 마르고. 나이도 많고.
은호 : 그랬나?
미연 : (아무렇지도 않게) 나중에 알았는데 그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었대.
은호 : .....?
미연 : 어쩐지 나랑 하나도 안 닮았다 싶었어.
은호 : 너 되게 이뻐했었던 것 같은데.
미연 : 날 때부터 남자관계가 복잡한거지.
은호 : ....
미연 : 아홉명이더라구.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진지하게 사귄 남자가....
그중에는 제대로 된 남자도 있었고, 안 그런 남자도 있었고. 상처도 많이 받고....주기도 했겠지?
질릴만도 한데 난 아직도 남자가 좋아. 넌?
은호 : 난....그냥 뭐,...
미연 : 아마 아빠 덕분일거야. 내가 남자를 미워하지 않은 건. 친딸이 아닌걸 알면서도 날 사랑해줬으니까...
은호 : 아빠한테 사랑받은 딸이 연애도 잘하고 잘 산대잖어.
미연 : 그래서 나도 우리 솔이한테 그런 아빠를 만들어주려고.
은호 : (별 의미없이) 그래야지.
미연 : 그래서 말인데.....은호야, 나 진심으로 동진씨랑 사겨볼까 해
바닥에 떨어진 걸 주으려던 은호, 그래도 숨을 멈춘다.
S#39. 서점 사무실(밤)
동진이 재채기를 한다.
야식을 먹던 재범, 정화, 진명, 미화, 각장 그릇을 들고 싹 피한다.
테이블이 텅 비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재범 : (타박한다) 팀장님...
동진 : (코를 훌쩍이면서) 미안.....또 누가 내 칭찬하나봐.
진명 : 갱년기 조울증에 식탁매너 꽝이라구요.
동진 : 인사고과 계절은 돌아오고......
진명. 얼른 휴지를 뽑아 바친다.
S#40. 은호의 빌라 주차장(밤)
미연이 잠든 은솔을 차에 태운다.
은호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미연의 차가 멀어진다.
돌아서는 은호의 얼굴이 우울해 보인다.
S#41. 준표의 진표실(밤)
축 처진 준표가 들어온다.
책상 앞에 앉은 지호가 준표를 올려다본다.
준표 :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
지호 : 나 알았어요.
준표 : 뭘?
지호 : 닥터공이 왜 우리 언니랑 형부를 다시 엮으려고 하는지.
준표 : ....
지호 : 닥터공이 왜 갑작스런 분만공포증에 시달리는지....
준표, 말없이 지호를 본다.
지호가 앨범을 가리킨다.
마지막 사진 ‘2002년 1월 2일. 산모 박연숙. 아들 이강규’라는 메모.
지호 : (옆에 빈칸을 가리키며) 원래 이 자리에는 우리 언니랑 동이를 찍은 사진이 있어야 되는거였어요. 그쵸?
준표 : ....
지호 : 닥터공 보기보다 섬세하네요.
준표 : (중얼댄다) 보기도 섬세하지 뭐.
지호 : (앨범의 빈칸에 사각형을 그려 보이며) 제대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걸.
소리 선행한다.
(유기영) : 아이 때문이라구요?
S#42. 스튜디오(밤)
심야의 상담코너 ‘목사님. 목사님, 우리 목사님’이 방송 중이다.
(은호) : (씩씩한 목소리로) 글세 말예여. 아이 때문에 내 전남편이랑 진지하게 사겨보겠데여.
S#43. 은호의 거실(밤)
은호가 전화기를 들고 상담 중이다.
식탁등에만 불이 들어와있다.
(유기영) : 그래서 h양은 뭐라고 그랬습니까?
은호 : 하하하 맘대로 해라. 이젠 내꺼 아냐.... 뭐 그런 식으로...
S#44. 은호의 거실-스튜디오(밤)
유기영 : 진심입니까?
은호 : (툭툭 던지듯) 아우.... 모르겠어요. 나도 내 속이 어떤 건지....
유기영 : 사실은 안 된다고 하고 싶었던거 아닙니까?
은호 : 뭐 어쩌면...
유기영 : 지금이라도 취소하세요.
은호 : 안돼요. 싫어요. 못해요. 아이 때문이라는데 어떻게 그래요
S#45. 스튜디오(밤)
유기영 : h양? 충주사는 h양. 잘 들으세요. 사랑은 이기적인 겁니다.
내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행복 따위 진심으로 바랄 수가 없는겁니다. 아시겠어요.
S#46. 은호의 집 거실(밤)
은호가 전화기를 보면서....
은호 : (좀 전 통화하는 목소리로) 그러고도 당신이 하나님의 종이야?
사랑이 어떻게 이기적이냐? 퍼주는게 사랑이지. 순 사이비 주제에..... 앞뒤가 안 맞잖아요.
은호.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S#47. 은호의 집 침실(밤)
은호가 침대 밑에서 박스를 꺼낸다.
안 쓰는 잡동사니가 들어있는 박스.
아래쪽에서 아기수첩을 꺼낸다.
아기수첩 안에 태아의 초음파 사진.
침대에 앉아서 은호가 초음파 사진을 오래도록 본다.
S#48. 준표의 차 안(밤)
준표가 운전 중이고 지호가 조수석에 앉아있다.
지호 : 지난번에 언니가 한 말....더 이상 미워지기 전에 헤어졌다는거 그건 진심일거예요.
준표 : 더 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아직 애정이야.
지호 : 남의 애기 길게 하고 싶지 않은데...
준표 : 지금까지 했으면서....
지호 : 언니랑 형부가 헤어진 건 아기를 사산했기 때문이 아니예요. 그 날 밤 형부가 보여준 그 태도 떄문이죠.
어떻게 언니를 혼자 두고 야근을 하러 가요?
준표 : 그건...(뭔가를 말하려다가 참는다)
지호 : 그건 뭐요? 일생이 쿨한 나도 그 생각만 하면 울컥 하는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빠?
S#49. 목사관(밤)
은호와 지호의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 앞에서 전화 받는 남자의 모습이 가슴까지 보여진다.
(지호) : 면접요.... 일이 생겨서 다음으로 옮겨졌어요.
액자를 집어드는 남자.
액자를 따라 카메라 틸업하면 전화통화하는 사람은 유기영이다.
유기영 : 이런 헛고생했네... 새벽까지 기도했는데... 니 언니두 별일없지? ......너무 늦게 다니지 말고.
S#50. 은호의 집 거실(밤)
지호가 들어온다.
침실문을 연다.
S#51. 은호의 집 침실(밤)
지호가 들어온다.
잠든 은호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잠옷을 찾는다.
거실에서 새들어오는 불빛.
화면을 향해 누은 은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초음파 사진을 쥔 손!!
지호가 문을 닫으면 다시 어두워진다.
(f.o)
S#52. 던킨 도넛츠(낮)
은호가 바에 앉아 커피와 도넛츠를 먹고 있다.
동진이 옆자리에 앉는다.
은호가 흘깃 본다.
동진 : 이젠 인사도 안 하냐?
은호 : 넥타이 색깔 눈에 확 띄네
동진 : 그래?
은호 : 눈부시게 촌스러워.
동진 : 좀 그렇지? 니가 사준 거잖아.
동진. 도넛츠를 만족스럽게 한입 베 먹는다.
은호 : 별일 없었어?
동진 : 별일 무슨 일?
은호 : 그냥 이것저것 별일
동진 : 별일 있었으면 좋겠냐?
은호 : 생리해? 배배 꼬였네.
동진 : 너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니가 소개해준 그 여자. 애엄마더라.
은호 : (동진을 쳐다보다)
동진 : (은호의 반응이 너무 즉각적이라) 애엄마더라구.
은호 : 그래.
동진 : 애엄마를 소개해주냐?
은호 : 가정적인 여자가 좋다며. 잘되면 곧바로 3인가족이잖아.
동진 : 왜? 부잣집 맏며느리를 소개해주지. 곧바로 대가족되게.
은호. 잠깐 딴청피다가...
은호 : 미연이한테서는 별일 없어?
동진 : 별일 무슨 일?
은호 : 됐어.
커피를 마시는 은호를 동진이 쳐다본다.
S#53. 수영장(아침)
모자 수영반 강습 중이다.
아이들의 허리에 부표(?)를 묶고 수영하는 걸 엄마들이 잡아준다.
사이 사이 은호가 미연을 바라본다.
미연은 평소처럼 잘 웃고 소란스럽다.
은호와 시선이 마주치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받는다.
은호만이 어색하다.
S#54. 휴게실(낮)
은호가 어딘가를 보고 있다.
먼저 씻고 나온 인솔이 엄마를 기다리는 중이다.
시선을 느끼고 은솔이 돌아본다.
은호가 웃지만 은솔은 웃지 않는다.
은솔 : 왜요?
은호 : 솔이는 웃으면 이쁠텐데.....잘 안 웃네?
은솔 : 웃으면 얼굴이 이상해져요.
은호 : 웃어서 이상한 얼굴은 없어.
은솔 : 난 그래요...
은솔이 의자에서 일어난다.
미연이 나온다.
멀어지는 은솔과 미연을 은호가 한참 쳐다본다.
S#55. 동진의 집 침실(밤)
바닥에 얼룩
동진이 칙칙 스프레이로 물을 뿌린 다음 휴지로 닦아낸다.
S#56. 침실(밤)
동진이 알람을 맞춘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동진) : 이유없이 불안 할 때가 있다.
S#57. 동진의 집 거실(아침)
출근시간.
양말을 신는 동진.
다 신고보니 왼쪽 엄지 발가락 쪽에 구멍이 났다.
동진. 오른쪽 양말과 왼쪽 양말을 바꿔 신는다.
(동진) : 늘 맞이하는 아침인데도 어디선가 느껴지는 이질감.
S#58. 버스 안(아침)
동진이 자고 있다.
문득 일어나 창 밖을 본다.
스포츠 클럽 앞에 주차된 은호의 빨간 자전거.
(동진) : 변한 건 없는데도 뭔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
S#59. 서점(아침)
동진이 지나가는 재범에게 뭔가 물으려다가 관둔다.
재범, 가버린다.
동진, 뭔가 석연찮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다.
(동진) : 이유없이 불안할 때가 있다.
S#60. 동진의 집 침실(밤)
동진이 알람을 맞춘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다시 불을 켜고 주위를 둘러본다.
다시 불을 끈다.
(동진) : 그것은 미래가 보내는 경고.
S#61. 동진의 집 침실(아침)
시계바늘이 알람 바늘과 겹쳐지는 순간.
막 알람이 울리기 직전 동진이 일어난다.
S#62. 동진의 집 거실(아침)
동진이 이빨을 닦는다.
무심코 베란다를 본다.
(동진) : 이미 퇴화한 인간의 예지력이 보내는 메시지. ‘너의 일상이 무너지려 해.’
창문 밖.
사다리차가 이삿짐을 옮긴다.
미연이 서성이다가 동진을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동진의 입에서 치약거품이 보글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