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나의 글쓰기
나는 거의 매일 잡문 같은 글을 끼적인다. 그리고 그 글들을 블로그에 올린다. 여행 이야기를 올리기도 하고 독후감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읽어봐도 단번에 잡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내 블로그를 찾는 사람도 별로 없다.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방문하다보면 정말 멋지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놀란다. 부럽기까지 하다. 글을 잘 쓰는 비결 같은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밀리의 서재>에서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자전적 에세이 쓰기 A to Z』라는 책이다.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내가 글을 쓴다고 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 너머로 이야기를 확장할 재간이 나에게는 없다.
내 삶의 이야기라면 나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문제는 일기와 자전적 에세이를 분명하게 구별만 하면 될 듯하다. 일기를 전부 모아놓으면 그게 자전적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둘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자전적 서사에는 내면의 변화 과정과 자신이 배운 교훈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기는 보통 일어난 일을 기록하지만 서사는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서술한다. 물론 일기를 참고해 세부적인 내용을 채우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사적인 기록을 재료 삼아 더 높은 차원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기의 개인적인 기록을 자전적 에세이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아마도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지금까지 블로그에 올려놓았던 많은 글들을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다.
나. 왜 쓰는가?
’자전적 이야기를 왜 쓰는가‘ 라는 물음은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글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의 아들은 생후 9개월에 당뇨병, 스물두 살이 되던 해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으며, 서른여덟 살이 되던 해에 삶을 마감했다.
그 16년간 아픈 아들을 간병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 저자가 그 경험을 사례로 곁들여 ‘자전적 에세이’를 썼다. 아들을 간병하는 동안 저자에게 꼭 필요했던 책은 이 세상에 단 한권도 없었다는 사실에서 스스로 책을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쓰는 이유가 분명할 때 글은 보다 분명해진다.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지, 그도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것을 위한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3자적 관점에서 들어갈 글을 써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글 소재를 정하고 글쓰기가 시작되면 자기에게 딱 맞는 처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를 확 사로잡을 처음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른바 감정의 혀끝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며, 발상을 전환하고 진실을 쓰고 싶다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진실을 쓰라고 조언한다.
나. 무엇을 쓰는가?
무엇을 쓸 것인가는 자전적 에세이를 쓰기로 작정한 이상 고민거리임이 분명하다. 여기서 저자는 글을 쓰는 대신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바로 그것에 대해 쓰라고 한다. 그것이 글의 단서일 것이고 아울러 어깨에 글을 쓸 때는 힘을 빼라는 말이다.
지금 방청소를 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에는 글을 쓰지 못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바로 그것에 대해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작을 하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라고 한다. 초고를 완성한 뒤에야 진짜 작업을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게 행동한 경험에 대해 쓰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특히 경험은 삶이 살짝 흔들린 정도가 아니라 온전히 뒤흔들렸다고 할 만큼 충격을 받은 사건에 대해 쓰라고 한다.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면 완전히 뒤흔들려야 하고 그러면 글은 깊어진다.
다. 어떻게 쓰는가?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써보자. 교사들이 다르게 학습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연구하듯 글을 쓰려면 독자들을 위해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 운이 좋다면 다르게 바꿔 쓰는 과정에서 자신이 관점도 바뀔 수 있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려면 생각 하나, 핵심 주제 하나, 견해 하나를 다르게 바꿔가며, 저자는 다섯 번은 다시 쓰라고 조언한다. 뭔가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싶지만, 일단 스스로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모든 사람이 스토리텔링 재능을 타고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같은 주제의 글을 두 번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 쓸 때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지 말고 빙빙 돌려 말하면서 쓸데없는 내용을 계속 덧붙여본다 그다음 글에서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때 묘사하는 대상을 최대한 많은 감각을 통해 느끼도록 생생하게 써야 한다.
인생을 바꾼 통찰 또는 인생을 바꿀 많나 통찰에 대해 쓰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어떤 행위에 대해 강한 집념을 보였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을 수도 있다. 또는 다른 이유로라도 말이다.
때로는 우리의 무언가가 부서질 때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삶은 아무도 모르게 흐르지 않는다. 삶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쓸려간다. 때로는 태풍처럼 몰려와 모든 것을 부셔버리고 날려버리기도 한다. 자전적 에세이는 삶에 관한 이야기다. 삶은 늘 단순하거나 순조롭지 않다.
때로는 평화롭고 달콤한 곳에 있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멱살을 잡혀서는 준비되지 않은 현실로 내동댕이쳐질 수도 있다. 갑자기 부도가 났을 수도, 또는 가족 중 누군가에게서 사고가 났을 수도, 병이 생겼을 수도, 화재가 났을 수도, 로또가 당첨이 되었을 수도 있다.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한 통의 전화 통화일 수도 있다. 또는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괜찮았는데 눈 깜짝할 새에 엉망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것 역시 글쓰기 좋은 소재이다. 또는 우연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라. 습작하기
자전적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사전에 일기를 쓰는 것이다. 자신만이 여정을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을 곱씹고 글로 쓰고 치유할 수 있다. 일기에는 날짜를 꼭 기입하라. 일기장의 글을 확장하는 것이 자전적 에세이 쓰기다.
사실만 쓴다면 그것은 자전적 에세이가 아니라 저널리즘이 된다. 자전적 에세이의 특히 중요한 점은 사실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그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사실을 뼈대로 하되, 충분한 감정이 실려야 한다.
습작을 위해 신문기사 하나를 골라 사적인 에세이로 바꾸어 보는 것도 자전적 에세이 쓰기에 도움이 된다. 고독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짧은 글을 써본다. 고독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사회로 돌아가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에 대해서도 써본다.
살면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성공들이 있다. 내게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해서 완주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도 이틀에 한 번꼴로 10킬로미터를 달린다. 어쩌면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는 귀한 경험들이다.
개인적인 서사를 엮은 에세이도 자전적 에세이의 형식으로 적합하다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형식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글이라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주제라도 좋으니 주제를 정하고 에세이를 써보는 것도 좋다.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자전적 에세이의 소재일 것이다. 고통스러운 부분을 건너뛰려 할 것이 아니라 글로 승화시킨다면 고통은 덜어질 것이다. 일석이조임이 분명하다. 일단 글을 쓰고나면 퇴고를 하게 된다.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어깨에 잔뜩 힘들 주고 잘 쓰기보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각 부분마다 저자의 에세이를 사례로 제시해 놓고 있어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유용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