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텃밭농사 이야기(2)
2021년 7월 31일
음력 辛丑年 유월 스무이튿날
어느새 7월도 마지막 날이다.
이 한여름에 촌부는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을까?
요즘같은 여름날에는 이른 아침 5시반에 기상을
한다. 아내는 걷기운동을 나가고 촌부는 밭으로
나간다. 이 아침시간이 일하기에는 능률적이면서
효율적이라서 좋다. 근래 폭염으로 낮에는 밭일을
못한다. 아니 안한다. 안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고작 텃밭농사 조금 짓고 있을 뿐인데 이 시기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는 폭염 이어져서 뙤약볕에 나가
일을 해야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랄같은 성격 때문에 한낮에도 가만 있지 못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들락거린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저절로 나고 줄줄 흐르는 폭염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폭염에 밭작물이
궁금하여 어슬렁거리며 밭을 돌아보는 것이다.
요즘 촌부도 그렇고 산골아낙도 올해 텃밭농사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고추농사에 관심이 가 있다.
지난해 자급자족을 했고 고추건조기 구입한 비용을
충분히 건졌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올해 목표를 더
크게 잡았다. 지난해의 배에 근접하는 양의 모종을
심었다. 현재까지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고 고추도
많이 열렸다. 지난 5~6월에 비가 자주 많이 내려서
한동안 꽃이 덜 피고 고추가 적게 달리는 듯했으나
성급한 촌부의 기우였다. 이따금씩 물도 듬뿍 주어
그런지 키가 많이 자라고 고추도 주렁주렁 꽤 많이
달렸다. 지난번에 갑작스런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
세 번째 고추끈 묶기를 하지못하여 식겁을 했었다.
그새 상당히 많이 자라서 아침이면 이슬을 머금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망설이다가 네 번째 끈을
묶어주었다. 이제 군데군데 고추가 익기 시작한다.
생각에 햇볕이 잘 들어야 고추가 잘 익지않겠는가
싶어 묶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추끈 묶은 뒤에
자라 밭고랑으로 뻗어나온 가지도 일일이 묶었다.
이른 아침이라 밭고랑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이슬
머금은 고추들과 함께 옷이 젖고 땀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그래도 느낌도 좋고 마음도 흐뭇하다.
밭가에 심은 옥수수도 산골부부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정말로 얼마만에 이런 흐뭇함을 느껴보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멧돼지들 때문에 심지않았는데
밭가에 그물망을 쳐놓았으니 괜찮을 듯하여 큰 맘
먹고 모험삼아 35그루 정도를 심었다. 무럭무럭 잘
자랐고 옥수수가 열려서 익어가고 있다. 옥수수는
한 그루에 적게는 한 자루 많게는 세 자루가 열린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두 자루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옥수수를 살펴봤더니 거의 다 두 자루가 열려
익어가고 있었다. 머잖아 70자루는 따서 수확하게
될 것 같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아내의 기대에 잘
부응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지난해 별로 재미를 못봤던 오이는 그런대로 평년의
수준은 되는 것 같다. 매일 수확하여 2~3일 모아둔
오이는 아내의 방법으로 오이지를 담가 커다란 통에
합쳐서 보관을 한다. 아직도 많이 열리고 있어 한참
더 수확을 하게 될 것이고 생으로도 먹지만 그보다
아내가 담그는 오이지로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바로 옆에 열매채소인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해마다
이 시기에는 방울토마토가 남아돌아 아침마다 갈아
주스를 만들어 마셨는데 올해는 조금 늦다. 조금씩
따서 먹기는 하지만 주스를 만들어 마실 정도까지는
아니다. 지금 열려있는 것과 열리는 것으로 봐서는
머잖아 그럴 날이 가까운 것 같다. 여름철 산골부부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바로 방울토마토이다.
해마다 큰밭의 안쪽 가장자리에 심었던 호랑이무늬
줄콩은 자리를 옮겨 맨끝 바깥쪽에 심었다. 이 콩은
피로회복, 간세포 활성화, 항암효과, 면역력 강화,
혈압조절, 동맥경화 완화에 좋은 효능을 지녔다고
한다. 우리는 일년 열두달 거의 잡곡을 섞은 혼식을
하는데 이 줄콩도 함께 넣고 밥을 지어서 먹는다.
특히 이 콩을 해마다 심는데는 이유가 있다. 몇 해 전
작고하신 어머니를 기억하게 되는 콩이라서 그렇다.
몸에 좋은 콩이고 적은 면적에서 많은 수확을 할 수
있고 덩굴이 올라가는 것이 참 보기좋은 콩이라면서
생전에 일부러 씨앗을 구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밭에 나가 앙증맞게 피는 예쁜 꽃과 주렁주렁 달리는
줄콩을 보면 어머니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 이대로
잘 자란다면 올해도 꽤 많은 수확을 하게 될 것 같다.
어제 저녁무렵에는 무척 반가웠다. 올림픽 양궁에서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 오른 나이 어린 안산 선수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끝에
올림픽 3관왕이란 대위업을 달성하여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국민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박수를 치며
축하를 했다. 그 열기에 후끈 달아있었는데 밖에서
후드득거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았더니 소나기가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바탕 시원스레 쏟아지는
소낙비는 폭염으로 달궈진 대지를 적셔서 식혔으며,
목말라하면서 고개를 숙인 밭작물들에게는 달달한
생명수가 되었을 것이다. 촌부의 마음도 촉촉하고
흐뭇했다.
첫댓글 아침부터 움직이는 모습이 훤하게 보입니다.
한여름날 수확의 기쁨을 공유해 주시고
가을 고추농사의 기대감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선배님의 농사현장에서 대리만족을 얻고 갑니다.
아유 난 못해유
천성이 게을러서유 ㅎㅎㅎ
삶의 현장 잘보고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확 하시느라
많이 바빠지시겠어요
오가는 계절이 농산물에서
보이네요
오늘도 상큼하게 하루 만드시며 행복 하시기를 소망 합니다.
참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지내시는것 같습니다 갖가지 익어가는 밭고랑을 넘나들며 땀에 흠뻑 젖어지내는
삶이 아주 건강하게 느껴집니다 한 눈금씩 커가고 익어가고.... 날마다 보람과 기쁨이 넘처나는 일상이십니다
새벼녘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깜짝놀라 잠이 깨니 번개가 번쩍
으릉 우르릉 하며 열린 베란다로
비가 들이 쳤습니다.
다시 잠이들어 눈을뜨니
언제 그랬냐는듯 해가 쨍!
님의 말씀대로
어슬렁 거리는데도 땀이 줄줄
태양은 어찌이리 뜨겁나요.
다행인건 여기도 산이있어
그늘아래 앉아있으니
바람은 시원 하네요.
고추 농사가 많이 힘들다던데
애쓰신만큼 보다 더
많은수확 거두길요~~~ㅎ